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16번의 이사회…15번 서면개최한 서민금융진흥원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서민금융진흥원이 지난해 16번의 이사회 중 15번을 서면 개최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원들이 주요 안건과 논의를 문서로 주고받았다는 뜻이다. 상위기관인 기획재정부에서는 “지배구조와 관련된 개선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꼬집었다.
서면이사회가 불법은 아니다. 관련 지침에는 서면이사회에 대한 근거가 있다. 서금원은 “코로나19로 대면회의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공기관 이사회의 원칙은 대면이다. ‘서면 이사회는 불가피한 경우 최소한도로 운영’해야 한다. 한해 이사회 대부분을 서면 대체한 건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
정부가 공공기관 이사회의 원칙을 대면으로 정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이사회는 기관에서 중요한 정책 사항을 의논·결정하고 독단적인 경영을 견제·방지하는 기구다. 정책을 꼼꼼히 다듬고, 혹 있을지 모를 부작용을 방지하며, 토론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마지막 절차다. 이는 정책을 주도한 임원의 생각을 직접 듣고 의견을 나눌 때 가능하다.
서금원의 서면이사회에서는 생산적인 논의를 찾기 어렵다. 15번의 서면이사회 중 참석자의 발언이 담긴 건 한 번뿐이다. 이마저도 “햇살론 카드의 정책효과가 기대된다”는 상임감사의 자화자찬식 평가였다. 기관과 서민의 삶에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 미소금융, 햇살론, 중장기 계획 등이 서면이사회에서 별다른 논의 없이 통과됐다. 이사회의 본래 기능이 유명무실했다.
그런데도 서금원 임원들의 성과급과 총연봉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기관장의 지난해 연봉은 2억6629만원이다. 기본급이 1억5661만원이었는데 올 예산에는 2억1200만원으로 대폭 올랐다. 감사와 이사의 연봉도 2억원이 넘었는데, 예산안에 반영된 기본급은 4000만원 넘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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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기업과 기관에서 사고가 터지면 늘 지배구조부터 먼저 지적했다. 각종 사고의 배경에 이를 예방하지 못한 시스템과 임원의 책임이 있다는 공통의식 때문이었다. 투기 의혹으로 곤욕을 치렀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사회 10번 중 절반을 서면으로 대체해 질타받았던 건 우연이 아니다. 공공기관 이사회가 본모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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