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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엔·달러 환율이 150엔대를 돌파, 엔화가치가 32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상 초유의 엔저 사태에 일본 내에서는 오랜 디플레이션으로 취약해진 일본 경제구조가 다방면에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150.19엔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달러당 엔화 가치가 장중 한 때 150.08엔을 기록하며 150엔선을 돌파한 이후 엔·달러 환율 150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달러당 엔화 가치가 150엔대 이하로 떨어진 것은 1990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엔저, 日 경제 전반에 타격…악순환 우려= 니혼게이자이는 사상 초유의 엔화 약세가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를 확대해 엔저현상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기업들이 생산 거점을 해외로 옮기면서 엔화 약세가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출 기업에 유리하게 적용되는 구조가 이전처럼 통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혼다의 경우 2010년대부터 생산 기지를 대거 해외로 이전하고 원자재 조달은 남미 등지에서 달러로 거래하고 있다.

일본의 야마토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2000년대 당시에는 엔화 가치가 달러대비 1엔 하락할 경우 기업의 경상이익이 0.7%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으나 현재는 그 효과가 0.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의 급등한 상황에서 엔화가치가 하락하며 무역수지 적자 확대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 재무성이 20일 발표한 올 상반기 무역수지는 11조 75억엔 적자로 1979년 이후 역대 최대 적자 기록했다. 이 중 에너지 가격 급등과 엔저 현상이 겹쳐지면서 전년대비 수입액(60조5837억엔)이 무려 44.5%가 증가했다. 수출액의 증가폭은 19.6%에 불과했다.


이처럼 무역수지 적자폭이 확대될 경우 엔화의 매도세는 더욱 가속화되며 엔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는 '엔저 악순환의 굴레'에 빠지게 된다.


엔화 가치 하락은 식량 수입과 노동인력 확보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의 식량 자급률은 40%에 불과하며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90%에 달한다"며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식량 수입 비용이 국외 소득 유출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또한 환율 상승으로 베트남 등 해외에서 유입되는 노동자 수가 줄어들면서 노동력 충당에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협력기구(JICA)의 통계에 따르면 일본정부가 내세우는 경제 성장 목표를 달성하려면 2040년까지 현재보다 약 500만명의 노동인구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엔화 가치 하락으로 해외 노동자들의 일본으로 이주 할 요인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초저금리 통화정책, 일본 경제 취약한 원인 지적=최근들어 강달러 기조에 세계 여러국가의 통화가치 하락이 문제시 되고 있지만 일본 경제가 유독 맥을 못추는 이유는 정부의 잘못된 통화 정책에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저금리 정책으로 기업들이 쉽게 자금을 융통받게 되면서 내실을 기르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일본은행은 디플레이션을 해소하고 소비를 장려하겠다는 취지에서 2016년부터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오랜 저금리 기조로 자생 능력이 없는 기업이 살아남게 되면서 갱쟁력 있는 기업에 인력과 자금이 돌아가지 못하는 악효과가 발생했다"며 "일본 경제의 신진대사가 약해지면서 기업 경쟁력 전체가 악화되는 덫에 빠졌다"고 밝혔다.


일본의 국력 약화도 엔화 가치 하락에 일조했다는 시각도 있다. 일본의 기업과 기술에 대한 권위가 하락하면서 일본 시장에 대한 기대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일본국제통화연구소의 와타나베 이사장은 아사히 신문에 "우크라이나발 에너지 위기와 식량문제가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시장이 일본 국력과 경제의 장래성에 대한 취약함을 파악하게 됐다"며 "이러한 시장의 분석이 엔화가치 하락에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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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일본 정부가 일시적으로 엔화 매입에 나서기보다 국력 강화를 위한 장기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와타나베 이사장은 "정부가 180조엔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엔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는 것은 무리"라며 "기업이 이익을 비축하기보다 임금을 올리고 상여금을 지급하게 만들어야 하며 정부는 세금을 활용해 분배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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