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초 악수, 3시간 대화’ 바이든-시진핑의 미소…"발표문은 달랐다"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베이징=김현정 특파원]8초간의 악수, 3시간12분간의 대화. 미소로 시작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대면회담은 얼어붙은 양국 관계의 갈등을 완화하는 전환점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직후 공개된 양국의 발표문 자료를 자세히 살펴보면 온도차가 확연하다. 미국도, 중국도 주요 현안마다 자국의 입장이 확고하다는 점만 강조했을 뿐 상대측의 주장이 설 자리는 남겨두지 않은 모습이다.
◇대만 두고 이견 커...中 발표문엔 ‘北’ 언급 없어
14일(현지시간) 정상회담 직후 양국 발표를 종합하면 두 정상은 기본적인 경쟁 틀에 대해 협력 가능성을 보였지만 경제·대만·북한·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세부적인 주요 현안을 두고는 각자 입장만 개진하며 큰 이견을 나타냈다.
먼저 대만 문제를 두고 바이든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정책은 불변이라며 힘에 의한 어떠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시 주석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이라며 "중·미 관계에서 넘으면 안 되는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만 독립을 절대 불허한다며 "양안 평화와 안정과 ‘대만 독립’은 물과 불처럼 화해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대만 문제는 최근 미·중 갈등이 크게 격화된 직접적 이유이자, 이날 두 정상 간 가장 큰 입장차가 오간 의제다. 회담을 마친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려는 임박한 시도는 없다고 생각한다" "신냉전은 없다"고 긍정적 뉘앙스를 풍겼지만 중국 현지 언론들은 미국이 태도를 바꿔야만 한다고 강경 목소리를 이어갔다.
북한 이슈는 양국이 주목도부터 달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시 주석에게 북한의 핵 도발 저지를 주문했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의 발표 자료에는 북한, 북핵 관련 내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왕이 외교부장의 브리핑에서 "각자의 관심, 특히 북한의 합리적 관심사를 균형 있게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발언 정도만 공개됐다. 이는 오히려 미국의 대북 접근법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으로 읽힌다.
경제 이슈 역시 온도차가 확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비(非)시장 경제 관행이 미국과 전 세계에 해를 끼친다며 지속적인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시 주석은 "무역전쟁이나 기술전쟁을 일으키고 벽을 쌓으며 디커플링(탈동조화)과 공급망 단절을 추진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나고 국제무역 규칙을 훼손한다"고 오히려 미국의 행보를 비판했다. 그는 "경제·무역 관계를 정치화하고 무기화하지 말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 밖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서도 백악관은 "핵 전쟁은 절대 일어나선 안되고 누구도 이길 수 없다는 데 두 정상이 동의했다.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 사용이나 그 위협에도 반대했다"고 소개했지만 중국이 밝힌 입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시 주석은 핵사용 반대 등에 대한 언급 없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회담 재개를 지지하고 기대한다"고만 했다.
◇예고된 평행선, 향후 전망도 어두워
이번 회담은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깊어진 미·중 갈등이 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주목받아 왔다. 이해관계가 첨예하지 않은 국제적 현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한 것은 나름의 성과다. 두 정상은 기후 변화, 채무면제를 포함한 거시경제 안정성, 보건 안보 및 국제 식량 안보 등의 문제에 대한 대화 지속에 합의했다. 아울러 특정 이슈에 대한 대응 노력을 이어가는 한편, 기존 협력 메커니즘도 진전시키기로 했다. 이를 위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추후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코넬대학교 소속 중국 전문가인 제시카 첸 와이스는 "몇달 뒤, 미·중 갈등 속도를 늦춘 전환점의 첫 신호로 이날 회담을 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며 "고위급에서 양국 관계를 위한 기본 원칙을 만들 수 있게 권한을 부여하고 특정 이슈에 대응 노력을 이루게 동의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향후 전망을 두고는 비관적 의견이 쏟아진다. 언제든 신냉전 구도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싱크탱크 상하이국제문제연구소의 천둥샤오 소장은 "양측이 가드레일 설치를 두고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허드슨 연구소는 이날 합의된 일부 사안에 대해서도 "중국이 구도로 한 합의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중국 현지 언론들 또한 ‘문제를 시작한 쪽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속담을 언급하며 "양국 관계 정상화는 미국의 올바른 태도에 달렸다"고 미국을 탓했다.
일부 언론들은 이번 회담이 미국의 요청으로 이뤄졌고, 중국 대표단 숙소에서 진행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황상 협상의 우위에 있다는 듯한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중국 언론 역시 미국이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낮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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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찬룽 중국 인민대학교 국제학부 부학장은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에 "미국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계속 자극할 것"이라며 "중간 선거 이후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새로운 공화당 하원의장은 낸시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따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익명의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중국 지도자가 레드라인이 어디인지, 미국이 이 레드라인을 넘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서 다시 경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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