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니스트 펠릭스 클리저 11월 내한공연

호르니스트 펠릭스 클리저. 사진제공 = 인아츠프로덕션

호르니스트 펠릭스 클리저. 사진제공 = 인아츠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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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장애를 극복한 사람이라기보다는 한 사람의 음악가로서 청중을 행복하게, 아름다운 시간을 만들어주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독일 출신 호르니스트 펠릭스 클리저가 11월 한국 관객을 찾는다. 그는 5일 울산현대예술관 대극장, 9일 예술의전당에서 두 차례 무대에 오른다.

영국 본머스 심포니의 상주 음악가로 활약 중인 펠릭스는 태어날 때부터 양팔이 없다. 목소리를 이용하는 성악이 아닌 이상 양팔은 음악가들에게 중요한 필수 요건이다. 호르니스트들은 왼손으로는 음정을 조절하는 밸브를 누르고 오른손은 악기의 개구부(bell)에 손을 넣어 음색에 변화를 주고 볼륨의 미세한 변화를 조절한다. 그는 왼발을 이용해서 호른의 벨브를 조작하고 오른손이 해야 할 일은 모두 입술이 대신한다.


이번 리사이틀은 호르니스트들이 즐겨 연주하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작곡가들의 작품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11월 5일 울산현대예술관 대극장, 9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공연에는 ‘클래식의 통역사’로 유연한 피아니즘을 선보이는 피아니스트 조재혁이 함께한다.

펠릭스는 우연히 듣게 된 호른의 음색에 매료돼 무작정 부모님을 졸라 5세 때 처음 호른을 배우기 시작했다. 독일 중부 작은 도시인 괴팅엔에는 호른을 가르쳐줄 선생님이 많지 않았고, 5세의 나이는 길고 정교한 호흡을 요하는 호른을 다루기엔 너무 어린 나이였지만 부모는 펠릭스의 뜻을 꺾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2004년 하노버 예술대학 예비 학생이 됐고 3년 후 정식으로 입학했다. 2008년 독일 국립 유스 오케스트라에 입단했고 2011년까지 활약했다. 그는 이 시기를 두고 영국의 유명 팝스타인 스팅의 투어 콘서트, 사이먼 래틀 경과의 연주 등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가득했다고 회상한다.


2014년 에코 클래식상 시상식에서 야닉 네제-세겡의 지휘로 뮌헨 필하모닉과 생상의 ‘로망스’ 를 협연한 그는 이 무대를 통해 세계 클래식 팬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2015년 금호아트홀 연세 개관 음악제 참여를 위해 최초 내한한 그는 2018-2019년 제주국제관악제에 참여한 데 이어 이번 무대를 통해 세 번째 내한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금관악기이지만 푸근하고 따뜻한 음색을 가진 호른은 솔로 레퍼토리가 다른 금관 악기들에 비해 많은 편이고 또한 실내악 편성으로도 많은 작품이 있다. 통상 명문 오케스트라의 관악기 수준을 호른 연주자들의 실력으로 평가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호른이라는 악기가 분위기 전환이나 극적인 순간의 스토리 텔링을 맡게 되는 관현악 작곡 기법의 특징 때문이다. 또한, 악기를 연주하는 방식 자체가 어려운 것도 한몫한다.


호른은 음을 내기 위한 호흡의 정도와 그를 조정하는 입술의 완벽한 타이밍이 일치하지 않으면 쉽게 잘못된 음을 내기 쉬운 악기다. 오른손과 상반신의 자유로운 도움을 받는 다른 호르니스트들과 달리 발가락으로 연주하는 호른이 어렵진 않을까. 펠릭스는 "여러분은 긴 손가락으로 어떻게 그렇게 가는 연필을 잡나요? 사실 남들처럼 손으로 연주해 본 적이 없어서 어떤 것이 더 어려운지 모르겠어요"라고 소개한다.


펠릭스는 2013년 발표한 첫 앨범 '꿈, 호른과 피아노를 위한 낭만음악'으로 2014년 독일의 가장 저명한 음악상인 에코 클래식상에서 '올해의 영 아티스트상'을 수상했다. 그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 '각주: 세상을 정복한 팔 없는 나팔수'를 출간했고, 독일지휘자협회 음악상도 거머쥐었다. 2016년엔 독일 뤼벡의 유서 깊은 페스티벌인 슐레스비히-홀슈타인 뮤직 페스티벌에서 '레너드 번스타인상'을 수상하며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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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I(One-Handed Musical Instrument Trust)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자신처럼 양팔을 쓸 수 없는 음악가를 위해 새롭게 고안되거나 개조되는 악기를 제작 지원하는 데 힘을 보태는 그는 2018년부터 독일 뮌스터 국립음대에서 호른을 가르치고 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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