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경기도 화성시 비봉면 수라청연합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관계자가 수매한 벼를 살펴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해 12월 경기도 화성시 비봉면 수라청연합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관계자가 수매한 벼를 살펴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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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세종=손선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쌀 시장격리 의무화’ 관련 법안이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에 초비상이 걸렸다. 매년 수천억원의 혈세가 ‘남아도는 쌀’을 무조건적으로 사들이는데 쓰일 수 있어서다. 변화된 식습관으로 갈수록 쌀 소비는 줄어드는데 이처럼 시장논리를 무시한 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 쌀시장의 구조적 공급과잉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쌀 시장격리 의무화’ 내용이 담긴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지난 15일 민주당 단독 의결로 상임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뒤 내주 전체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27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강행 처리할 방침이다.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핵심은 ‘쌀값 방어’다. 한국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05년 80.7㎏에서 지난해 56.9㎏에 그치는 등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그럼에도 쌀값은 오히려 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수확기 산지쌀값은 2016년 3만2452원(20㎏)에서 지난해 5만3535원이다. 해마다 수급상황에 따라 가격에 부침은 있었으나, 추세적으로는 오른 셈이다. 이는 정부가 쌀 초과물량을 해마다 사들인 결과로, 법안은 아예 이를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시장논리 무시한 巨野 '쌀 격리 의무화' 추진…매년 수천억 혈세 증발 원본보기 아이콘


이는 당장 쌀 농가에는 도움이 될 지 몰라도, 중장기 농업산업 차원으로 보면 부작용이 적지 않다. 전한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2000년대 이후 구조적 공급과잉이 심화되는데, 정부가 의무격리를 하면 오히려 ‘쌀을 더 심으라’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며 "결국 쌀값이 (수요와 관계없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된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재원이다. 정부는 이미 쌀 시장격리가 이뤄진 해에 5000억~1조원 규모의 재정을 지출했다. 정부는 지난해 초과생산된 쌀 37만t을 시장격리하는 데에만 약 7800억원의 혈세를 썼다. 이르면 오는 25일께 당정협의를 열고 올해 생산된 쌀 초과분에 대해서도 매입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시장가격으로 쌀을 사서 보관하다 사료용으로 헐값에 팔면 결과적으로 수천억원의 재정이 증발해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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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공급과잉은 이미 하루이틀 문제가 아닌 만큼 정부도 전략작물직불제 등 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쌀 격리가 의무화될 경우 여기에 재원이 집중돼 정책적 운신폭이 좁아지고, 스마트팜 등 미래산업 투자도 위축될 수 있다. 전 식량정책관은 "쌀 격리에 들어가는 예산이 점점 커질 경우 공익직불금 예산도 잠식할 것"이라며 "청년농 육성 등 미래사업 투자도 제약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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