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석훈 감독 "배우甲 시대? 연기 잘하는 스타가 필요한 것"
'공조2: 인터내셔날' 7일 개봉
남·북·미 형사의 삼각 공조
美뉴욕 시가지 CG로 구현
정교한 액션에 코미디 한술
[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명절과 잘 어울리는 가족 영화의 대가 이석훈 감독이 추석연휴 '공조2'를 선보인다. 직접 붙인 부제 '인터내셔날'로 돌아온 영화는 전편보다 더 강해진 코미디와 정교해진 액션이 인상적이다.
5일 오후 '공조2: 인터내셔날'(이하 '공조2')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이 감독은 "흥행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손익분기점만 넘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화는 2017년 781만 관객을 모은 '공조'의 속편이다. 글로벌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다시 만난 북한 형사 림철령(현빈)과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 뉴페이스 FBI 잭(다니엘 헤니)이 각자의 목적을 갖고 삼각 공조 수사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오는 7일 개봉하는 '공조2'는 추석 연휴 선보이는 유일한 대작 영화다. 경쟁작의 부재 속 출사표를 던진 감독은 "10년 만에 처음 마주하는 특이한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그러면서도 "마냥 낙관할 수는 없다"고 했다.
='공조2'는 추석 명절에 즐기기 좋은 가족영화라고 보는데, '댄싱퀸'(2012)·'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히말라야'(2015)까지 연출작 모두 가족이 즐기기 좋다는 특징이 있다.
'공조2'는 15세 관람가로, 가족이 함께 즐기기 좋은 영화다. 전작 대부분 12세 관람가였는데 욕설이나 잔인한 장면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결혼하고 아빠가 되는 인생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가족이 함께 재미있게 보는 영화에 관심을 두게 됐다.
='가족영화'에 남다른 장기를 가졌는데, 전문 감독이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예전에 부산에서 열린 한 단편영화제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어떤 이란 감독이 회고전을 하더라. 만약 언젠가 나도 회고전을 한다면 주제를 '가족영화'로 잡고 싶고, 회고전을 열 만한 감독이 되길 바란다.
=그간 선보인 영화에는 주로 선한 사람들이 등장하고, 그들이 가족 또는 가족과 유사한 형태를 이룬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캐릭터를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해적'에서는 산적과 해적이 집단을 이뤄 살아가고, '히말라야'에선 목숨 걸고 산악 등반하는 대원들이 변형된 가족의 형태를 이룬다. '공조2'는 가족이 활약하는 영화다.
연출 초창기에 만든 영화들이 크게 사랑받지 못했다. '뭘 해야 관객들이 좋아할까' 고민했는데, 혹자는 '독한 영화를 하라'고 조언했다. 고민 끝에 완성한 시나리오가 청각 장애인들이 야구를 하는 영화였다.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영화는 그런 작품이란 걸 알았다. 이후 '댄싱퀸'이 사랑받으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공조2'는 어떤 인연으로 연출하게 됐나.
JK필름과 '댄싱퀸'을 함께했고, 이후 개발하는 영화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뒀다. '공조' 1편 개발 과정도 지켜봤는데, 사실 속편을 연출하게 될 줄 몰랐다. (웃음) 1편이 워낙 잘 됐고, '해적'을 함께한 유해진도 출연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밌게 봤다. 이후 우연히 만난 윤제균 감독님이 속편을 제안했다. 다니엘 헤니와 남·북·미 삼각공조라는 말에 대단히 재밌겠다고 느꼈다.
=전편이 781만 관객에게 사랑받았다. 속편을 연출하는 건 여러모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초기 시나리오를 쓴 작가님과 계속 회의했고, '인터내셔날' 부제를 제가 달았다. 다니엘 헤니가 합류하면서 국제적인 느낌을 기대했다. 서울도 국제적으로 알려진 도시니까 외국 관객도 볼 수 있도록 담아내고 싶었다.
당연히 부담됐다. 전편이 크게 사랑받았기에 흥행 결과가 비교되지 않나. 작품을 하면서 재미를 느꼈다는 것만으로 의미 있다. 1편의 반복이 아닌, 진화했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성적을 예상할 수 없지만, 시사회 이후 반응이 좋아서 1차 목표는 달성했다.
=다니엘 헤니가 등장하는 순간 미드(미국드라마) 같았다. 굉장히 잘 어우러지면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낸다. 촬영장에서는 어떤 주문을 했나.
배우가 가진 여러 느낌이 있지만, 광고에서 젠틀하고 미남 이미지가 관객들에게 각인됐을 거라고 봤다. 그걸 깨고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길 바랐다. 터프하고 승리욕이 발동하는 모습 등이 색다른 즐거움을 줄 거라 기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전편에서 남북형사의 공조를 그렸다면, 이번에는 남·북·미 형사가 삼각 공조에 나선다. 세 나라의 정치적 배경이 겹치면서 웃음을 주는데.
관객도 그러한 구도를 바탕으로 영화를 해석하지 않을까. 북미 관계가 주는 긴장감이랄지. 서로 협상하면서 뭔가 얻어내고, 포기시키려는 팽팽한 관계가 깔려 있다. 남한은 어떻게든 전쟁을 피하고 평화를 유지하려고 하는 모습이 웃음을 유발한다.
=앞서 인터뷰에서 유해진이 말하기를, '해적' 때 감독에게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겠다'라고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고.
'해적' 때 한 식당에서 이야기하는데 유해진이 '이번 영화에서는 코미디 연기라고 생각하지 않고 하겠다'더라. 큰 웃음이 필요한 영화고, 그중에서 철봉은 특히 그래야 했다. 내심 '왜 다른 영화에서는 다 하더니 이번엔 안 한다는 거지' 했다. (웃음) 나중에 알았다. 상황에 충실하면 관객이 웃고, 억지로 웃기는 건 연기가 아니라는 말을. 큰 깨달음을 얻었다. 이후 모든 영화를 연출하는 기준이 됐다.
=감독님의 영화에서는 배우의 개인기에 기대기보다 상황이 주는 자연스러운 웃음이 인상적인데, 코미디 장면을 연출하는 원칙이 있다면.
코미디는 관객에게 재미를 주는 여러 요소 중 하나인데, 주로 코미디를 통해 재미를 주려고 해왔다. 약간의 비결도 있다. 운도 좋아야 한다. 배우나 제작진이 좋은 아이디어를 줄 때도 있는데 귀 기울이는 편이다. '공조2'에서 다니엘 헤니가 러시아 형사 행세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배우의 의견을 청취해서 업그레이드했다.
=유해진과는 '해적' 이후 두 번째 호흡이다. 어떤 배우인가.
친하다고 말할 수 있는 배우다. 친한 형이고, 영화를 떠나 인생도 배울 점이 많다. 7~8년 만에 배우·감독으로 다시 만났는데, 편안하게 연기를 잘 해주셨다. 그런 배우와 만난 건 큰 복이다.
=현빈과의 작업은 어땠나.
스타로 오래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런 배우한테는 배울 점이 있다. 현빈은 겸손하고 전문적이다. 치밀하게 준비한다. 이를테면 연기와 액션을 다양하게 준비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식단, 컨디션 조절을 잘해야 하고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자잘한 상처도 입는다. 현빈은 정해진 일정에 맞게 자기관리를 철저히 했다.
=윤아는 어떤 배우인가.
그룹 소녀시대의 그늘이 크기도 했는데, 이제 배우로 영역이 잡히지 않았나. 연기자로서 아우라가 있다. 연출자의 생각을 잘 이해해서 꼼꼼하게 연기했다. 1편보다 업그레이드됐다.
=뉴욕 시가전이 인상적이었는데, 팬데믹 여파로 특수효과(CG)로 완성했나.
미국 FBI가 참여하는 삼각 공조라는 개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적인 장면이었다. 영종도나 제부도에서 미국의 애리조나 사막 장면을 연출해야 하나, 여러 상황을 고민했다. 새로운 비주얼에 과감히 투자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뉴욕 시가지의 100~150m에 달하는 거리를 구현했다. 실제 현지에서 촬영했어도 불가능했을 장면이다. 크게 만족한다.
=최근 팬데믹 여파로 한국이 미국, 아랍, 우주가 되기도 한다. 놀라운 기술의 발달을 마주하는 느낌이다. 이 시대를 사는 영화 연출자로서는 어떤가.
큰 혜택인데, 누리려면 예산과 전문 인력, 시간이 아주 필요하다. 쉽지 않겠지만 한국영화에 많이 도입되고 있다. '공조2' 뉴욕 장면 촬영을 위해 만든 세트장에서 다른 영화를 촬영하고 있다고 들었다. 앞으로도 많은 관객에게 재미를 주길 바란다.
=파리채 액션도 인상적이고, 전편보다 정교하게 설계된 액션도 눈에 띈다.
여러 등장인물이 액션을 하기에 차별화에 주안을 뒀다. 추격, 총격, 코믹 등 다양한 장면을 만들었다. 1편에서 휴지 액션의 전통을 계승하고 싶어서 뭐가 좋을까 고민하다 파리채가 떠올랐다. 슬로우 모션이나 맞는 사람의 과장을 통해 재미를 주려 했다.
=진선규가 빌런으로 활약했는데, 외형이 드라마 '야인시대'(2002)의 시라소니 같다. 홍콩 영화 캐릭터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빌런 캐릭터를 구축하는 게 어려웠다. 1편에서 김주혁이 빌런으로 연기를 잘 해줬고, 진선규도 부담이 컸을 거다. 전편에서 아내를 살해한 빌런에게 복수심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존재감이 커졌다. 2편에서는 비주얼이 중요했다. 진선규는 '범죄도시'(2017)에서 악역을 한 적이 있고, 외형이 남달랐기에 새로운 모습을 고민했다. 안면 문신, 의안도 고려하던 때 배우가 의견을 냈다. 화장실에서 연출한 사진을 찍어서 보내줬는데 괜찮았다.
=유해진·진선규가 함께 출연 중인 tvN 예능 '텐트 밖은 유럽'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선한 두 배우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자연스럽게 '공조2'로 관심이 연결되는 듯한데.
영화 홍보 때문에 출연한 건 아닌데 타이밍이 맞아서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웃음) 유해진·진선규 모두 촬영장에서 보던 모습과 똑같다. 농담도 비슷하다. 사실 촬영장에서는 좀 더 아웅다웅한다. 분장하고 왔는데 '분장한 거 맞냐'고 놀리고, 더 재밌다. 실제로도 두 분이 친하다. 예능을 보면서 '나도 저 옆에 있다면 좋겠다', '끼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영화를 미리 본 관객 사이에서 '본격 개안(開眼) 영화'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누구를 두고 그렇게 말씀하시는지. 유해진인가. (웃음) 스타를 캐스팅해서 높은 출연료를 지급한다. 관객이 영화에 빠져드는 마법은 스타의 힘이다. 스타가 주는 판타지가 분명 있다. 이번 영화에서는 다니엘 헤니와 현빈이 큰 즐거움을 준다. 일부는 유해진을 통해 시각적인 쾌감과 매력을 느끼지 않을까. 여러 관객이 만족하시길 바란다.
=배우가 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크다. 혹자는 '배우가 갑(甲)인 시대'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영화 산업에서 배우가 맡은 책임이 뭐라고 보시나. 연출자로서는 어떤 고민을 하나.
영화가 만들어진 지 100년이 넘었지만, 배우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특히 스타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 크고. 감독은 이야기가 진짜처럼 보이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관객이 영화에 몰입하도록 만들어내야 할 몫이 있다. 사실 가장 중요한 건 배우의 연기다. 스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연기력이 뛰어난 스타가 중요한 거다. 감독한테 연기 잘하는 스타는 고마운 존재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그 인물이 진짜 같아서 궁금해지게 만드는 배우라면 더 훌륭하겠다. 그런 배우가 극소수다 보니 모두가 함께 일하고 싶어 한다. 그러다 보니 중요한 결정이 배우 쪽에서 이뤄지면서 의존하기도 하고, 몸값도 올라간다. 안 좋은 측면이지만, 매체가 가진 대체 불가한 특성이다. 하지만 영화를 할 때마다 새로운 배우에게 기회를 준다든지 발굴하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고 본다.
=이번 작품에서 발굴한 새 얼굴은 누구인가.
콕 찍어서 말씀드리면 드론을 조종하는 사이버수사대 소속 경찰 오덕을 연기한 배우 이승훈이 흥미롭다. 기대 이상으로 연기를 잘했다. 이민지도 큰 역할이 아니었는데 잘 맡아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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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한국영화계가 살아났다고 보긴 힘들지 않나. 5~6월 살아난 극장가가 여름 시장에 주춤했다. 추석 개봉하는 대작이 많지 않고, 10월 초 개봉이 몰려있다. 어떻게 바라보나.
마냥 관객들에게 '극장을 찾아주세요' '영화계가 어렵습니다'라고 말하는 게 의미가 없을 정도로 다 어렵다. 최근에 영화관람료도 상승해서 부담을 느끼실 텐데, 그만한 값어치를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 생업이 영화다 보니 관객이 극장에 많이 와주시길 바란다. '공조2' 뿐 아니라 앞으로 개봉하는 영화들이 관람료가 아깝지 않도록 열심히 해야 한다. 그런 위기감을 모든 영화인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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