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 특별법' 국회 계류…연내 통과 기대감
관건은 '계속운전' 여부…민주당 협조 미지수
내년 미뤄지면 동력 잃어…총선 앞두고 부담

경북 경주에 위치한 동굴형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 사일로에서 천장을 올려다본 모습. 지하 130m 깊이 사일로 1개에 200ℓ짜리 방폐물 드럼 1만6500개를 처분할 수 있다. [사진 = 아시아경제DB]

경북 경주에 위치한 동굴형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 사일로에서 천장을 올려다본 모습. 지하 130m 깊이 사일로 1개에 200ℓ짜리 방폐물 드럼 1만6500개를 처분할 수 있다. [사진 =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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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정부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국회에서 특별법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폐장 구축의 법적 근거가 없을 경우 방폐물 관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R&D)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26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여당이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인 방폐장 관련 특별법은 2건이다. 이 중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마련된 법안은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이 올 8월 발의한 ‘고준위 방폐물 관리 및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방폐장 특별법)’이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같은 달 발의한 특별법은 방폐물 영구처분시설 확보 시점을 2050년으로 명시했다. 2060년께 방폐장을 확보하겠다는 정부 로드맵과 10년 가까이 차이 난다.

정부 목표는 이 의원 법안의 연내 통과다. 특별법이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면 내년부터 방폐장 확보 절차를 속도감 있기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제2차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부지 선정부터 영구처분시설 완공까지 걸리는 시간은 37년이다. 내년 초 특별법을 시행한 후 곧바로 부지 선정 작업에 돌입해도 2060년에나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할 수 있다.


영구 방폐장 어디까지 왔나…특별법 표류시 동력 상실 원본보기 아이콘


민주당 협조 필수

문제는 야당이 해당 법안을 반대할 경우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 협조를 구하지 못하면 정부 구상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또 산업부는 특별법 없이 방폐장 구축 작업에 돌입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산업부는 이미 특별법 등 법적 근거를 마련한 후 방폐장 확보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산하기관장 사퇴 종용 등 여러 의혹으로 홍역을 치른 결과다.

산업부는 특별법 연내 통과를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여당보다 앞서 방폐장 특별법을 발의했다. 원자력발전 내 사용후핵연료 포화율이 임계점에 이른 만큼 민주당도 영구처분시설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는 의미다.


관건은 원전 계속운전 여부다. 여당 발의 법안 모두 윤석열 정부의 원전 강화 기조에 기반을 두고 있다. 반면 민주당 측 법안은 지난 정부 탈원전 정책을 전제로 설계됐다. 민주당 법안이 방폐물 발생 시점을 ‘현재 건설·운영 중인 원전의 설계수명 기간’으로 규정한 이유다. 해당 법안대로면 현 정부 원전 정책 핵심인 계속운전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경북 경주에 위치한 동굴형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 사일로. [사진 = 이준형 기자]

경북 경주에 위치한 동굴형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 사일로. [사진 = 이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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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랭한 정국도 변수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민주당은 정부의 협치 의지를 문제 삼고 전날(25일)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 시정연설을 전면 보이콧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야당이 현 정부 핵심 기조가 반영된 특별법에 협조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별법이 연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 정부가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당 입장에서 특별법 제정이 총선을 앞둔 내년으로 미뤄질 경우 정치적으로 민감한 방폐장 관련 사안을 계속 추진하는 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고리 원전은 물론 한빛·한울 원전에도 사용후핵연료을 임시 보관하는 건식저장시설을 새로 짓는 만큼 정부의 방폐장 확보 의지가 약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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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 제정이 늦어질수록 방폐장 기술력이 뒤처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부에 따르면 국내 고준위 방폐물 처분 기술은 스웨덴, 핀란드 등 선도국 대비 57.4%에 불과하다. 세계 최초로 방폐물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한 핀란드와의 기술격차는 8.7년이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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