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 공연장 모인 사람들…노래 맞춰 형광봉·부채 흔들어
코로나19 때 성장한 라이브 아이돌 시장…"일본 향할 수요 국내로"
수익 대부분 다음 공연 준비에 쓰여
"편견보다는 격려해주길"

추석에 라이브 아이돌 보기 위해 모인 100명…한가위 소망은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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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한가위에 서울 합정역 인근 지하 공연장에 10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일명 '라이브 아이돌'을 만나려 드레스코드에 맞춰 한복을 입었다. 사람들은 무대를 기다리며 라이브 아이돌들이 주로 소통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를 보고 있거나 친구들과 아이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오후 2시30분께 공연장의 조명은 꺼지고 라이브 아이돌 그룹 '코레와 코레다'가 신나는 음악과 함께 무대 위에 올랐다. 짜여진 안무로 춤을 추며 일본어로 노래를 부르자 관객들도 무대 앞에 모여 각자 가져온 형광봉과 부채를 흔들며 열광적으로 공연을 즐겼다.


이날 공연에는 5개 그룹의 라이브 아이돌이 참가했다. 이들은 일본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가져와 무대를 구성하거나 직접 만든 한국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각 그룹마다 부를 수 있는 노래는 3곡. 그들은 노래하고 춤을 추면서 동시에 진행자 역할도 함께했다. 이들은 관객들에게 "추석인데 와줘서 감사하다"라며 절을 했다. 100여명의 관객도 아이돌들에게 맞절했다. 아이돌들은 오는 18일에도 서울 홍익대학교 인근 공연장에서 공연할 예정이라고 관객들에게 일정을 소개했다.

라이브 아이돌, 일명 '지하 아이돌'은 일본에서 비롯된 문화다. 일본의 아이돌은 대형 기획사를 통해 데뷔하는 한국과 달리 소규모 공연장에서부터 차근차근 가수 생활을 해야 하므로 라이브 아이돌 시장이 발달해 있다. 현재 약 1만명의 라이브 아이돌이 일본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지방에선 이름도 모를 아이돌 그룹이 길거리에서 공연하고 팬들이 따라와 응원봉을 흔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팬과 초근접 소통하는 독특한 '라이브 아이돌' 문화…실수해도 팬들은 '성장' 응원

한국의 라이브 아이돌 팬도 기본적으로 일본에서 가져온 문화를 즐기고 있다. 먼저 응원 문화다. 노래 중간마다 '믹스'라고 하는 일본어 구호를 외치는데 가사와 운율만 맞을 뿐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관객들은 가수와 호흡하기 위해 큰 목소리로 구호를 외친다. 그뿐만 아니라 가수가 노래하는 도중에 팬들은 관객석 한가운데에서 응원하기 위한 별도의 춤을 추기도 한다. 이 역시 '후리코피'라고 부르는 군무로 좋아하는 아이돌에게 전하는 일종의 응원이다. 이날도 관객들은 둥글게 서서 강강술래를 하듯 돌면서 후리코피를 했다.

가수와 팬 사이의 소통 역시 독특하다. 라이브 아이돌과 관객은 공연을 마친 후 '특전회', 일명 '물판(물건판매)'을 진행한다. 둘이서 따로 대화하거나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사진을 찍는 시간이다. 팬들은 물판에 참여할 수 있는 '특전권'을 지니고 아이돌을 만난다. 이후 가지고 온 선물을 아이돌에게 전달하거나 약 3분 동안 일상적인 대화도 나눈다. 이 소통이 라이브 아이돌을 만나러 오는 가장 큰 이유라고 팬들을 말한다. 팬들은 아이돌과 대화하기 위해 30분 이상씩 줄을 기다리기도 한다. 이날 공연장을 찾아온 류현경씨(24·가명)는 "일반 아이돌들도 팬들과 소통하지만 라이브 아이돌만큼은 아니다"라며 "가까이서 대화 나눌 수 있고 친구 같은 감정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좋다"라고 말했다.


가까워지는 만큼 팬들은 가수들의 실수보다 '성장'에 집중한다. 가사나 안무를 틀리더라도 질책하지 않고 잘한 점을 찾아서 가수에게 응원의 한마디를 던진다. 라이브 아이돌의 팬 이지연씨(23·가명)는 "팬들도 가수들이 아마추어라는 점을 인지하고 공연장을 찾아온다"라며 "나와 친한 가수들이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함께 뿌듯함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시국에 성장한 국내 라이브 아이돌 시장…"인식 변화도 느낀다"
추석에 라이브 아이돌 보기 위해 모인 100명…한가위 소망은 ‘성장’ 원본보기 아이콘

국내 라이브 아이돌 시장은 이 같은 팬들의 사랑과 함께 코로나19 시국에 오히려 성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10팀도 되지 않았던 국내 라이브 아이돌은 올해 30팀 정도로 늘었다. 과거엔 일본의 라이브 아이돌들을 데려와 공연해야 할 정도였지만 이젠 국내 아이돌만으로도 공연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라이브 아이돌 공연의 스태프 역할을 하는 '테'씨(가명)는 "코로나19로 인해 일본을 가지 못한 수요들이 국내로 몰린 것 같다"라며 "2020년까지만 해도 한 달에 한 번꼴로 하던 공연을 이젠 매주 한다"라고 말했다.


라이브 아이돌은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기성 아이돌의 경우 기획사들이 하는 일을 라이브 아이돌이 직접 하고 있었다. 메이크업과 의상 제작뿐만 아니라 공연장 섭외, 이동, 곡 제작, 안무 제작, 심지어 무대 청소 등까지 해야 할 일이 다양하다. 대부분의 국내 라이브 아이돌은 대학생이거나 직장인, 아르바이트생 등 다른 본업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로에 시달리는 셈이다. 국내 라이브 아이돌 '네키루'의 멤버 '소하'는 "대학교 4학년으로 학점을 신경 써야 하지만 매주 5일씩 연습할 만큼 라이브 아이돌이 본업 아닌 본업이 돼 버렸다"라고 말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인식의 변화도 느낀다고 국내 라이브 아이돌들은 설명했다. 일본의 라이브 아이돌 문화를 가져왔다는 이유만으로 성희롱, 과도한 접촉, 스토킹이 난무할 것이라고 봤던 사람들의 편견도 점점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본지 기자가 직접 본 공연 현장에서도 가수와 팬들은 물판에서 과도한 접촉을 한다기보단 친구처럼 근황을 묻거나 서로의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 스태프 테씨는 "과거 공연장을 구할 땐 '이상한 공연을 하는 사람들이다'라는 부정적 인식을 견뎌야 했다"라며 "꾸준히 공연을 이어나가니 우리를 인정해주고 흔쾌히 공연장을 내주는 사람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수익성은 여전히 '0'에 수렴…아이돌·팬 모두 "시장 더욱 성장했으면"

다만 수익을 기대해선 안 된다. 흑자는커녕 적자가 일상이다. 티켓 비용은 대부분 대관비로 사용하고 물판에서 폴라로이드 사진 촬영, 앨범 판매 등 발생하는 수익은 향후 곡 제작이나 의상, 메이크업 비용으로 쓰인다. 소하는 "일본 라이브 아이돌 시장은 방대한 만큼 수익성 추구도 가능한데 국내는 아직 그 정도 수준이 아니다"라며 "자아실현을 목적으론 라이브 아이돌을 시작할 순 있어도 돈 벌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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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라이브 아이돌과 팬들의 최종 목표는 이 시장의 꾸준한 성장이다. 함께 도닥이며 즐길 수 있는 문화를 사람들에게 알린다는 것이다. 소하는 "가수들도 그렇지만 팬들도 라이브 아이돌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라며 "국내 라이브 아이돌들은 한국어로 된 노래를 만드는 데 힘쓰는 만큼 사람들도 편견보다는 격려해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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