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라이트·우영우②]"고래가 쏘아 올린 공생의 희망"
우영우 役 배우 박은빈
현실·비현실 사이 균형잡기 고민 "마음 실어나르는 연기로 풀었죠"
최종회 엄마와 대화 기억해주길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우영우는 매회 기발한 생각을 떠올린다. 어김없이 고래가 나타나 브리치(물 위로 뛰어오름)를 한다. 도약의 정점에서 몸통을 돌리거나 공중제비를 돈다. 능숙한 몸놀림은 이동하면서 몸에 들러붙은 따개비, 해조류 등을 떼어내는 동작으로 알려졌다. 남방긴수염고래를 연구한 로버트 하코트 박사는 기존 견해를 엎고 일종의 청각적 의사소통이라 주장했다. 천둥 치듯 철썩대는 소리를 내어 멀리 떨어져 있는 동족과 의사소통한다고 추정했다.
우영우의 번뜩이는 기지도 원만한 교류를 위한 가교다. 사건을 해결할 만한 단서여서 모두가 귀를 기울인다. 반응은 제각각 다르다. 누군가는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누군가는 악의적으로 이용하려 든다. 배우 박은빈은 공들인 연기가 고민이다. 찬사가 주를 이루나 자폐성 장애인을 희화화한다는 비판이 적잖다. 일부는 리듬감 넘치는 연기를 패러디해 웃음을 유발한다. 박은빈은 "의도와 다른 반응이 나올 때마다 고민이 깊다"라고 토로했다.
"의도하지 않은 반응이 나오면 생각이 많아져요. 지난 연기를 돌아보게 되죠. 처음부터 쉽게 다가가지 않았어요. 부담이 큰 배역이었죠. 실제로도 악전고투의 연속이었고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예요. 어렵게 구축한 외형이나 말투를 따라 하지 않았으면 해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잖아요. 우영우는 우영우의 세계에만 존재해야 해요. 중요한 건 형태가 아니라 본질이니까요."
박은빈에게 우영우는 고래 같았다. 허먼 멜빌이 1851년 출간한 ‘모비딕’에서 화자인 이슈메일은 "고래 눈은 인간으로 치면 귀에 걸려 있는 꼴"이라고 한다. 옆으로 무언가를 봐야 하는 생리. 학자들은 양 측면에서 전달되는 완전히 다른 각각의 정보를 고래가 어떻게 적절히 결합하고 분석하는지 궁금해했다. 박은빈도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와 직면했다. 현실성과 비현실성 사이에서의 균형이다. 자폐증 구현에 초점을 둔다면 방어적 표현만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우영우의 잠재력과 가능성이 간과될 수 있다. 그렇다고 다양한 특징을 부각하면 판타지적인 색채가 강해져 버린다.
"대본을 읽고서 맡아도 되는 배역인지 의문부터 들었어요. 오랜 고민 끝에 연기에 임하는 자세를 바꿨어요. 우영우를 그리는 배우가 아니라 그의 마음을 실어 나르는 도구가 되기로요. 진심이 통한다면 자폐성 장애인이나 그 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았죠. 막상 카메라 앞에 서니까 이상하면서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을 표현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첫 촬영을 마치고 얼마나 긴 생각에 잠겼는지 몰라요. 문뜩 1·2회에서 우영우가 어떤 사람인지 각인된다면 그 뒤로 이상해 보이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누군가는 계속 비정상으로 보겠죠. 그런데 드라마에는 다양한 사건에 연루된 이상한 사람들이 많이 등장해요.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이 모호해져 버리죠."
무게중심 잡기를 배제해도 우영우는 연기하기 어려운 배역이다. 방대한 대사를 속사포처럼 쏟아내야 한다. 법조문 등을 인공지능(AI)처럼 정확하고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 박은빈은 "하루하루가 시험을 치르는 기분이었어요"라고 털어놓았다. "대사를 잘 외우는 편인데 이번만큼은 부담되더라고요. 법조문 낭독에서 우영우는 한 페이지를 줄줄 외워요. 저는 머릿속에서 문장이 계속 끊기고요(웃음). A4 용지에 일일이 글씨를 옮겨가며 법조문을 통으로 외웠죠."
경외감이 쇄도하면 우리 앞에 감춰진 고귀한 세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동안 이해해온 관계보다 더 다양한 차원이 있다는 사실과 이를 경험하는 더 생생한 방식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우영우도 다르지 않다. 그는 고래가 물 위로 뛰어올라 몸뚱이를 떨어뜨릴 때마다 경이로움을 삭이지 못한다. 단순히 의문을 해결해서 생기는 감정이 아니다. 자신의 존재를 재발견하는 동시에 사회 감각을 깨우며 공생에 성큼 다가간다.
그래서일까. 박은빈은 마지막 회에서 엄마(진경)와 나누는 대화를 꼭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그 장면을 위해 16회라는 먼 길을 달려왔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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