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다이어리] 중국 생활은, '표준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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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지난 8월 20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격리하는 동안, 각오 이상으로 난관이 많았다. 동반 입국한 가족과 찢어져 격리된데다, 시설과 식사는 무척 부실했다. 매일 두 번의 자가진단 설문 제출, 이틀에 한 번 꼴 핵산 검사의 반복. 중국어로 된 각종 공지와 서류제출 요구는 시도때도 없어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무언가를 놓치면 나와 가족이 여기서 제 때 나갈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격리소 내 전원이 모인 위챗(카카오톡과 유사한 중국의 메신저)방에서 모두가 우왕좌왕하던 그 때, 역시나 격리중이던 A가 한·중 통역을 돕겠다며 자진해서 나섰다. 나 역시 A의 도움을 받았고, 따로 통성명을 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격리 기간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관리직원인 B의 권위적 태도였다. B는 마치 수용소의 죄수 다루듯 나와 가족들을 대했고, 우리를 바로 앞에 세워두고 험담을 하기도 했다. 무척 기분이 상해 그 자리에서 항의했지만, 사과는 받지 못했다. 격리소에서는 추후 격리비용의 영수증 조차 제 때 끊어주지 않아 애를 먹였다.

열흘간의 격리를 모두 마치고 생활기반을 마련해갈 무렵, 산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최신 기종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 중국에서 휴대전화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기백만원의 기기와 내부 정보 그 이상의 상실이다. 가장 큰 것은 ‘이동의 자유’. 작은 식당 조차 72시간 내 핵산 검사 결과를 휴대전화로 증명해야만 출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외신 기자증 신청부터 등기까지 서둘러야 하는 내게는 감당하기 힘든 악재였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내 번호로 전화를 걸었는데, 웬걸. C가 받았다. 우리집에서 무려 한시간 거리에 산다는 C는 반짝이는 외제차를 몰고와 본인이 길에서 주운 내 휴대전화를 가져다줬고, 미리 마련한 사례비 봉투를 한사코 거절한 채 유유히 떠났다.


베이징 번화가인 왕징소호의 모습. (사진= 김현정 기자)

베이징 번화가인 왕징소호의 모습. (사진=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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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배달앱의 천국. 1000원 안팎의 배달료만 내면 장도 대신 봐주고, 커피도 사다주고, 양꼬치 앤 칭따오도 가져다준다. 그런데 이용할수록 자꾸만 탈이 생긴다. 어느날은 문 앞에 봉투를 걸어둔 사진과 함께 ‘배송됐다’고 문자가 왔으나, 어쩐지 처음보는 현관이다. 배달기사 D에게 문자도 보내보고, 전화로 설명해보고, 따져도 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나도 기억이 안나니, 한 번 주변을 찾아보라’였다. 비슷한 일은 몇 번 더 일어났다.

"중국 생활 좀 어때?". 시시콜콜한 일상을 공연히 적은 이유는, 입경 50일을 넘겨가는 내게 지인들이 종종 묻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다. 이곳의 생활은 이러하다. 하루 걸러가며 좋은 사람, 별로인 사람을 경험하며 지낸다. 예상했겠지만 A, B, C, D는 모두 중국인이다. 전례없이 빠른 생활양식 변화와 점점 더 커지는 빈부격차는 2200만 베이징인들을 통틀어 설명하기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여기 사람들은 대체로 어떠하다, 어느정도를 기대하면 된다라고 뭉뚱그려 전할 표준이 없다. 베이징 생활 꽤 괜찮네 싶다가도 어떤날은 거친 불합리와 불편에 진이 빠진다. 이 점이 꽤 오랫동안 중국에 대한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게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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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임 대관식을 앞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공동부유(共同富裕)’를 자주 말한다. 이 슬로건은 문자 그대로 모두 다 같이 부유하게 잘살자는 의미다. 공동부유가 중국인들의 ‘표준’을 끌어올리는 한 수가 될지, 심화한 사회주의와 통제의 명분이 될 지를 이곳 현장에서 지켜 볼 계획이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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