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교수의 '정치적 올바름'
'정치적 올바름'은 인간에 관한 예의
예의를 어긴다고 그 사람의 예의를 저버리면 안돼

[서믿음의 이 책 어때] “정치적 올바름은 친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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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언어는 사고를 지배한다. 그렇기에 적확하고 윤리적으로 올바른 말을 사용해야 한다.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PC)’라고 하는 것은 그렇게 탄생했다. 말하는 사람보다는 듣는 이의 의견을 더 많이 반영한다. 선한 의도였다 하더라도 장애인을 ‘함부로’ 친구 삼는 ‘장애우’라는 표현, 특정 분야의 초보자를 일컫는 ‘~린이’라는 표현은 PC에 따르면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사례는 우리 주변에 빈번하다. 여성, 장애인, 빈곤층, 흑인 등 사회적 약자를 향한 언어적 차별과 모욕에 관한 저항 행동으로 PC가 사용된다. 대개 PC를 실행하는 쪽은 도덕적 우위를 최대 무기로 삼는다.

‘정치적 올바름’(인물과사상사)의 저자 강주만 교수는 그 도덕적 우월감이 자칫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인간에 관한 예의에서 출발한 ‘PC운동’이 예의를 지키지 않거나 소홀하다는 이유로 너무 가혹한 비판을 가함으로 오히려 ‘인간에 관한 예의’를 저버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PC의 출발은 긍정적이었다. 1980년대 미국 가지의 대학을 중심으로 전개될 때만 해도 소수자의 인권 보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성·인종·외모·신체적 차별 요인을 반대했다. 나름 큰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보수주의자들은 PC 운동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표하기 시작했다. 이에 PC 진영은 그들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판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런 대응을 과도한 반격으로 간주하고 PC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는 “PC의 생명은 겸손에 있다”며 “‘지적질’을 받고 기분이 상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PC에 관한 의견을 표명할 때는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상대방의 기분을 최대한 배려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잘난 척하며 우월한 위치에서 가르치는듯한 태도를 취하는 사람이 많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정치권에서 자행되는 PC의 오남용을 지적한다. 그는 “PC가 정치판에 들어가면 상대편을 때려눕히려는 몽둥이가 되고 만다”며 “PC를 남을 비난하고 모멸하기 위한 도구로 써먹는 이런 작태는 ‘정치적 올바름’의 좋은 뜻마저 죽이고야 말 것”이라고 경고한다.


언젠가 장애를 지닌 정치인을 인터뷰할 때였다. 나도 모르게 ‘정상인’이란 말실수를 하고 바로 사과를 했는데, 그때 그는 “괜찮다. 모르는 건 친절하게 알려주면 된다. 비장애인만 장애인을 배려할 게 아니라 장애인도 비장애인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며 웃어보였다.


그 어떤 가치든 이를 지탱하고 전하는 데 있어 중요한 건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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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올바름 |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쪽 | 1만4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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