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캠퍼스 선보이는 ASML…韓 반도체 경쟁력 강화 기대(종합)
ASML, 경기도 화성서 뉴 캠퍼스 조성
EUV 장비 유지보수 및 교육 제공
하이 NA 양산은 2024년…가격은 3억유로
피터 베닝크 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만나나
[아시아경제 김평화 기자] 초미세 공정에서 핵심 역할을 해 ‘슈퍼 을(乙)’로 불리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이 16일 경기도 화성에 장비 유지보수와 교육 목적의 시설을 포함하는 캠퍼스를 구축하고자 첫 삽을 뜬다. 2400억원을 투입하는 사업으로 ASML이 해외 지사에 직접 투자하는 첫 사례이자 최대 규모 투자다. 차세대 극자외선(EUV) 장비인 '하이 이뉴메리컬어퍼처(NA)' 교육도 제공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내 반도체 업계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재제조 센터서 국내 中企 협력 강화…향후 제조 시설 확대 가능성도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15일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성장 산업에서 (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어 이번 투자를 진행했다"면서 "앞으로 한국에서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전체 매출(186억유로)에서 한국 매출만 34.46%(62억2300만유로)를 기록할 정도로 다수 비중을 차지한 상황에서 국내 협력 및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자 캠퍼스를 조성하는 사례다.
ASML은 지난해 경기도·화성시와 뉴 캠퍼스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앞으로 2024년 말까지 2400억원을 투입해 경기도 화성시 동탄2도시지원시설에 1만6000㎡ 규모로 캠퍼스를 조성할 계획이다. 세부 시설로는 ▲신사옥 ▲재제조 센터(LRC) ▲글로벌 트레이닝 센터 ▲체험관(익스피리언스 센터) 등을 포함한다. 이우경 ASML코리아 대표는 "ASML이 해외 지사에 처음으로 직접 투자하는 사례이자 최대 규모"라며 "오수나 매연을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건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LRC에선 ASML이 공급하는 EUV·심자외선(DUV) 장비 유지보수와 핵심 부품 국산화 작업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부품을 조달할 수 있게 되면 장비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해외 이송 등의 절차 없이 비용과 처리 시간을 줄일 수 있어 국내 반도체 업계엔 이점이다. 국산 수리 부품 비중이 늘어나는 데 따른 연관 사업자의 수익 증가도 기대 요소다. 이 대표는 "LRC에서 한국 중소기업과 아웃소싱을 이뤄 수리를 확대할 예정이다"며 "현재는 10% 정도인데 앞으로 50%까지 (비중을) 늘리겠다"고 설명했다.
트레이닝 센터에선 ASML 코리아뿐 아니라 고객사의 EUV·DUV 엔지니어를 위한 종합 교육이 이뤄진다. 국내 EUV 전문가가 부족한 상황에서 교육을 통해 관련 인력이 충원될 수 있을 전망이다. ASML은 해당 센터를 통해 향후 차세대 EUV 장비인 하이 NA 교육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대학과 연계한 산학 협력으로 미래 반도체 인재 육성에도 나선다. 화성시는 해당 센터를 통해 배출될 인력이 10년간 1000명 이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SML은 향후 국내에 장비 제조 시설까지 들어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베닝크 CEO는 "사업 기술이 복잡하기에 어느 국가에서든 재제조 센터부터 시작해야 하고 연구·개발(R&D)이 쌓이면 제조 기반으로 확장할 것으로 본다"며 "한국에선 시작점에 있다"고 말했다.
하이 NA 출하는 2024년…"美 대중 제재 영향 크지 않다"
ASML은 이날 간담회에서 향후 장비 생산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반도체 시장의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만큼 ASML 역시 장비 생산성을 높여 전반적인 장비 라인업에서 모두 공급을 늘리겠다는 내용이다. 2026년까지 EUV와 DUV 장비는 각각 연간 90대와 600대로, 하이 NA EUV는 2028년까지 연간 20대 생산을 내다보고 있다.
베닝크 CEO는 "첫 하이 NA EUV는 2024년 출하가 될 예정이고 2026~2027년이 되면 주요 고객사가 대량 생산에 사용할 것으로 본다"며 "장비 가격은 3억유로(약 4081억원)를 예상하는데, 애널 보고서를 보면 3억5000만유로(약 4763억원)를 내다보는 예측도 있다"고 설명했다.
ASML은 네덜란드에 거점을 둔 반도체 장비사로 EUV 장비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EUV 장비는 반도체 웨이퍼에 미세한 전자 회로를 그려 넣는 노광(포토) 공정에서 쓰인다.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미세 공정에 필수로 쓰이는 장비다 보니 EUV 장비 확보가 곧 사업 경쟁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해 60여대 안팎으로밖에 생산이 되지 않다 보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해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앞다퉈 EUV 장비 도입을 위해 ASML을 찾는 상황이다.
재계에선 베닝크 CEO가 이번 방한을 계기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베닝크 CEO 역시 이날 간담회를 통해 회동이 이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놨다. 앞서 베닝크 CEO는 2020년과 올해 6월 두 차례 이 회장과 만난 바 있다. 이번 회동에선 하이 NA 공급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될지 주목된다. 하이 NA는 3㎚ 이하 공정에 적용 가능한 첨단 노광 장비로 삼성전자는 올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방식의 3㎚ 공정 양산을 시작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나도 3700억 받을 수 있나"…26일부터 한도 없어...
한편 ASML은 미국의 중국 반도체 제재와 관련해 받는 타격이 크지 않다고 전했다. 베닝크 CEO는 "협력하는 미국 기업 중에 중국에 (장비를) 출하하지 못하는 기업도 있는데 이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은 거의 없다"며 "간접적으로는 장비가 통합된 상태에서 출하하는 경우 우리도 출하하지 못하는 만큼 매출의 5% 정도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