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람의 시니어트렌드] 인생 3막 행복엔 여가 경력 설계가 중요
‘코리아 그랜마’로 유명한 박막례 할머니는 과일 장사부터 가사 도우미, 공사장 백반집 등 50년 이상 일하며 혼자서 2남 1녀를 키웠다. 일만 하고 산 할머니가 병원에서 치매 위험 진단을 받자, 애틋했던 손녀가 나서서 휴대폰 게임을 가르쳐드리고, 급기야는 사직하고 할머니와의 여행을 떠나 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했는데 유튜브 스타가 됐다. “70대까지 버텨보길 잘했다!”라며 행복해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이 사례를 소개하는 것은, 시니어의 행복한 삶을 위해 중요한 구성 요소인 여가의 특성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영상을 살펴보면 은퇴 후 여가 생활의 설계, 여가활동의 개념과 특성, 행복한 삶과의 관계까지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손녀가 컨설턴트가 되어 할머니의 버킷 리스트 형태로 시작했다가 점점 일상생활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경험들까지 자유롭고 재미있게 이어진다. 액티브 시니어로서 은퇴 후 삶을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다. 현실적인 계모임이나 막장 드라마 품평회, 춤과 화장법, 여행, 노래 등 다채로운 여가 활동을 만날 수 있다. 여성들은 동네 커뮤니티 활동으로 다양성이 있는 편인데, 특히 남성들은 주중에는 도서관, 주말에는 등산만을 반복한다고 한다. 종종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시니어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여가생활에도 경력이 필요하다. 잘 노는 것도 숙련의 기술 영역이다. 평생 현역을 꿈꾸며 ‘일거리’를 찾았더라도 ‘할거리’와 ‘놀거리’가 적절하게 섞여야 한다. 여가는 경험재라서 해 본 적이 없으면 시도하기 어려운 특성을 갖고 있다. 또한 ‘남’보다 ‘나’의 만족과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라는 개인화가 중요하다. 그래서 단계별로 성장 과정을 거치게 되고, 어쩌다 한번하는 것보다는 주기적으로 나에게 맞는 것을 해야 한다. 노는 것은 긍정적인 활동이고 치매 예방에도 좋다고 한다.
우리의 기대수명이 길지 않던 시대에 은퇴 후의 삶은, 남은 인생, 즉 ‘여명(餘命)’이었다. 소일하며 잠시 쉬어도 된다고들 여겼다. 그러나 2022년을 살아가는 시니어들에게는 50대의 은퇴, 80대 돌봄이 필요한 시기까지만 어림짐작해봐도 10만여 시간이 넘게 주어진다. 이 '인생 3막' 시기는 놀기만 할 수도, 일만 할 수도 없는 긴 시간으로 ‘진정한 나’와 ‘삶의 질’을 추구해볼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다.
이제껏 가족과 조직을 위해 살아왔다보니 막상 은퇴하고 나면, 나 자신을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라 무기력함, 소외감 혹은 '빈 둥지' 증후군, 우울증을 앓거나 시간을 자유롭게 보내는 것을 막막하게 여긴다. 이때 중요한 것이 여가 설계이다. 여가란 무엇인가를 살펴보면, 자유로운 시간이다. 하루 24시간 중 일하고 남은 시간에서 먹고 자는 등의 필수적인 시간을 제외한 것이다. 이 자유로운 시간 동안 스스로 결정해 사회적인 여건(시간, 경제조건, 건강 수준)에 맞춰 실제 이루어지는 활동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여가는 문화예술참여 및 관람 활동, 관광활동, 휴식활동, 스포츠 참여 및 관람, 사회 및 기타 활동으로 분류된다.
전국에는 노인종합복지관은 347개소가 있고, 70대가 애용한다. 경로당은 6만4568개소로 이용연령이 80세 이상이라고 한다. 갓 은퇴해서 길잡이가 필요한 50대를 위한 시설은 부족한 편이다. 50플러스 재단이나 인생학교, 커뮤니티 모임이 있지만 젊은 시절부터 취미를 고민하고 정서 저축을 해둬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싱포골드’라는 방송에서 천안 중장년 합창단의 노래와 사연을 접했다. 노화를 가장 늦출 수 있는 부분이 목소리라는 것도 알았다. 지난 주말에는 ‘신촌동 주민센터’에서 만 80세의 드러머를 만나기도 했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일거리, 할거리, 놀거리’가 균형을 이루는 삶은 그 비율에 있어서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규격화된 가이드라인은 존재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박자를 강조하고 ‘여가(놀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가 중요해진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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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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