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472 대 0'…中 보복에 속타는 美 보잉
상승기류 탄 에어버스 올해만 중국에서 우리돈 80조원 어치 수주
中, 미ㆍ중 갈등에 의도적 보잉 배제…737맥스 재운항 허가서가 전부
[아시아경제 조영신 선임기자] 유럽 에어버스가 올해 중국에서 수주한 신형 항공기는 모두 472대다. 반면 미국 보잉은 단 한 대도 수주하지 못했다. 전 세계 민항기 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보잉이 애가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 매체들은 미ㆍ중 갈등으로 보잉이 중국에서 수주를 못 하고 있다며 자국의 차이나 머니를 과시하고 있다. 노골적으로 미국에 대한 경제적 보복임을 드러내고 있다.
에어버스 中 항공시장 독식
중국은 지난 4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방중에 맞춰 에어버스 여객기 140대(A320 132대, A350 8대)를 구매했다. 금액만 170억달러(한화 23조원)에 달한다.
앞서 중국 동방항공과 남방항공, 국제항공 3사는 지난 7월 A320 292대(50조원)를 한꺼번에 주문한 바 있다. 또 지난 9월에는 샤먼항공이 A320 네오 40대(6조3000억원)를 주문했다. 샤먼항공은 그동안 보잉 여객기만 사용해왔다. 이 경우 조종사(A320 조종면허 보유 조종사)를 모두 바꿔야 하고 정비 등 지상 근무 요원의 별도 교육이 필요하다. 샤먼항공은 대만과 가장 가까운 푸젠성(省)을 근거지로 운항하는 항공사다.
올해 에어버스가 중국에서 수주한 여객기는 모두 472대다. 우리 돈 80조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보잉은 올해 중국에서 수주한 여객기는 제로다. 중국 민항국으로부터 운항이 중단된 B737 맥스의 재운항 허가서를 받은 게 전부다. B737 맥스 사고 이전에 계약한 물량이 얼마나 인도될지도 확실하지 않다.
에어버스 중국 화물기 시장도 눈독
에어버스 주문이 늘어나면서 중국의 에어버스 점유율도 수직 상승하고 있다.
쉬강 에어버스 차이나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일 중국 매체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9월 말 현재 중국 본토에서 운항 중인 에어버스는 모두 2097대이며 시장 점유율은 54%"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올해(9월 말 기준) 84대의 신형 여객기를 중국에 인도했다고 덧붙였다. 9월 말 기준 중국 전체 여객기 대수가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추가 주문된 472대를 적용하면 에어버스의 점유율 66%가 넘는다.
중국민항국은 오는 2025년 중국 여객 수송량이 9억300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대비 20% 늘어난 것이다. 항공업계는 오는 2040년까지 중국 본토의 여객기 수요가 8000대가 넘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연간 400대의 신규 항공기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에어버스는 신형 화물기 A350F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에어버스 측은 오는 2041년 중국 화물 항공기 수요가 현재의 3배 이상인 690여 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화물기의 20%에 달하는 수치다.
쉬 CEO는 "에어버스가 개발 중인 차세대 A350F 화물기가 2025년 글로벌 시장에 투입될 것"이라며 에어버스는 소형 화물기에서 대형 화물기에 이르기까지 중국 시장에 맞게 화물기를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속 타는 보잉
보잉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시작된 2018년 이후 중국에서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차세대 중형 여객기 B737 맥스 사고 이후 사전 계약한 항공기도 인도하지 못할 만큼 중국 내 사업이 고꾸라졌다. 그렇다고 세계 최대 항공기 시장인 중국과 등질 수도 없다.
피터 가오 보잉 중화권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지난 1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불확실성에도 불구, 중국은 보잉의 가장 큰 시장"이라며 여전히 중국 사업에서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잉은 737 맥스, 787 드림라이너, 777X(화물기) 등 세계적 수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중국 항공 운송 시스템을 지원할 것이라고 희망했다.
미ㆍ중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자체 개발한 C919 여객기의 상업 비행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보잉의 존재감이 더욱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국영 항공기 제조사인 중국상용항공기(COMACㆍ코맥)는 지난 8일 중국 항공기 리스 7개 회사와 C919 300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누적 구매 계약만 1115대에 달한다. 중국이 필요한 항공기를 에어버스에 몰아주고 일부를 자국 기업인 코맥에 밀어주면 보잉이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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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은 지난 10월 '상용 항공기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20년간 중국의 신형 항공기 수요가 8458대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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