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누구를 위한 명단 공개냐" 배후로 민주당 지목
조응천 "명단 공개? 이재명 개인 의견…당 차원 논의된 바 없어"
강훈식 "동의 구해야 했다…다만 왜 그랬는지 생각해 봐야"

친야 성향 온라인 매체 '민들레'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유족들 동의 없이 공개했다. 유족들 반발로 일부는 명단에서 제외됐다. /민들레 홈페이지 캡처

친야 성향 온라인 매체 '민들레'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유족들 동의 없이 공개했다. 유족들 반발로 일부는 명단에서 제외됐다. /민들레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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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앞 인도에서 한 자원봉사자가 시민들이 두고 간 국화꽃과 추모 메세지를 정리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1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앞 인도에서 한 자원봉사자가 시민들이 두고 간 국화꽃과 추모 메세지를 정리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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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친야 성향 온라인 매체 '민들레'와 '더탐사'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단을 유족들 동의 없이 공개해 파장이 일고 있다. 이들은 희생자의 이름을 익명으로 두는 것이 오히려 참사를 축소하는 '재난의 정치화'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2차 가해'라고 비판하면서 명단 공개의 배후로 더불어민주당을 지목했다. 유족 동의를 전제로 명단 공개 필요성을 주장해온 민주당은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유족 동의를 구하지 않은 명단 공개는 부적절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민들레는 14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태원 참사로 숨진 155명의 이름을 공개했다. 참사 희생자는 15일 현재 총 158명이지만, 공개된 명단에는 지난달 31일 기준인 155명만 포함됐다. 다만 민들레는 "공개를 원치 않는 유족 10여 명의 의사에 따라 명단에서 삭제"라고 추가 공지했다. 이에 따라 명단 가운데 10명은 성만 표기되고 이름은 'OO'로 되어 있거나 성과 이름 모두 'OOO'로 표기됐다.

민들레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을 때 정부 당국과 언론은 사망자의 기본적 신상이 담긴 명단을 국민에게 공개해 왔으나, 이태원 희생자에 대해서는 비공개를 고수하고 있다"라며 "명백한 인재(人災)이자 행정 참사인데도 사고 직후부터 끊임없이 책임을 회피하며 책임을 논하는 자체를 금기시했던 정부 및 집권 여당의 태도와 무관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희생자를 익명의 그늘 속에 계속 묻히게 함으로써 파장을 축소하려는 것이야말로 재난의 정치화이자 정치공학"이라며 "호명할 이름조차 없이 단지 '158'이라는 숫자만 존재한다는 것은 추모 대상이 완전히 추상화된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임의로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것에 대해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유족들이 동의하는 것을 전제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상에 어떤 참사에서 이름도 얼굴도 없는 곳에 온 국민이 분향하고 애도를 하느냐"며 "유족들이 반대하지 않는 한, 이름과 영정을 당연히 공개하고 진지한 애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희생자 명단 공개 주체를 민주당으로 규정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의 이태원 희생자 명단 공개,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냐"며 "유족의 동의 없는 일방적 희생자 명단 공개에 분노한다. 유족의 아픔에 또다시 상처를 내는 것이다. 반드시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외 다른 야당도 비판에 가세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참담하다. 누차 밝혔듯이 정의당은 유가족의 동의 없는 명단 공개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희생자 명단 공개는 정치권이나 언론이 먼저 나설 것이 아니라, 유가족이 결정할 문제라고 몇 차례 말씀드린 바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민들레·더탐사의 명단 공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민주당 차원에서 명단 공개를 주도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 나왔다. 조응천 의원은 15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민주당 차원에서 이걸 공개하는 게 맞다, 이렇게 논의된 바는 전혀 없다"라며 "아무리 이재명 대표라도 그건 이 대표 개인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지, 당 차원에서 얘기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어떤 경우에도 유족 동의를 받지 않고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유족이) 동의하면 명단과 영정을 공개하는 것,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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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당 강훈식 의원은 이날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는 유가족의 동의가 있고 난 뒤에 공개하는 것이 백번 옳은 판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왜 그 언론이 그랬는지도 우리가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처음부터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축소하고 은폐하려고 했다는 의혹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언론으로서는 그렇게 찾아냈을 거라는 생각도 조금 든다"고 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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