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경제팀 위기의식 부족…정치권 비토크라시 문제"
'민간 주도 역동 경제' 특별한 진전 없어
미·중 갈등서 틈새 시장 공략해야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윤석열 정부는 경제 위기의식이 부족하고 대응도 사후약방문식이다. 돌멩이 하나에 파도가 출렁일 정도다. 무조건 거부하고 보는 정치권의 비토크라시(vetocracy, 극단적 파당정치)도 문제다."
Q. 윤 정부 경제팀이 출범 6개월을 맞았는데 평가를 한다면.
A. 정부는 ‘민간 주도 성장으로 역동적인 경제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특별한 진전이 없다. 경제 위기의식이 부족하고 안일하게 대응해왔다. 위기를 막으려면 대응책을 선제적으로 내놓아야 하는데 대응책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사후약방문식이다. 글로벌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위기를 정확히 진단하고 처방을 내릴 뿐만 아니라 선제적으로 조처해서 막는 것이 중요하다. 레고랜드 사태는 우리 경제가 내부적으로 취약한 상태라는 것을 보여줬다. 돌멩이 하나 던지는데 파도가 일 정도다. 윤 정부 들어 비상경제장관회의·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등이 수시로 열리면서 ‘비상’회의가 ‘상임’회의가 돼가고 있지만 성과는 크지 않다. 레고랜드발 자금경색도 정부가 뒤늦게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나서면서 사태 진정에 나섰지만 구조적으로 이번 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문제를 사전에 진단하고 효과적인 대응책을 적시에 내놓아 위기를 해소해 나가야 한다.
Q.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한국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A. 미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예상 밖의 선전을 했지만 ‘아메리카 퍼스트’로서 자국 산업 보호 우선주의와 미·중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딜레마에 빠진 한국은 세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첫 번째 경제외교 강화다. 중국은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이지만 우리나라는 중국의 최대 수입국이기도 하다. 두 나라 경제가 상생관계인데 미·중 갈등에서 우리나라를 왜 희생양으로 삼느냐는 논리를 펼 수 있다. 보복이나 불이익을 주면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긴밀한 관계를 이어나가야 한다. 두 번째는 틈새시장 공략이다. 미국이 중국 상품을 수입하지 않고, 중국은 미국 상품을 배제하면서 양쪽의 틈새시장이 생기는데 우리가 그 틈새를 메운다면 기회가 될 수 있다. 세 번째는 기술선점이다. 반도체, 드론, 항공기술, 인공지능(AI) 등 첨단분야 기술을 선점해 기술주권을 확보해야 한다. 첨단기술을 선점하면 경제는 물론 안보에서도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압박이나 보복 대신 지원을 요청받는 위상이 될 수 있도록 기술선점에 나서야 한다.
Q. 현 정부가 법인세 인하 등을 추진하지만 야권의 반대가 심하다.
A. 상대방의 정책과 주장이라면 일단 거부하고 보는 정치권의 ‘비토크라시(vetocracy)’가 문제다. 세계 경제는 그야말로 전쟁 상황이다. 경제전쟁 시대 경제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게 기업인데 다른 나라보다 조세 부담이 높다면 전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 세율은 2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법인세 최고 세율 21.2%보다 높다. 외국기업은 국내에 투자하지 않고, 국내 기업은 해외로 나간다. 야당은 ‘부자감세’라며 반대하는데, 우리나라 경제가 대기업이 끌고 가는 구조다. 상위 1% 기업이 내는 법인세가 전체 법인세의 80% 이상이 된다. 경제구조가 그런 것이지 특정 기업한테 혜택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대기업의 문제는 세제 차원보다는 공정거래 차원에서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제전쟁 시대 무기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법인세 인하는 필요하다. 경제살리기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 불필요한 정쟁을 멈춰야 한다.
Q. 미국의 긴축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물가와 성장 갈림길에서 한국은행 통화정책 운용 어려움이 커지는데.
A.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에 진입하면 통화정책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함정에서 탈출하려면 공급 측면의 정책이 필요하다. 기업투자 활성화, 고용창출 등을 통해 산업이 발전하고 경제가 성장하면 경기 침체를 해소할 수 있다. 특히 산업발전의 기반이 되는 것이 금융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시중에 유동성이 많이 풀렸는데, 돈이 산업발전이나 기업투자로 가지 않고 부동산·증권으로 흘렀다. 그렇다 보니 경제가 거품으로 들뜨고 체질은 악화한 것이다. 사람이 건강하려면 혈액순환이 잘돼야 하듯 피가 한 군데 몰려 있으면 뭉쳐서 터질 수 있다. 시장 경제에서 돈의 흐름이 중요한 이유다. 기업 투자 활성화와 산업 발전에 돈이 흐를 수 있도록 금융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 한·미 간 벌어지는 금리차로 자본유출 걱정이 커지고 있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살아있느냐 하는 것이다. 산업을 발전시키고 활성화해서 외국 자본이 투자하는 경제가 되는 것이 궁극적으로 더 중요하다.
Q. 무역적자가 8개월 연속 누적되고, 올해 연간 무역수지는 14년 만에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A. 1997년 외환위기 직전에 우리니라 무역적자는 206억달러, 2008년 금융위기 때 무역적자는 133억달러였다.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376억달러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1996년(206억2400만달러)을 훨씬 웃도는 상황이다. 한국 경제는 수출로 먹고사는 구조인데 성장엔진이 꺼지고 있다.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는 것도 숙제다. 새 정부의 첫 예산안은 639조원 규모로, 올해 본예산보다 5.2% 많다. 정부는 긴축이라고 하지만 긴급한 상황이 발생해서 추가경정예산 나타나면 팽창 예산이 될 것이다. 꼼꼼히 따져보면 대선 공약 사업 등 선심성 지출이 많다. 지금 경제 상황에서는 지출을 더 줄여야 한다.
Q. 가계부채가 폭증하면서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데.
A. OECD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6.6%로, 26개 주요국 가운데 5번째로 높다. 가계부채가 1869조원, 기업부채가 2476조원이다. 정부부채도 1075조원에 달해 국내총생산(GDP)의 50%가 넘는다. 규모보다 더 큰 문제는 지나치게 빠른 증가 속도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가계부채는 연쇄부도의 뇌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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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국경제가 전환점을 마련을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A. 부실산업과 부도기업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구조개혁이 시급하다. 규제·노동·금융·정책개혁도 이뤄져야 한다. 네거티브 규제시스템으로 전환해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경직성이 심각한 노동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금융 역시 개혁의 대상이다. 현재 금융은 ‘돈장사’에 빠져있지 경제를 발전시키는 금융이 아니다. 아울러 산업정책이 미흡한데, 4차산업혁명과 미래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정부의 정책개혁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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