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분야 韓·대만 '높은 벽'
장치 분야 강점 활용 시장 주도권잡기
전기차 성능 향상에 핵심 전력 반도체
獨·美와 3강구도…대규모 투자 예고
2030년까지 시장 2.6배 성장 전망

기시다 내각 반도체에 12조 투자
차세대 실리콘카바이드 반도체 육성
명가 부활위해 정부지원 확대 목소리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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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반도체 기업들이 전기차 시대를 맞아 급성장하고 있는 전력 반도체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첨단 공정이 필요치 않고 수익성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그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던 전력 반도체는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이미 한국과 대만이 장악한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승산이 크지 않다고 보고 소재, 장치 분야에서 가진 강점을 활용해 전력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계획이다.

"전력 반도체 2030년까지 2.6배 성장"

전력 반도체는 전기를 동력으로 바꾸는 데 쓰이는 반도체를 통칭한다. 같은 제품 내에서도 부품마다 전압과 전류가 흐르는 방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전력 반도체는 전압을 조정하고 전류의 흐름을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그간 전력 반도체는 백색 가전 등에 주로 이용됐으나 이제는 전기차 성능 향상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부품이 됐다. 이 중 차세대 모델로 알려진 실리콘카바이드(SiC 탄화규소) 반도체는 인공 화합물을 소재로 사용해, 단일원소인 실리콘만 사용하던 기존 반도체보다 전력 효율이 월등히 높다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 후지게이자이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전력 반도체 시장은 올해 기준 2조3386억엔에서 2030년 5조3587억엔으로 2.6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차세대 실리콘카바이드 전력 반도체 시장은 올해 기준 1206억엔에서 2030년 9694억엔으로 12.8배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일본 기업들은 전기차 수요가 증가한 지금이 전력 반도체 시장을 키울 수 있는 적기라 보고 일제히 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1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일본의 반도체 기업 로옴(ROMH)이 차세대 실리콘카바이드 전력 반도체의 양산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못이겨"…日, 전기차 핵심기술 전력반도체 올인 원본보기 아이콘


도시바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약 800억엔을 투자해 이시카와현 공장의 생산량을 현재보다 30% 늘리기로 했다. 반도체 기판으로 쓰이는 실리콘웨이퍼를 월 15만장에서 20만장으로 생산을 확대하고 연 1500억엔에 이르는 매출을 2000억엔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후지 전기도 같은 기간 국내외에 1200억엔을 투자해 실리콘웨이퍼 공정 생산능력을 2019년 대비 30% 끌어올리기로 했다.

전력 반도체의 일종인 IGBT(Insulated Gate Bipolar Transistor·절연 게이트 타입 바이폴라 트랜지스터) 모듈 분야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미쓰비시 전기는 전자제품 업체 샤프의 공장을 매입해 제품 생산을 증대한다. 또한 지난해에는 200억엔을 들여 새 공장을 설립해 11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일본은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한국, 대만에 비해 뒤처지고 있지만 전력 반도체에 있어서는 독일, 미국과 함께 3강 구도를 갖추고 있다. 일본은 전력 반도체에 투자를 확대해 이 시장의 주도권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2년 주기로 기술 난도를 높이며 7나노미터(㎚)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격전을 벌이던 삼성전자와 TSMC는 이제 3㎚를 두고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1980년대까지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던 일본 기업들은 현재 주력 반도체로 40㎚를 생산하는 데 그치고 있다.


반면 전력 반도체 분야에서만큼은 아직도 일본이 적지 않은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세계 전력 반도체 시장 규모는 약 15조3600억원 규모로, 이 중 일본의 미쓰비시와 도시바, 후지전기 3개 사가 시장의 20%를 점유하고 있다. 비록 삼성전자와 TSMC보다 미세공정 기술은 뒤처지지만, 반도체의 핵심 소재와 장비 생산에 강점을 가진 덕에 일본은 전력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日 정부, 반도체에 12조원 투자

한편, 일본 정부는 반도체 경쟁력 육성을 위해 기업들을 대상으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경제 안보의 핵심이자 미래 산업의 주요 자원인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수급하려면 두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이미지출처=아시아경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이미지출처=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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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내각은 지난 8일 내년도 2차 추가경정예산을 승인하고 이 중 1조3000억엔(12조2764억원)을 반도체 산업에 투입하기로 했다. 우선 3700억엔의 예산으로 전력 반도체의 필수 부품이 되는 실리콘웨이퍼와 차세대 전력 반도체에 쓰이는 탄화규소를 확보하기 위한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미국과 손잡고 2020년대 후반부터 2㎚의 반도체가 생산될 수 있도록 반도체 연구 거점을 설립하는 데 3500억엔을 투입하고 있다. 이 밖에도 반도체 기업들이 국내에서 생산 거점을 확보할 수 있도록 4500억엔 규모의 보조금도 대폭 지원할 방침이다.


일본에 공장을 신축하기로 한 TSMC와 세계 낸드플래시 3위권 업체인 일본의 키오시아,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대한 자금 지원이 이에 포함된다. 도요타자동차와 소니 등 일본 유력 기업 8곳이 모여 설립하는 첨단 반도체 회사에도 연구개발 거점 정비 비용 등 700억엔을 지원하기로 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미세공정 기술에서 한국과 대만에 패배한 일본이 다시 반도체 경쟁력을 되찾으려면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가 지속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반도체 공업회(SIA)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은 중국이나 한국과 비교해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는 데 20~40%의 비용을 더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두 국가에 비해 일본 정부의 지원 정책이 뒤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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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는 "한국과 중국은 땅값과 건설자재뿐만 아니라 인건비 세금 모든 부분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기가 일본보다 수월하다"며 "반도체 산업에서는 국가의 투자력과 보조금이 경쟁력을 키우는 데 큰 영향을 미치므로 정부가 공장 신설에 수천억엔에서 1조엔 규모를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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