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남자 골프계 '쌍두마차'의 정반대 행보
미컬슨, 사우디 LIV 골프 선택 ‘실리’ 추구
우즈, PGA투어 잔류 ‘돈보다 명분’ 퍼스트
[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1980년대 모 가전제품 업체의 광고 문구다. 한 번 구매하면 장기간 사용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골프계에도 서로 엇갈린 행보를 걷고 있는 두 슈퍼스타가 있다. ‘최고령 메이저 챔프’ 필 미컬슨과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다. 세계 남자 골프계를 이끌어온 ‘쌍두마차’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지원하는 LIV 골프를 두고 서로 다른 접근법을 선택했다.
미컬슨은 실리를 따랐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쌓아온 명성을 뒤로하고 LIV 골프의 ‘홍보대사’로 나섰다. 미컬슨은 특히 PGA투어에 맞서 "너무 탐욕스럽다"며 "LIV 골프 출범으로 선수들이 오히려 대접받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나 역풍을 맞았다. 곧바로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사과를 곁들였지만 이미 ‘공공의 적’이 됐다. KPMG가 곧바로 계약을 종료한데 이어 워크데이와 암스텔 등 주요 스폰서들 역시 줄줄이 이탈했다.
그동안 미컬슨은 우즈의 대항마로 인정을 받았다. 지난해 5월 PGA챔피언십에서 사상 첫 50대 메이저 챔프에 등극하는 등 메이저 6승 포함 통산 45승을 수확했다. 6차례 준우승에 그친 US오픈에서 우승하면 지구촌 골프역사상 여섯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LIV 골프로 떠나면서 이젠 이룰 수 없는 꿈이 됐다.
미컬슨은 이미지가 좋았다. 남다른 가족 사랑으로 우즈를 능가하는 미국인들의 팬심을 얻었다. 2009년 아내 에이미가 유방암 진단을 받자 모자에 예방 캠페인을 뜻하는 ‘핑크 리본’을 달았고, 수술이 결정되자 곧바로 투어를 떠나 아내 곁을 지켰다. 2013년 US오픈 당시 큰 딸 어맨다의 초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개막 하루 전 3800km나 떨어진 샌디에이고로 날아가는 부성애로 뉴스를 만들었다.
미컬슨은 돈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2013년 고향인 캘리포니아를 떠나 주세가 낮은 플로리다로 이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가 비난을 받았다. 2014년에는 미국연방수사국(FBI)의 ‘주식 내부자 거래’ 수사를 받았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도박으로 4000만 달러(535억원)의 거액을 잃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미컬슨은 "도박은 내 삶의 일부였다. 부끄러웠다"면서도 "도박 빚 때문에 LIV 골프로 옮긴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우즈는 PGA투어의 중심에 섰다. 메이저 15승을 곁들이며 통산 최다승인 82승을 쌓은 ‘살아있는 PGA의 역사’다. LIV 골프는 우즈를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1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베팅했다. LIV 골프의 수장인 그레그 노먼(호주)은 "우즈에게 7억 달러와 8억 달러 사이의 금액을 제안했지만 LIV 골프 참여를 거절했다"고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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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는 실리보다는 명예를 선택했다. "LIV 골프 시리즈로 옮긴 선수들은 지금의 그들을 있게 해준 곳에 등을 돌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즈가 PGA투어를 지키자 LIV 골프의 돌풍도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즈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함께 ‘TMRW 스포츠’를 만들어 PGA투어 지원 사격에 나섰다. 자신의 골프 인생을 일군 PGA투어와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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