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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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임의비급여 시술과 관련한 실손보험금 부당수령을 두고 보험사가 환자를 대신해 의사에 직접 보험금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A보험사가 임의비급여 시술인 '트리암시놀른' 주사 치료를 한 의사 B씨를 상대로 낸 실손보험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소를 각하하는 파기자판을 내렸다고 25일 밝혔다.

임의비급여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국가로부터 검증되지 않은 진료 행위를 의미한다. 현행 법령상 환자에게 진료비 청구가 불가능해 실손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일부 의료기관들이 임의비급여 진료를 해놓고 법정 비급여 항목인 것처럼 꾸미고 환자들에게 실손보험금 청구를 받게 해 보험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트리암시놀른은 피부·구강 내 염증성 질환이나 비염 등을 치료하는 약물로 아직 비급여 지정 전이다. 의사 B씨는 환자들에게 비염개선을 위해 트리암시놀른 주사 치료를 해준 뒤 치료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리암시놀른이 실손의료보험 대상이 아닌 임의비급여 시술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안 A보험사는 환자를 대신해 의사가 직접 보험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심과 2심은 A사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의사 B씨가 보험금을 일부 보험사에 반환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환자가 자력이 있는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사가 환자를 대신해 병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대신 받을 이유가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보험자(보험사)가 요양기관(병원)의 위법한 임의비급여 진료행위가 무효라는 이유로 자력이 있는 피보험자(환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권리를 대위(대신)해 행사하는 것은 피보험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임의비급여 시술임에도 실손보험금을 환자에게 지급한 보험사의 잘못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보험자가 피보험자에 대해 취득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은 약관에 정한 보험사고가 아님에도 보험자가 보험사고 해당 여부에 관한 판단을 그르쳐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잘못 지급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보험사가 의사에 실손 부당수령금 청구못해"…환자들 줄소송 당할 우려 원본보기 아이콘


보험사가 개인에 직접 소송 걸 가능성도 생겨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인해 또 다른 임의비급여 시술인 '맘모톰 절제술' 관련 소송도 병원이 이길 가능성이 커졌다.


맘모톰 절제술은 맘모톰(진공흡인) 장비를 이용해 전신마취나 커다란 피부 절개 없이 유방 종괴를 절제할 수 있는 시술이다. 2019년에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받아 비급여에 지정됐지만 C보험사는 지정 전에 이뤄진 맘모톰 시술로 인해 지급된 실손보험금을 돌려달라고 다수의 의료기관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 소송 역시 대법원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현재 보험사들이 임의비급여로 인해 병원에 제기한 소송가액이 총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법원이 병원이 부당 보험금을 반환받으려면 환자에게 직접 소송을 걸라는 판결을 내린 만큼 보험사들의 고민은 커질 전망이다. 개인에게 소송을 걸 경우 소송이 수천건에 달할 수 있어 그에 따른 후폭풍이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컨대 맘모톰 절제술 관련 사건의 경우, 현재 C보험회사는 D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682명의 환자를 대위(대신)해 그 의료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만약 채권자대위권 행사가 허용되지 않으면 C보험회사는 682명의 환자를 상대로 보험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해야 하고, 682명의 환자들은 의료기관에 대해 각각 진료비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해야 하므로 총 1364건(682×2)의 소송이 진행돼야 한다.


이들 환자들은 한편으로는 보험사의 고객이기도 해서 보험사로서는 고객을 대상으로 소송을 걸어야 하는 부담도 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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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관계자는 "오늘 대법원의 판결로 임의비급여 시술과 관련한 부당 보험금 반환 소송에 대한 보험사들의 고민이 매우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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