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쓰던 시스템은 사용 중단됐고, 새로 개통한 시스템은 툭하면 에러가 나 반 포기 상태예요. 엑셀파일 다운받아서 일일이 수기로 관리하고 있죠."
수화기 너머 구청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 A씨의 목소리엔 피곤함과 짜증이 잔뜩 묻어났다. 업무 특성상 각종 민원과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온 게 한두 해가 아니건만, 이번처럼 주먹구구식 행정 처리가 언제쯤 해결될지 가늠조차 안 되긴 처음이라며 긴 한숨이 이어졌다.
정부가 빠르고 효율적인 복지 행정을 지원하고 더 촘촘하게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겠다며 추진해 온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이 지난달 6일 개통 이후 두 달이 다 되도록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의 사회복지시설에선 이 시스템을 통해 각종 복지수당을 신청하고 각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이를 심사해 수당을 지급해야 하는데, 시스템상에서 잦은 오류가 잇따르면서 일련의 업무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무엇보다 매달 정부 지원을 받던 취약계층 국민들이 제때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받지 못하면서 생활의 불편을 넘어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차세대 복지시스템은 저소득층·장애인·노인·아동·의료 등 사회보장급여 수급자 2200만명이 이용하는 정부 시스템 5개를 좀 더 간소화해 3개 사이트로 통합하는 대규모 정부 프로젝트다. 지난 3년간 1220억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개통 첫날부터 사회복지시설용 업무지원 시스템에서 보조금 신청 등의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고, 기초생활수급자 대상 생계급여, 주거급여 등이 누락되거나 적게 지급되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달 20일, 개통 후 두 번째 복지급여 지급일에도 일부 수급자들이 급여를 지급받지 못하면서 현장의 혼란은 계속됐다. 신청자의 소득과 자산 자료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기면서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선정이나 대학생 국가장학금 산정 결과 등도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일차적인 책임은 시스템 개통 준비가 덜 된 것을 알고도 무리하게 오픈 일정을 강행한 복지부에 있다. 성과 올리기에 급급한 공무원들의 '탁상복지'가 이 같은 참사를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현재까지 접수된 오류 외에도 앞으로 더 많은 문제들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선 현장에선 차라리 이전에 사용하던 시스템을 다시 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한탄마저 들린다.
신기술·신사업 관련 공공사업엔 반드시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도록 한 사업 방식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시스템 개발자 343명 중 307명이 퇴사했을 정도로 인력 유출도 심각했다. 정부 국책사업의 설계와 관리가 그만큼 허술하고 미비했다는 방증인 셈이다. 복지부가 이제 와 추가 인력을 투입해 시스템 오류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상당수 개발자들은 "누가 저런 (실패한) 프로젝트에 들어가 고생을 사서 하겠느냐"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현장에선 잊을 만하면 또 다시 안타까운 취약계층의 비극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복지시스템의 오류가 행여 더 큰 복지 공백을 야기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기존 취약계층 관리에 구멍이 생긴 와중에 새로 복지 혜택을 받아야 할 국민을 찾아 챙기고 돌볼 여력이 있을 리 없다. 25일은 국민 약 922만명(지난달 기준)에게 기초연금, 아동수당, 양육수당 등 7종의 급여가 지급되는 날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놓인 국민들이 최소한의 일상마저 위협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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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경 바이오헬스부 차장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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