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DS 판정요지서 보니…론스타는 '속튀'-정부는 '관망', 쌍방 책임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우리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국제투자 분쟁을 심리한 중재판정부가 론스타의 주가조작 사건을 "소위 '먹튀'(Eat and Run)보다 더 나가 론스타가 '속이고 튀었다'(Cheat and Run)"고 평가했다. 당시 정치인들과 여론의 비판을 피하고자 외환은행 매각 승인 심사를 지연시킨 우리 금융당국의 잘못도 인정했다. 양측이 동등하게 책임을 나눠서 져야 한다는 것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법무부가 공개한 국제투자분쟁(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사건 판정 요지서'에는 이 내용들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중재판정부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매각할 때 우리 정부가 부당하게 승인 심사 절차를 지연시키고 매각 가격을 인하하도록 압박했는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다.
다수(2명)는 우리 금융당국이 부적절한 목적으로 외환은행 매각 심사를 지연시켰다고 판단했다. "금융당국은 매각가격 인하가 이뤄질 때까지 승인 심사를 보류하는 'Wait and See'(관망) 정책을 취했고 이런 행위는 정당한 정책적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자의적이고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가 인수 승인 심사에서 은행업의 효율성과 건전성을 고려할 수 있고 법령상 심사 기간을 넘길 수도 있지만, 문제는 이 관망이 정당한 규제 목적이 아니라 정치인들과 대중의 비판을 피하려는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인 간 계약 조건에 관여하는 건 금융당국의 권한 내 행위가 아닌데도, 금융당국은 정치적 부담을 피하고자 외환은행 매각 가격 인하를 위해 노력했다"며 "이는 금융당국의 규제 권한을 자의적이고 악의로 행사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소수(1명)는 "(한국 정부의) 가격 인하 압력 행위를 금융당국에 귀속시킬 수 있는 직접 증거는 없고 전문과 추측만으로는 국가책임 귀속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론스타가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로 제출한 기사의 경우 그 증명력에 제한적이라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위 증인 및 내부 문건에서 금융위가 가격 인하를 지시했다는 증거를 전혀 찾을 수 없고 금융위가 일관되게 '매각 가격은 계약 당사자들 사이에서 자율적으로 정해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다고 밝혔다.
중재판정부 다수는 우리 정부가 투자보장협정상 공정·공평 대우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하면서도, 주가조작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론스타에도 절반인 50%의 책임이 있다고 봤다.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관련 형사 유죄판결 확정을 받았던 점에 비춰 보면 소위 '먹튀'(Eat and Run) 비유를 더 발전시켜 론스타가 '속이고 튀었다'(Cheat and Run)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1년 10월 6일 선고된 주가조작 사건의 서울고법 파기환송심 유죄판결에 따른 금융위의 외환은행 주식매각 명령으로 론스타 측은 2012년 5월 18일 이후에는 외환은행의 대주주 지분을 더는 보유할 수 없게 됐다"며 "이는 금융당국이 매각 가격 인하를 도모할 수 있는 여지를 줬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론스타의 주가 조작 유죄 판결과 금융당국의 위법행위가 하나은행 매각 가격 인하에 직접적이고 중요하게 기여했다며 양측이 손해를 동등하게 부담해야 한다고 최종 결론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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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판정부는 이에 따라 우리 정부에 인하된 매각 가격(4억3300만 달러)의 절반인 2억1650만 달러(약 2800억원·환율 1300원 기준)를 론스타에 배상하라고 지난달 31일 판정했다. 법무부는 중재 판정 취소 및 집행정지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중재 당사자는 중재판정부의 월권, 중재판정의 이유 누락, 절차 규칙의 심각한 위반 등 5가지 사유를 근거로 중재 판정 후 120일 이내에 ICSID 사무총장에게 단 한 번 판정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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