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앞둔 이원석,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는 이유
선후배 불문하고 직언하는 ‘미스터 쓴소리’… 檢 중립·독립성 과제
떡잎부터 남달랐던 이원석… 꼼꼼한 일처리·민원인 호소에도 관심
공판검사 때 ‘12억 횡령 사건’ 인지수사해 실형 받아내기도
윤석열 대통령 정부의 초대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된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가 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오는 5일 인사청문회를 앞둔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의 별명은 ‘미스터 쓴소리’다. 선배에게는 서슴없이 직언하고, 후배에게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이 후보자보다 선배인 현직 고검장 중에 "이 후보자에게 항상 혼이 난다"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이 후보자는 후배들에게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정농단 수사 과정에서 있었던 일화가 대표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대면 조사를 앞두고 후배 검사가 박 전 대통령에게 확인할 내용을 담은 질문지를 만들어 부장검사였던 이 후보자에게 보고했는데, 그가 거의 모든 질문에 업무 지시를 할 때 애용하는 파란 볼펜으로 첨삭한 질문지를 돌려줘 ‘비틀어 짜면 파란 물이 떨어질 것 같았다’는 얘기가 돌았다고 한다.
이 후보자가 대검 차장으로서 총장 직무대리를 맡게 된 이후 대검 간부들이나 연구관(검사)들은 그의 꼼꼼한 업무 스타일 때문에 숨 막힐 정도로 힘들다고 하소연하면서도, 그의 지시 내용을 따르기만 하면 대체로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와 한편으론 업무적으로 수월한 면도 있다는 반응을 보인 사람이 적지 않다. 이 후보자는 검사로 임관할 때부터 ‘모든 사건에 정성을 다하자’라고 다짐했다.
2000년 대전지검 서산지청에서 평검사로 근무할 때 이 후보자는 전임자로부터 넘겨받은 교통사고 사건에 의문을 가졌다. 경찰은 단순 교통사고 사망사건으로 보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피의자를 불구속 입건했지만 미심쩍은 부분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는 기록을 자세히 살펴본 후 보험금을 편취하기 위해 교통사고로 위장한 살인 사건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곧바로 전면 재수사에 착수, 아버지가 각각 13살, 10살이었던 두 딸과 13살, 6살이었던 조카 두 명을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한 사건임을 밝혀냈다. 비정한 아버지에게는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됐고, 대법원에서 최종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2001년 부산지검 공판부에서 근무했을 때의 일화다. 어느 날 저녁 약속도 없이 무작정 검찰청을 찾아와 "검사 좀 만나게 해달라"고 호소하는 한 남성을 발견했다. 공판부 검사는 하루에만 수십 건에 달하는 재판에 관여해야 하고, 재판이 끝나면 또다시 증인신문 준비나 의견서 작성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야근하던 이 후보자는 그 남성을 공판부 검사실로 데려가 차분히 얘기를 들었다. 경남정치망수협 직원인 이 남성은 정치망 어업을 하는 어부들이 설립한 조합에서 어부들이 저축한 예금 수십억 원이 사라졌다고 털어놨다. 이 후보자는 이 남성의 말에 반신반의했지만, 어민들의 재산이 사라져버렸다는 호소를 허투루 지나칠 수 없어 결국 본인이 직접 수사에 착수했다.
공판부 검사가 자신이 맡은 사건의 재판 진행 중 증인의 위증 혐의나 피고인의 위증 교사 혐의를 인지해 수사하는 경우는 간혹 있지만, 이처럼 완전히 다른 사건 수사에 나서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당시 이 후보자는 수협 직원이 6개월 동안 전산을 조작해 자신의 친인척과 친구 명의 계좌로 무려 12억원을 송금하고 이를 찾아 사채업까지 운영하고 있던 사실을 확인해 기소, 징역 7년 형을 확정받았다. 그에 대해 잘 아는 고위 법관 출신 선배 법조인은 "이 후보자는 젊었을 때부터 일 처리나 주변 정리를 워낙 깔끔하게 해왔기 때문에 털어도 별로 나올 게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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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자는 지난 4개월여 동안 검찰총장 직무대리를 맡아 전 정부 시절 흐트러졌던 검찰 조직을 다시 정상 궤도로 회복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나온 길과 달리 앞으로 갈 길은 순탄치 않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는 게 1순위이고 검찰총장에 취임하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률이 시행되는 상황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사건이나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등 정치적으로 예민한 수사들을 마무리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에 이어 검찰총장까지 자신의 라인으로 불렸던 ‘특수통’ 검사를 중용하면서 불거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도 그의 앞에 놓인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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