예능프로 야구 경기까지 암표상 활개
현행법상 온라인 암표 거래는 불법 아냐
암표 근절 위한 법안 국회서 낮잠

[시시비비] 암표 근절 안 하나 못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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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1시 잠실야구장. JTBC 예능프로그램인 ‘최강야구’ 경기에 2만2000석 전석이 매진됐다. 내야석은 10일 오전 11시 예매를 시작한 지 5분 만에 매진됐다. 두산베어스 신임 감독으로 부임한 이승엽과 최강 몬스터즈 감독으로 데뷔한 김성근이 맞붙은 빅매치여서다.


포스트 시즌 못지 않은 열기에 선수나 관중 모두 신이 났다. 특히 한국시리즈 이후 간만에 열린 빅 이벤트에 조용히 미소 짓는 사람들이 또 있었다. 바로 암표상들이다. 이날 경기 티켓 가격은 1장에 1만원이었다. 그러나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서는 8만~10만원 정도로 가격이 형성됐다. 심지어 장당 150만원에 팔겠다는 황당한 글도 올라왔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게 죄는 아니다. 이른바 차익거래의 기본 방식이다. 서로 다른 시장에서 가치가 다른 제품이나 금융상품이 있을 때 일물일가(一物一價)의 법칙이 깨진 틈을 비집고 들어가, 한 곳에서 사고 다른 곳에서 파는 방식으로 무위험 초과 수익을 노리는 것이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차익거래를 자주 볼 수 있다. 한국 거래소와 해외 거래소의 코인 가격 차이를 의미하는 ‘김치 프리미엄’이 존재해서다. 같은 코인이라도 국내 거래소 가격이 더 높은 사례가 많았다.


차익거래와 달리 암표가 문제가 되는 건 기본적으로 공정한 거래가 아니라서다. 암표상들은 유명 공연, 스포츠 경기, 행사 등에서 입장권을 부당한 방법으로 선점할 때가 많다. 예컨대 로그인부터 좌석 선택, 결제창에 도달하기까지의 경로를 자동으로 처리해 주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리는 암표상들을 일반인이 당해낼 재간이 없다. 집에서보다 접속 속도가 조금이라도 빠를까 싶어 온 가족을 PC방에 보내 봐야 소용이 없다.

암표상들은 이렇게 매집한 표를 각종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판다. 현행법상 온라인에서의 티켓 거래는 불법이 아니다(매크로 프로그램까지 판다는 암표상도 있다). 오프라인 암표 매매는 경범죄 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온라인 매매의 경우 처벌 조항이 없다. 오프라인 암표 매매로 적발돼도 20만 원 이하의 벌금만 내면 그만이라 실효성이 부족하다.


더구나 터무니없는 가격을 요구해도 꼭 필요한 사람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사게 마련이다.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거래를 질질 끌어 온라인 암표상을 골탕 먹였다는 무용담도 떠돌지만, 표를 구하고 싶은 사람은 기본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중고거래 플랫폼 등에선 특별 모니터링을 한다거나 다량 구매 의심 사례 제보를 받기도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나 경찰청도 온라인 암표 판매 등을 예방·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기도 했지만 생색내기에 그칠 때가 많았다.


국회에서도 별다른 성과는 없다. 21대 국회에서는 암표 거래와 이에 따른 부당이득을 몰수·추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이 7개 발의됐지만 5개는 계류 중이다. 그나마 통과된 공연법 개정안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암표 방지 노력 정도만 추가됐을 뿐이다.


(사족) 2018년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 입장권의 암표 가격은 장당 6200만원까지 치솟았다. 러시아 정부와 국제축구연맹이 개인화된 관중 카드를 발급하기로 하는 등 암표 근절 대책 마련에 나서면서 암표 거래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카타르 정부는 좀 다르다. 카타르 법무부는 지난 7월 2022 카타르 월드컵 표를 불법으로 팔면 50만 카타르 리얄(약 1억8300만원)을 벌금으로 물리고 최대 1년의 징역형을 선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카타르 내부무는 외국인 3명을 월드컵 입장권 불법 판매 혐의로 체포해 장당 25만 카타르 리얄의 벌금형을 선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채찍이 무서워 암표 거래가 사라질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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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률 이슈탐사부장


남승률 기자 nam91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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