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칼럼] 인플레이션 시대, '짠테크'와 '품앗이'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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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요즘 나는 편의점이나 식당, 카페 등에서 결제를 할 때 일일이 적립과 할인을 확인하곤 한다. 카드사나 페이 앱마다 워낙 다양한 혜택이 있다 보니, 아무 생각 없이 결제했다가는 적게는 몇 백원에서 많게는 몇천 원을 그냥 버리는 꼴이 된다고 느낀다. 건당으로는 얼마 안 할지라도, 그러한 금액을 모으면 1년에 몇십만 원 이상은 절약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일 만한 가치가 있다. 반면, 아내는 결제 시마다의 혜택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걸음 수마다 포인트를 얻는 앱을 열심히 활용 중이다. 가끔 내게 포인트를 모아 기프티콘을 받았다면서 자랑하기도 한다. 또 요즘에는 웬만한 쇼핑 사이트보다 SNS 공구가 싸다면서, 살림살이 절약에 대해 이야기해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처럼 일상에서 아끼려는 현상은 비단 우리 부부만의 일은 아닌 듯하다.


최근 인플레이션과 자산 하락, 취업의 어려움 등이 심화되면서 소비 생활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창 코로나로 거리두기가 심화되던 때는, 일종의 '보복소비'로서 사치품 소비나 전시가 크게 유행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 푼이라도 아끼고 돈을 모으자는 흐름이 다시금 확산되고 있다.

짠테크는 짠돌이와 재테크의 합성어로, 한 푼씩 아끼는 것이 곧 재테크라는 인식이 담겨 있는 용어다. 카페 대신 편의점 커피를 마시고, 외부식당 대신 학생식당이나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필수적인 비용을 줄이는 게 '짠테크'의 일종이다. 그에 더해, 각종 페이 앱이나 카드 혜택을 꼼꼼하게 따져서, 소비할 때마다 몇 %씩 적립하거나 할인받는 일에 대한 정보도 많이 공유되고 있다. 카드를 신청하면 혜택으로 페이백을 해주는 이벤트를 활용하여, 차례로 여러 카드를 신청해서 사용한 금액을 반환받는 혜택을 챙기려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또 하나 크게 유행하는 것은 SNS를 중심으로 한 '공구' 현상이다. 공구는 공동구매의 줄임말인데, 소비자들이 모여 공동으로 특정 물건을 제조사로부터 구매하기로 하면서, 유통비를 줄이고 할인율을 높이는 전략이다. 원래 이는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방식이기도 했는데, 최근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개개인들의 '공구' 개념 보다는 주로 일반적인 중개판매나 직접판매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에 따라, 다시 인스타그램 등 SNS를 중심으로 원래 '소셜커머스' 활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공구를 전문으로 하는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이 생기고 있을 정도이다.

물론, 이러한 절약정신이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긍정적인 영향만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 소비가 살아나야 생산도 많아지고, 경제가 순환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아끼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불안한 시절인 것도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때일수록 품앗이 하듯이 주위 사람들을 챙기는 일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집안에 필요없는 물건 등이 있으면, 주위에서 필요한 사람들이 있는지 살펴보는 방법도 있다. 내가 ‘재능기부’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주변인들에게 소소한 도움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물물교환이나 서로의 재능 교환에 대한 활동도 가능할 법하다.


결국, 짠테크 시대는 돈 아끼는 걸 최선의 목표로 하는 시대이기도 하지만, 돈으로만 해결했던 것을 '사람'으로 해결하는 시대가 될 수도 있다. 돈이 무서워지는 시대에는 오히려 사람이 가까워질 수도 있다. 기회가 위기라고, 이 시절을 '품앗이 삶'으로 가는 기회로 여겨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결국 시대의 위기는 늘 사람과 사람의 마음으로 이겨내야 하는 것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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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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