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한미헬스케어 합병
임종훈 사장 임명…남매 모두 한미사이언스 사장직

한미약품 임종윤 사장(왼쪽부터), 임주현 사장, 임종훈 사장 삼남매.[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 임종윤 사장(왼쪽부터), 임주현 사장, 임종훈 사장 삼남매.[사진=한미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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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 사후 배우자인 송영숙 회장이 전권을 잡으며 원점으로 돌아갔던 한미약품그룹 후계 구도 경쟁이 재점화되는 모습이다.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가 한미헬스케어를 합병하면서 차남 임종훈 한미헬스케어 대표가 오너 일가 삼남매 중 마지막으로 지주사 사장에 오른 가운데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의 지분이 늘어나 송 회장과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장남 굳혀졌던 후계 구도, 원점으로 돌아가

1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이달 초 한미헬스케어의 합병 절차를 완료하면서 한미헬스케어를 이끌던 임종훈 대표를 한미사이언스 사장으로 임명했다. 임종훈 사장은 한미사이언스의 헬스케어 사업부를 맡아 관련 사업 전반을 추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사이언스는 구체적으로 현재 연간 200억원대인 의료기기 분야 매출을 500억원대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미 삼남매 중 임종윤 사장과 장녀 임주현 사장이 지주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막내인 임종훈 사장까지 합류하면서 후계 경쟁이 본격화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약품그룹의 후계 구도는 임성기 회장 생전에는 장남인 임종윤 사장으로 굳혀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난 3월 임종윤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송 회장 단독 대표 체제가 되며 후계 구도는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임주현 사장 또한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에서 사임했다.


당시만 해도 삼남매의 지분 차이가 크지 않아 올 1분기 기준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송 회장 11.21%, 임종윤 7.88%, 임주현 7.69%, 임종훈 7.27%였다. 삼남매 모두 한미약품 사장직은 유지해 회사 경영에 참여하며 자신의 역량을 입증하도록 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임종윤 사장은 미래전략, 임주현 사장은 글로벌전략과 인적자원개발(HRD), 임종훈 사장은 경영기획과 최고정보책임자(CIO)로 역할이 각각 분담됐다.

한미약품 본사 전경.[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 본사 전경.[사진=한미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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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영역 구축하고 공격적 행보 나선 삼남매

삼남매는 각자의 역할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임종윤 사장은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디엑스앤브이엑스(Dx&Vx)의 경영 정상화에 힘쓰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엑스앤브이엑스는 사업 재정비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연구개발에 힘쓰며 올 3분기 누적 매출 217억원, 영업이익 15억원으로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이 기대되고 있다. 여기에 한국바이오팜을 150억원에 인수하며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도 본격 진출했다. 임종윤 사장은 여기에 더해 자신이 주도하는 신사업 인큐베이션 전문기업 코리그룹을 통한 공격적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코리그룹은 최근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에 2000억원을 투자해 ‘K 허브 사이언스 파크’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북경한미약품의 성장세도 임종윤 사장에게는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임주현 사장은 지난 3월 한미약품의 미국 파트너사인 스펙트럼 이사로 선임되며 핵심 신약의 글로벌 상용화 전략 수립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9월에는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 치료 바이오신약 ‘롤론티스(미국 제품명 롤베돈)’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시판허가 승인을 받았다.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 시장으로 진출하는 첫 바이오신약이자 국산 신약으로는 6번째 FDA 승인의 쾌거를 거뒀다. 이 과정에서 임주현 사장의 공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훈 사장은 한미약품그룹 계열사의 대표와 이사직을 다수 맡아 역량을 보였다. 이번에 합병된 한미헬스케어를 비롯해 신생 바이오벤처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한미벤처스와 일본한미의 대표직을 맡아 내실을 키웠다. 의약품 유통 온라인몰인 ‘온라인팜’, 약국 자동화기기 전문기업 ‘제이브이엠’의 이사직도 맡고 있다. 한미약품그룹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은 헬스케어 사업에서 어떤 역량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향후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후계 구도, 당분간 ‘안갯속’

한미약품그룹의 후계 구도에 대해 업계에서는 여전히 장남인 임종윤 사장을 주목한다. 비록 지주사 대표직을 내려놓고 다시 경영능력 입증에 나서고 있지만, 동생들에 비해 한미약품그룹 경영에 참여한 업력이 길고 한때 임성기 회장의 명실상부한 후계자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한미약품 사장 임명 시점만 보더라도 임종윤 사장은 2009년, 임주현·임종훈 사장은 지난해로 차이가 꽤 크다. 하지만 임주현 사장과 임종훈 사장 모두 한미약품에서 실적을 인정받으며 차근차근 성장한 만큼 저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그룹의 실적 호조에 굳이 현재 경영방식을 뒤흔들어 위험 부담을 안을 필요가 없는 만큼 당분간은 현 체제가 유지될 전망이다. 한미약품그룹 측은 "기존과 동일하게 송 회장을 중심으로 삼남매와 전문 경영인이 그룹을 운영하는 시스템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갈등의 소지가 없는 건 아니다. 이번에 한미사이언스가 한미헬스케어와의 흡수 합병을 마무리하면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은 더욱 커졌다. 기존 한미헬스케어가 보유하고 있던 한미사이언스 지분 6.43%를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달 14일 기준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송 회장이 12.56%로 여전히 가장 많지만, 임종윤 사장이 12.16%까지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임주현 사장(7.20%), 임종훈 사장(8.91%)과의 격차도 벌어졌다. 다만 이는 임성기 회장 타계 이후 상속세 납부를 위한 차입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실질적 보유주식만 놓고 보면 삼남매 간 큰 차이는 없는 편이다. 보유주식만 놓고 보면 임종윤 사장 9.91%, 임주현 사장 10.19%, 임종훈 사장 10.56%의 비율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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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국내 제약사 상당수는 2·3세 경영에 돌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직접 경영하거나, 전문경영인을 통해 경영과 소유를 분리한 경우더라도 후계자는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현재는 공동경영 체제가 유지되겠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결국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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