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본 정부-론스타 '10년 쩐의 분쟁'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오는 31일 결론이 나는 우리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간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ISDS·Investor-State Dispute) 소송은 역대 가장 길고 큰 국제소송으로 기록될 것으로 법조계는 본다.
규모나 쟁점의 복잡함만 놓고 보면 우리 정부가 받았거나 받고 있는 ISDS 소송 중에서는 단연 최고라는 평가다. 다수 관계자들은 론스타와의 ISDS를 '국제소송의 종합세트'라고 부른다.
우선 소송은 선고가 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론스타는 2003년 사들인 외환은행을 2006년 다시 팔기 위해 매각 협상에 나섰다. 그러다 2007년 9월 홍콩상하이은행(HSBC)에 매각하려 했지만 우리 정부가 승인해주지 않았다. 론스타가 형사재판을 받고 있던 중이어서 적격성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서였다. 론스타는 결국 방향을 돌려 2012년 외환은행에 대한 보유지분 51.02%를 하나금융지주에 3조9157억원의 가격으로 넘겼다. 론스타는 우리 정부의 조치로 매각 절차도 지연되고 가격마저 내려서 팔게 됐다면서 2012년 11월 ISDS 소송을 제기했다. 판정이 선고되는 31일은 소송을 제기한 지 약 9년9개월 만이다. 앞서 심리절차는 지난 6월29일에 종료했다. 소송 제기 후 3508일째 되는 날이었다.
소송 규모는 선고를 앞두고 6조원대까지 불었다. 론스타가 소송을 제기한 2012년 11월만 하더라도 5조원대였지만 환율의 변동 등이 영향을 끼치면서 금액대가 올랐다. 애초 론스타는 우리 정부에 46억7950만 달러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걸였다. 현재 환율대로 환산하면 약 6조2860억원이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을 추진할 당시 먼저 협상을 하다가 파투 난 홍콩상하이은행(HSBC) 매각 예정가에서 하나은행에 매각할 때 지불한 대금을 뺀 금액 약 2조원과 하나은행 매각 대금에 대해 원천징수된 세금 등을 모두 더해서 배상액을 계산했다. 사실상 외환은행을 매각할 당시에 들인 비용을 모두 이 소송을 통해 돌려 받겠단 심산이다.
소송 중 우리 정부와 론스타 양 측이 재판부에 낸 자료는 약 1636건에 달한다.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는 2013년 10월~2016년 6월 중 미국 워싱턴DC,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사건에 대한 심리를 총 4번 했는데, 정부와 론스타는 증거자료 1546건, 증인·전문가 진술서 95건 등을 제출했다. 윌리엄 이안 비니 새 의장중재인이 선임된 후 2020년 10월에는 화상회의 방식으로 질의응답 절차도 진행됐다. 한달 뒤에는 론스타가 우리 정부에 8억7000만 달러를 주면 ISDS 사건을 철회해주겠다는 제안을 넣었지만 정부는 이를 거절했다.
결국 소송의 쟁점은 우리 정부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절차 중 내린 조치가 적법했느냐, 고의로 지연했느냐 여부다. 우리 정부는 "적법한 절차", 론스타는 "부당한 압력 행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최대한 세금을 거둘 목적으로 한국-벨기에 이중과세 방지협정에 보장된 면세 혜택을 거부했다는 론스타측의 주장도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할 지 주목된다.
소송 결과는 상당한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혈세 약 6조원이 손해배상액으로 지급될 것이다. 또한 당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매각에 관여한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다. 한 총리는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했을 당시 론스타의 법률대리를 맡은 김앤장의 고문이었고 추 장관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시기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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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는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했을 당시 론스타의 법률대리를 맡은 김앤장의 고문을 맡았다. 한 총리는 "사적으로 관여한 바 없다"라고 해명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또한 우리 정부는 2018년 6월 이란 엔텍합그룹 대주주 다야니와의 ISDS 소송에서 73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과 함께 패소한 여운이 아직 남아 있어 이번에도 패소하면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이란 엔텍합그룹 대주주 다야니가 2015년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과정을 문제 삼아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다. 엔텍합그룹이 2010년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합병(M&A)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인수대금에 이견이 있어 대금지급 기일을 넘겼고 계약이 해지됐다. 다야니는 우리 정부가 '한-이란투자보장협정(BIT)'을 어겼기 때문에 계약보증금과 지연이자를 돌려줘야 한다고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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