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기재부, 11.2조 고등교육 특별회계 신설 발표
학령인구 감소·등록금 동결, 10년 후 입학자원 절벽 예고
교부금 내년 12조 증가…교육부 "시설 투자 문제 없다"
등록금 인상은 선그은 기재부 "사회적 공감대 필요"
국회 통과 전제 발표, 초·중등교육계 설득할 대안 없어

이대로 대학 무너질라…교부금 떼내 대학에 투자(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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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정부가 초·중·고 교육에 활용했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고등교육에 투자한다. 대학 일반재정지원사업비를 2배 가량 늘리고 지방대를 지원하는 예산도 별도로 마련하기로 했다. 교육재정 '칸막이'를 없애 상대적으로 투자가 부족했던 고등교육 분야에도 균형있게 지원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국회에서 법안 통과가 이뤄져야만 실행이 가능하다.


15일 교육부와 기획재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브리핑을 열어 11조2000억원 규모의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기존 대학 지원사업 예산과 고용부의 폴리텍·한국기술대학 운영 지원 사업 등 8조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교육세 일부인 3조원과 일반회계 전입금 2000억원을 특별회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대학이 필요로하는 일반재정 지원을 1조원에서 1.9조원으로 확대하고, 지방대 특성화 분야를 지원하는 별도 추가 지원 트랙을 5년간 2조5000억원 규모로 신설한다. 국립대 노후 교육·연구시설과 기자재 교체·확충을 위한 예산도 9000억원 수준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대학 재정난에 팔 걷은 정부…등록금 인상은 '신중론'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충원율이 낮아진데다 14년째 등록금을 동결했고 대학 구조조정까지 병행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학들의 교비회계 수입 중 등록금 수입이 56.7%를 차지하는 등 사립대 재정 부실이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의 고등교육 관련 예산은 전체 교부금의 15% 수준인 11조9000억원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대학입학정원이 올해 47만5000명에서 2033년에는 31만명 수준까지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대학의 생존과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학생 1인당 공교육비를 초·중등(1만662달러)보다 고등교육(1만7559달러)에 많이 투자한다. 프랑스는 고등교육에 초·중등교육의 1.6배, 미국과 영국 등은 2.4배를 투자하고 있다. OECD 평균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는 1만7559달러지만 한국(1만1287달러)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만 기재부는 대학 재정난 해소를 위한 '등록금 인상' 방안에는 선을 그었다.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대학 규제 완화라는 차원에서 향후에 논의해 나가야 될 사안이지만 여러 가지 고려할 요인이 있다"며 "코로나를 겪어오면서 등록금 수준에 대한 학부모, 학생들의 생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성급하게 논의하기보다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교부금 쪼개기, 설득할 대안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 신설과 관련한 교육부, 기재부의 합동 브리핑에서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 신설과 관련한 교육부, 기재부의 합동 브리핑에서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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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유·초·중등 교육 예산으로 쓰이고 있으며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로 구성되어있다. 최근 5년간 교부금 규모가 꾸준히 늘어난데다 올해 본예산 기준 65조원, 내년 예산안 기준으로는 77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도교육청에서 올 연말 적립되는 금액은 19조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교부금 중 교육세 일부를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에 투입해 고등교육 재정으로 활용하기 위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교부금 일부를 떼어와 마련하는 특별회계 신설을 발표하면서도 유·초·중등교육계를 설득할 대안은 내놓지 않았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교부금이 많이 늘었지만 향후 경기 위축 등으로 교부금이 줄어들 경우 인건비 지출 대신 학교 운영비 등을 줄여야한다. 교육재정의 60%는 교원 등의 인건비가 차지하고, 학생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인건비 지출이 감소하는 것이 아니어서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인건비 증가분만큼 교부금이 늘지 않을 경우 이를 보전해줄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 교부금이 줄어들면 지방채를 발행했지만 앞으로는 줄어들 때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도 내국세 교부율 보정조항이 있지만 의무교육 대상 교원 인건비에 대해서만 적용하게 되어 있고, 그 조항을 활용한 적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오는 18일 전체회의에서 교부금법 개편안과 특별회계법 제정안 등을 상정할 예정이다. 시도교육감과 교원·학부모단체 등은 '초·중등 교육에서 돈을 빼서 대학으로 옮긴다'며 반발하고 있고 야당도 반대 입장이어서 국회에서의 법안 통과 가능성은 미지수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9월 초에 특별회계법 안을 내놓고 교육위원회 논의를 앞두고 있다. 정기국회 내에 통과되어야 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국회에서 내용이나 취지 등을 설득해왔다"며 "특별회계를 신설한다는 전제 하에서 다른 시행령이나 하위규정을 만들 방법은 없어 우선은 법 통과에 주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까지 교부금이 10조원 이상 증가해 초·중등 교육시설 투자 등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장 차관은 "적립금이 큰 규모로 쌓여있다는 것은 투자 부분에서 비효율이 나는 상황"이라며 "교원 부족이나 시설 투자 등을 이야기하는데 3조원을 뺀다고 못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순위에 따라 투자해야하는데 재원은 지금 적립금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금철 기재부 사회예산심의관은 "IMF 외환위기 등 성장률이나 세수가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내국세와 연동되는 부분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별회계 신설, 어디에 투자하나

교육부는 2025년부터 현행 기본역량진단평가를 전면 개편하고 대학혁신지원사업 지원 예산도 학교당 50억원에서 100억으로 2배 증액한다. 대학혁신사업의 일반재정지원을 1조원에서 1조9000억원으로 2배 가량 늘리고 인건·경상비 활용 제한도 일부 허용한다. 평가 방식도 선(先) 재정지원 후(後) 대학별 자율평가와 정부 사후 성과점검 체계로 전환한다.


기본역량진단평가 때마다 ‘줄세우기’라는 지적이 나왔던만큼 학생 1인당 교육비나 교육시설·교원확보율 등의 정량지표로 평가한 후 자체 성과평가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포괄적인 방식의 일반재정지원을 현행 1조원에서 1.9조원으로 늘리고 인건·경상비 사용을 허용해 자율성을 확대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원 대상 대학 수는 동일하지만 평가 체계나 지원 규모가 바뀌는 것이고 새로운 평가 기준은 연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별회계를 통해 국립대 노후 교육·연구시설을 5년간 전부 교체하고 지방대 특성화를 위한 5000억원 규모의 지원 트랙을 신설하고 지방대별 특성화분야를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국립대 지역교육·연구 역할 강화를 지원하고 지역연구중심대학(글로컬 BK)를 추가 선정하기로 했다.


국립대의 노후 교육·연구시설을 5년간 전면 교체하고 석·박사 인재들의 연구를 장려하기 위한 예산도 집중 투입한다. 사립대의 경우 재정진단 등 재무상태 파악과 경영자문 등 구조개혁 지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립대와 지방대는 특별히 지원하는 항목이 명시되어있지만 사립대에 대한 지원책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대학의 85%가 사립대라는 점에서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이번 방안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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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사립대 중 투자가 필요한 대학에는 지원하되 '사립대 구조개선법' 등을 통해 부실 대학에는 퇴로를 열어주겠다는 방침이다. 장 차관은 "사립대학에 대한 재정진단을 통해서 한계에 내몰렸거나 더 이상 질적인 수준을 높일 수 없는 대학에 대해서는 통폐합이나 공익법인 전환, 회생 등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줄 것"이라며 "입법이 병행된다면 구조개선 예산지원과 맞물려 옥석이 가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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