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금 이용료율 0%대…증권사 '역머니무브' 자초
55개 사 평균 0.32% 불과…KB증권 1.03%로 가장 높아
이용료율, 기준금리 아닌 한국증권금융 수익률로 산정
은행계좌로 자금 빠져나가
[아시아경제 이명환 기자] 기준금리가 3%를 돌파하면서 고금리 시대가 막을 열었지만, 투자자들이 맡긴 돈에 증권사들이 주는 이용료율은 여전히 0%대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이 잇따라 높은 이율을 내건 예금 상품을 출시하는 데 반해 예탁금 이용료율은 저리를 유지하면서 증권사 스스로 ‘역머니무브’를 자초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국내 증권사들의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은 대부분 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에 예탁금 이용료율을 공시한 55개 증권사들의 평균 이용료율은 0.32%에 불과했다. 55개 증권사 중 단 4곳만이 1%대 이용료율을 제공했다.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KB증권이 1.03%의 이용료율로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그 뒤를 토스증권(1%)과 미래에셋증권(0.75%), 신한투자증권(0.55%) 등이 이었다. 반면 대신증권, SK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의 이용료율은 0.1%에 불과했다.
증권사의 투자자예탁금 이용료는 시중은행의 예금 이자와 비슷한 개념이다. 증권사는 고객이 증권계좌에 맡긴 금액을 한국증권금융에 예치해 수익을 얻는다. 증권사가 이렇게 얻은 수익에서 인건비 등 비용을 제외한 뒤 고객에게 지급하는 것이 투자자예탁금 이용료다.
증권사들의 예탁금 이용료율은 국내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이 최대 4%대의 이율을 제공하는 것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1금융권 시중은행 19곳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상품 39개의 평균 기본이율은 3.45%에 달한다. 금리가 가장 높은 Sh수협은행의 ‘헤이(Hey)정기예금’은 4.80%의 기본 금리를 제공한다. 일부 인터넷 전문은행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이른바 ‘파킹통장’ 계좌에도 2%대 금리를 제공한다. 은행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현재 3%인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기조를 고려하면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처럼 시중은행의 금리가 높아진 만큼 투자자들이 이율이 낮은 증권계좌에 예탁금을 두기보다는 은행계좌로 옮기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역머니무브는 투자자금이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서 예금이나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움직이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맡기는 예탁금 규모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8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49조695억원인데, 이는 올해 평균 예탁금인 59조1769억원보다 17%가량 감소한 수치다. 투자자예탁금은 올해 초 74조원 수준에서 정점을 찍은 뒤 우하향하는 추세를 나타낸다.
증권업계는 예탁금 이용료율이 기준금리가 아닌 한국증권금융의 수익률을 기준으로 산정된다고 설명한다. 한국증권금융에 예탁금을 예치해 얻는 수익률을 기반으로 증권사가 제반 비용을 뺀 뒤 예탁금 이용료율을 결정한다는 것. 다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일부 증권사들의 이용료율은 과도하게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료율 산정 기준이 되는 한국증권금융의 예탁금 운용 이익률(이자율)은 지난 9월 기준 2.446%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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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증권사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예탁금 이용료율을 대폭 올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하나의 수익원이 되는 예탁금 이용료를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며 "예탁금 이용료율 인상은 결국 증권사 선택에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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