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우먼톡]이태원 참사, 젠더,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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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이태원 참사로 모두의 마음이 계속 편치 않다. 고인이 된 이들의 명복을 빌고 고통 속에 있을 유가족들에게 이 지면을 빌려 깊은 위로를 보낸다. 생존자들도 하루 빨리 몸과 마음 건강이 회복되길 바란다.


지금까지 확인된 고위 경찰 관료들의 무책임한 모습과 실언이라고 볼 수도 없는 상식을 벗어난 고위공직자들의 언행 때문에 많은 이들의 마음이 아직도 분노와 허탈 사이를 오간다. 이 상황에서 위로가 된 건 오히려 참혹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했던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축제를 즐기러 왔던 시민들, 인근 상인과 아르바이트생들, 군인들, 외국인들은 서로 돕고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임신부와 어린이를 먼저 도왔고, 희생자가 될 수도 있었던 이들을 힘 모아 구조했다. 한 여성은 경찰처럼 인파의 흐름을 통제했고, 한국을 방문했던 파키스탄 출신 남자 간호사는 두 팔을 걷고 심폐소생술을 했다. 아직은 그 시간 그 장소에서의 이야기를 다 알 수 없지만 그들에게 머리를 숙인다. 그들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평안해지기 바란다.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국가가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일이다. 정부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있고, 경찰이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관련 경찰과 소방, 자치단체를 수사 중이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현장 감식이 있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도 고발이 들어갔고, 각 당이 조사와 진상규명 혹은 안전대책 마련을 위한 기구를 띄우고 논의 중이다. 국회 본회의에 국정조사요구서도 제출되었다. 하지만 정작 많은 사람들은 진정한 진상규명이 가능할지, 참사를 놓고 정쟁으로 끝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이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참사의 원인을 유족과 생존자 그리고 대다수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신뢰성 있게, 투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수사가 일단락되든 그 중간이든 간에 제기된 의혹은 한 점도 남기지 말고 조사, 확인하는 종합적인 진상규명 과정과 틀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이 없다면 정부가 몇몇 전문가들과 논의해서 마련할 예정인 이런 저런 대책도 사상누각일 뿐이다. 뿐만 아니라 혹여 진상규명 과정이 정치·진영적 이해가 반영되는 것처럼 보인다면 이는 또 다른 장기적 사회갈등의 씨앗을 남길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과거 중대한 사회적 참사의 조사 과정과 결과를 놓고 희생자 가족의 고통이 길었던 경우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덧붙여 진상 조사와 피해 지원, 추가 안전 대책 등 모든 단계에서 우리 공동체의 모습인 다양성이 반영되어야 한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어린이와 노인 그리고 여성들의 생존율이 더 낮다는 것은 이미 국내외적으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엔 외국인 희생자도 많았다. 하지만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과 기본계획은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을 중심으로 안전취약계층을 정의하고 물품·환경지원이나 교육 대상 정도로만 보고 있다. 다양한 안전취약계층에 대한 고려는 구조 지원과 사후 지원 등 모든 과정에 통합되어 있어야 한다. 먼저 다양한 희생자와 생존자 상황에 대해 조사단계에서부터 세심히 살펴야 할 것이고 법령 개정도 필요해 보인다.

리더십은 신뢰를 기반으로 그 힘을 발휘하고 신뢰는 투명성과 책임성에서 나온다. 이번 참사로 잃어버린 국가의 신뢰 회복은 리더들이 스스로의 책임을 어떻게 보는가에 달려 있다. 시민들은 책무를 다했다. 늦었지만 이젠 리더들이 결과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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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순 국회의정연수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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