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경찰들 '2시간 이내' 복귀 지침…청장은 적용 안돼
엉터리 복무규정에도, 경찰청 "규정상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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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 유병돈 기자]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충북 제천에 있던 윤희근 경찰청장이 휴가, 관외 여행 등의 근무내역을 시스템상에 입력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일선 경찰들에게 적용되는 복귀 제한 시간이 치안 총책임자에게는 작동되지 않아 시스템 부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10월 29일 윤 청장 휴가 등록 내역(관내·관외 여행 포함)’에 따르면, 윤 청장은 당일 서울을 벗어나는 것과 관련해 따로 시스템에 등록한 내역이 없었다.

일선에서 근무하는 경찰의 경우에는 평일·주말 모두 2시간 이내 관할서로 복귀하지 못할 시에는 ‘관외 여행’을 사전에 등록하도록 한다. 경찰공무원 복무규정 제13조(여행의 제한)에 따르면 경찰 공무원은 휴무일 또는 근무시간 외 2시간 이내에 직무에 복귀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여행을 하고자 할 때는 소속 경찰기관의 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윤 청장의 경우 최상위 계급이기 때문에 해당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현장 실무진들에게만 엄격한 규정을 적용한 셈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청장은 본인 자체가 최상위 계급이므로 해당 복무규정이 적용 안 된다"며 "도의적으로나 관리자의 책임을 물을 순 있겠지만 현재 규정상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경찰청장이 서울 관내를 벗어나면서 현장 지휘가 늦어졌다는 지적이 있다. 윤 청장은 이태원 참사일 충북 청주시에 방문해 오후 11시께 잠이 들었다. 이후 이튿날 오전 0시 14분께 상황담당관의 전화 보고를 받고 서울로 출발해 오전 2시 30분에서야 지휘부 회의를 주재했다. 사고 발생 직후 4시간 후에야 서울로 복귀했다.


한 일선 경찰은 "서울 지역을 벗어나 경기도권으로 가더라도 2시간 이내 복귀하지 못할 때는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며 "특히 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무실 근처에 있지 않았을 경우 문제 삼을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경찰도 "대부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관외 여행 등은 본인 소속기관 소재 지역을 벗어날 때 등록한다"며 "청장이 여타 지역에 있을 경우 이에 대해서도 공유가 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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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훈 우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권한만큼 책임이 따라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한 상태"라며 "경찰이라는 조직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만큼 ‘자기 결재’를 해서라도 자신의 이동 경로에 대한 행적을 남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순경을 비롯한 말단 직원들과 달리 지휘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오히려 더 복무규정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면서 "윗선에서 먼저 모범을 보여도 모자랄 판에 복무규정이 적용 안 된다는 것은 완전히 거꾸로 됐다"고 말했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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