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 주식 투자로 30대에 백만장자가 된 젊은이가 있었다. 본인 돈 뿐 아니라 지인들 돈까지 모아서 투자했는데 매년 수십%씩 수익을 냈다. 거칠 것 없이 보이던 그의 투자 인생은 폭락장을 겪으며 급제동이 걸렸다. 투자자산의 80% 가까운 돈이 사라졌다.


시쳇말로 한강 가고 싶었던 심정이었을 이 젊은이의 이름은 현대 증권분석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자민 그레이엄이다. 1926년 그레이엄은 자신과 지인들의 돈을 모아 그레이엄 컨소시엄을 만들었다. 1929년 대공황이 발발하기 전까지 그레이엄 컨소시엄의 연평균 수익률은 25.7%나 됐다. 천재투자가로 칭송받다가 나락으로 떨어진 그레이엄의 심정은 어땠을까. 천정부지로 오르는 주식과 코인 투자에 나섰다 망연자실한 요즘 청년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올 들어 한강 다리에서 상담 전화를 하는 청년층이 늘었다고 한다. 한국생명의전화에 따르면 'SOS생명의전화'를 통해 올해 상반기 한강 다리에서 상담 전화를 건 사람들 중 20~30대 비중이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지난해에는 위기상담 건수 총 466건 중 20·30대 상담은 각각 146건(31.4%), 51건(11%)이었는데 올해 상반기 걸려온 20·30대의 상담 건수는 79건(36%)과 32건(14.6%)으로 비중이 높아졌다.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이유 중 경제적 이유도 늘었다. 지난해 8.8%에서 10.5%로 증가했는데 최근 주식과 코인 시장에서 폭락장이 이어진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보통 투자로 큰 손실을 본 사람들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더 큰 수익을 노린다. 테마주를 기웃거리거나,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선물이나 옵션을 알아보기도 한다. 실제 원금의 2, 3배를 베팅할 수 있는 레버리지 ETF는 최근 가장 많이 팔리는 간접 상품이다. -80%에서 원금 복구를 하려면 400% 수익이 나야 하기에 마음이 급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레이엄은 다른 선택을 했다. 자신이 제대로 가치분석을 했어도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안전마진’에 천착했다. 안전마진이라는 개념은 채권에서 나왔는데 채권의 이자보다 기업의 이익이 더 많을수록 안전마진이 높아지는 식이다. 그레이엄은 이를 주식에 적용해 순현금 자산이 많으면서 주가가 싼 기업을 안전마진이 높은 것으로 여겼다. 이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는 더욱 안정적으로 운용하는데 치중했고, 수익률도 좋아졌다. 느린 걸음 같았지만 80%가 날아간 운용자산을 회복하는데 걸린 시간은 3년이었고, 이후에도 승승장구해 투자의 전설로 자리매김했다.


2년 가까이 이어졌던 대세 상승장에서 재미를 봤던 젊은이들은 올해 같은 하락장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불패의 주식처럼 보이던 삼성전자마저 고점 대비 40% 가까이 떨어지는 시장에서 투자 경험이 일천한 이들이 버틸 재간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였다고 할 수 있는 국민연금조차 올 상반기 국내 주식투자에서 20% 가까운 손실을 봤을 정도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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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엄 같은 천재 투자가도, 국민연금 같은 최고 전문가 집단도 시장의 하락을 이길 수는 없다. 다만 이들은 포기하는 대다수와 달리 실패에서 교훈을 배운다. 원금 회복을 한다고 무리수를 두지도 않는다. "확실한 수익을 보장해 주는 주식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실패에 대한 진지한 분석만이 성공투자가가 되는 유일한 방법이다."(앙드레 코스톨라니)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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