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시그넷, 미국 텍사스에 첫 전기차 충전기 생산공장 설립

대지 1만5000평 규모
연 1만기 이상 생산 가능
올해부터 생산 착수
2023년 2분기 전량 생산 목표

SK시그넷 미국 텍사스주 생산공장 이미지. 사진제공=SK시그넷

[아시아경제 최서윤 기자] SK그룹의 전기차 충전기 제조·판매 업체 SK시그넷이 국내 충전 인프라 기업으로선 처음으로 미국에 전기차 충전기 생산 기지를 구축한다.

SK시그넷은 12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텍사스주에 전기차 초급속 충전기 생산공장 신설을 결정했다. 1500만달러(약 214억원) 규모의 초기 투자 후 생산량 증대에 따라 추가 투자를 검토할 계획이다.

SK시그넷은 이번 미국 공장 신설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가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한 특별법'(National Electric Vehicle Infrastructure Formula Program·NEVI)을 제정했고, 올해 8월 시행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에도 전기차 충전소 구축 시 세제 혜택을 포함했다.

미국 정부는 NEVI 프로그램에 2030년까지 약 50억달러(약 7조1000억원) 규모의 보조금 예산을 책정했다. 고속도로 약 80㎞마다 급속 또는 초급속 충전소를 설치해 미국 전역에 총 50만개의 충전소를 구축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NEVI 정책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충전기 제품의 미국 내 생산이 필수다. SK시그넷은 미국 공장 구축으로 NEVI 보조금 정책의 혜택을 받게 될 몇 안 되는 기업이 됐다.

'국가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한 특별법' 요구사양인 600kW급 충전소와 기존 SK시그넷 주력 제품 비교. 사진제공=SK시그넷

NEVI 정책에 따라 구축되는 충전소는 미국 내 생산뿐 아니라 기술적으로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현재 NEVI에서 요구하는 기준은 충전소당 600kW 이상의 전력 용량과 4기 이상의 디스펜서가 각각의 차량을 150kW 이상의 전력으로 동시에 충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전력을 자유롭게 배분할 수 있는 기존 SK시그넷의 주력 제품과 구성이 유사하다.

SK시그넷은 350kW 용량의 파워캐비넷 1대에 175kW급 디스펜서 2기 또는 350kW급 디스펜서 1기로 구성된 제품을 주력으로 판매해왔기 때문에 경쟁사 대비 선도적인 기술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시그넷의 텍사스 공장은 올해부터 생산에 착수해 2023년 2분기 내에는 생산라인 전량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장 규모는 대지 면적 4만96000㎡(1만5000평), 건물 면적 1만3000㎡(4000평) 규모로 동일 부지 내 1만㎡(3000평)의 추가 증축도 가능하다. 현 규모로는 미국 내에서만 연 1만기 이상의 충전기 생산이 가능해 SK시그넷은 한국, 미국을 포함해 연간 2만기 이상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다. 미국 공장 증축 시 생산 여력은 연간 총 3만기 이상이다.

신정호 SK시그넷 대표는 “이번 미국 공장 설립으로 미국 정부가 시행하는 NEVI에 부합하는 제품을 경쟁사 대비 한발 앞서 미국 현지에서 생산함으로써 북미 초급속 충전 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굳힐 것” 이라고 말했다.

김희욱 SK시그넷 연구개발본부장(CTO)은 “20여년간 축적한 한국의 제조 기술과 경험을 미국공장에 이식하고 신속히 미국 내 부품 공급망을 구축해 미국공장을 조기에 안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