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수사 전담팀 꾸리자…형사들 '업무 마비' 곡소리
강력팀 기존 사건들 줄줄이 수사 지연
지휘부 마약 특별 단속 강조하지만
수사 방식은 그대로 '한계'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112 신고 사실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벅찹니다. 절도, 폭행 등 민생 관련한 사건 조사들이 오히려 미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8일 서울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한 형사는 이같이 말했다. 최근 경찰이 마약사범 특별단속에 나서면서 형사들은 가중된 업무에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경찰이 강남, 송파, 관악, 영등포, 강서, 용산, 남대문, 노원 등 10개 경찰서에 마약 전담팀을 꾸려 특별단속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추가 인력 충원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강남경찰서를 포함한 6개 경찰서는 클럽과 유흥주점 등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 형사과 내에 마약 전담팀이 꾸려지면서 적은 인원이 같은 양의 일을 감당하거나 강력팀 사건을 일부 받아서 처리하고 있다.
한 형사는 "불상 주거침입, 불상 폭행 등 강력팀 업무가 넘어와 사건이 감당 안 되는 수준"이라며 "매일 야근을 하면서 쳐내고 있지만 수사 자체를 이어가기가 힘들다"라고 밝혔다. 특히 신원 불상의 경우 피의자를 특정해야 하므로 일반 사건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한다.
또 다른 형사도 "당직을 서더라도 현행범 체포, 영장 신청 등을 하려면 자연스럽게 초과근무가 되는 구조"라며 "마약 단속으로 형사과 업무는 마비됐다"라고 밝혔다. 복수의 형사과 직원들은 마약 단속으로 인해 업무가 늘어난 형사도 포상 대상에 넣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토로한다.
이와 관련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마약 전담팀에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기 때문에 하던 일이 일부 다른 팀들로 나눠질 수 있다"며 "불가피하게 업무 부담이 생길 수 있다"라고 밝혔다.
"마약 특별단속하겠다" 대대적 홍보에…검거 요원
일선서 마약팀은 서울경찰청의 '특별단속' 대대적 홍보로 오히려 검거가 요원해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별단속을 의식해 유흥주점 등 공개적 장소에서 하는 경우가 줄었고, 조사를 받던 사람들이 잠적하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오인 신고도 늘었다. 주변 행인이 술에 취해 길가에 널브러져 있거나 뛰어다니는 사람을 보고 '마약 의심' 신고를 하는 것이다. 한 형사는 "일단 마약 관련 신고가 들어오면 강력팀이 함께 동원돼 간이시약 검사를 해야 하는데, 최근 오인 신고도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별 수사라고 천명했지만, 수사 방식은 이전과 다를 게 없다. 유흥주점의 경우 마약 사건 조사 중 진술에서 해당 주점이 언급됐거나 112 신고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임의로 수색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국 첩보 등을 통해 판매책·투약범들을 잡아야 하는데 외국인 불법체류자 등도 많아 검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마약은 학생, 주부 등에게도 퍼지는 등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올해 6월 기준 마약류 직업별 검거 현황을 보더라도 무직 2217명, 학생 194명, 주부 85명, 유흥업 85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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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찰은 마약류 사범 집중 단속 기간을 기존 10월에서 12월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일선서는 형사과·생활안전과 등이 협업해 집중 단속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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