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원숭이, 액세서리" 등 동료 의원 아들에'인종차별'한 LA 시의장 결국 사퇴
인종차별 막말 담긴 녹음파일 온라인 게시판에 유출
히스패닉계 동료의원들과 험담 중 인종 차별 및 동료 의원 욕설 녹취돼
"사과로는 부족, 사임하겠다" 밝혀...의원직은 유지
미 로스앤젤레스 시의회의 누리 마르티네스 의장이 다른 히스패닉계 의원들과 인종차별적 발언과 거친 욕설을 한 녹취기록이 공개된 후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뉴욕에서 일어난 인종차별 시위. 사진은 본 사건과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방제일 기자] 미 로스앤젤레스 시의회의 누리 마르티네스 의장이 다른 히스패닉계 의원들과 인종차별적 발언과 거친 욕설을 한 녹취기록이 공개된 후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LA타임스는 9일(현지시간) 'LA시의원들 동료에게 인종차별 발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마르티네즈(6지구) 시의장과 드레온(14지구), 길 세디요 시의원(1지구)이 마이크 보닌 시의원(11지구)이 입양한 흑인 아들을 "액세서리(accessory), 작은 원숭이(little monkey)"로 비유하는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이 기사는 당시 녹취록을 토대로 이들이 지난해 10월 론 헤레라 LA카운티노조연맹 위원장과 가진 모임에서 보닌 시의원의 뒷담화에 열을 올렸다고 밝혔다. 특히 마르티네즈 시의장은 이 자리에서 보닌 시의원을 가리켜 "미친X(little bitch)"이라고 표현했으며 보닌 시의원의 어린 흑인 아들까지 깎아내렸다고 덧붙였다.
드레온 시의원 또한 보닌 시의원의 아들에 대해 마르티네즈 시의원이 루이비통 핸드백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아들을 액세서리 취급한다고 비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드레온 시의원은 보닌 시의원을 "4번째 흑인(시의원) 멤버"라고 표현했다.
나아가 이들은 LA에서 멕시코와 한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 대해 "새카맣고 키가 작은 사람들이 많다”는 등 인종차별적 비아냥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 어떤 마을에서 왔는지, 어떻게 여기 도착했는지 모르지만 모두 추하게 생겼다"며 외모 비하 발언을 하기도 했다.
◆ 새 지역구 조정안에 불만 표출 과정에서 드러난 인종차별
보도에 따르면 이들 3명의 시의원은 당시 LA시 선거구 재조정위원회가 제출한 새 조정안을 놓고 불만을 표출하던 과정에서 인종차별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LA시 라틴계 인구가 50%에 가깝지만, 라틴계 시의원은 15명 중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을 못마땅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보닌 시의원 뒷담화에 이어 그의 흑인 아들까지 깎아내린 것은 사우스 LA를 지역구로 둔 흑인 시의원에 관해 대화하던 중에 나왔다. 특히 이들은 대화에서 USC와 익스포지션 파크 등 상권이 큰 지역을 흑인 시의원 관할이 아닌 라틴계 시의원 선거구로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라틴계 시의원들이 나눈 1시간 분량 녹취는 누군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 공개해 알려졌다. 이 녹취록은 거의 한 시간 길이로 지금은 자격이 정지된 사용자가 레딧에 공유했다. 누가 이 대화를 녹음했는지, 그 밖에 누가 함께 있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관련 게시물은 비공개 상태다.
◆ 마르티네즈 LA 시의장 "변명의 여지 없어...의장직에서 즉각 물러난다"
녹취록이 공개된 후 보닌 시의원과 남편 션 아리안은 성명을 발표하고, 마르티네스 의장과 다른 의원 2명의 즉각 사임을 요구했다. 그들은 "녹음된 대화 전체를 볼 때 추악한 반 흑인 정서와 흑인들의 LA 의회 진출을 약화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가득했다"고 지적했다.
보닌 시의원은 LA타임스 인터뷰에서 "(그들의 대화가) 역겹고 마음이 아플 정도로 화가 난다. 나를 공격하는 것은 괜찮지만 아들은 왜 건드리나. 당시 내 아들은 세 살도 안 됐다"며 동료 시의원들에게 받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LA타임스 기사가 보도된 뒤 마르티네즈 시의장과 드레온 시의원은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마르티네즈 시의장은 9일 "내가 말한 표현의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 미안하다"며 "유색인종에게 잠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거구 재조정 과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대화"라고 해명했다.
드레온 시의원 또한 “당시 대화에서 나눈 표현은 전적으로 부적절했다. 동료 의원과 그의 가족에게 한 표현을 후회한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고, 결국 라틴계인 누리 마르티네스 시의회 의장은 1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내 발언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의장직에서 즉각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삼성 주춤하자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1년 만에 흑...
한편 이민 노동자 집안의 딸로 '유리 천장'을 깨고 성공한 여성으로 꼽히는 마르티네스는 2013년 시의원에 당선됐고, 2020년 라틴계에선 처음으로 시의회 의장에 선출됐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