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 8월 중순 미 수교국 쿠바를 다녀왔다. 쿠바를 관할하는 주멕시코 대사로서 작년 12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작년 쿠바 방문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과 1959년 혁명 이후 최대 규모의 7·11 반정부 시위의 여진이 있었던 시기였다. 올해 방문에서는 전 세계를 강타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식량 가격 폭등에 직격탄을 맞은 쿠바를 보게 됐다.
현재 쿠바가 처한 대외 환경 또한 녹록하지 않다.지난 60년 동안 이어져 온 미국의 대쿠바 경제 제재가 누적된 영향과 코로나19로 인한 해외 관광객 방문이 급감하면서 쿠바의 외환 보유고가 넉넉지 않다. 물가 상승과 수입 생필품 부족 현상은 계속 나타나고 있는데, 특히 지난 5일 낙뢰로 발생한 마탄사스 해안가 석유저장소 화재로 수도 아바나까지 주 2회 일 4시간씩 순환 단전이 이뤄지고 있다. 그나마 호텔들은 자가 발전기를 사용하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쿠바에서는 주유소에서 차에 기름을 넣으려고 해도 평균 3~4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이러한 심각한 에너지난은 1990년대 ‘특별시기(Special Period)’와 유사하다.
쿠바는 1959년 혁명 후 1990년대 혹독한 경제난이 있던 시기 중 잠시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했지만 2000년 초 오일 머니를 기반으로 한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경제 지원으로 최악의 상황을 넘기자 다시 사회주의 경제 체제로 회귀했다.
그런데 차베스 이후 쿠바 경제 지원에 나서는 국가가 없는 데다 2016년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 사망,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경제 압박, 그리고 코로나19 영향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연이은 악재는 쿠바를 신음케 하고 있다.
쿠바에 유화적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국내 정치에 발목이 잡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의 해빙 모드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이 쿠바에 실질적 후원자가 되기도 어려워 보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은 시진핑 국가 주석 3연임 여부에 매몰돼 쿠바에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멕시코 등 좌파 중남미 국가들도 과거 베네수엘라처럼 경제적으로 도와주기는 어려울 듯 보인다.
쿠바는 대외적으로 이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 국내적으로도 피델 카스트로의 동생 라울 카스트로가 퇴장하고, 포스트 혁명 세대의 미겔 디아스 카넬 대통령이 집권해 전환기를 맞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민들이 결핍에 내성이 생겼고, 공안 세력의 힘이 세며, 반정부 세력이 약해 당장 그 어떤 체제변화는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국내외 상황에 처해 있는 쿠바가 우리에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지구 반대편 카리브해에 있는 공산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그저 힘들고 어려운 생활을 하는 국민과 국가라는 생각이 대부분일 듯한 쿠바는 역사적으로 우리와 생각보다 가까운 나라다. 쿠바에는 101년 전 멕시코 메리다를 통해 재이민 온 독립 유공자 후손 1000명이 살고 있다. 코로나 이전 우리 관광객이 연 1만5000명이나 방문하기도 했다. K-팝 등 문화적으로도 한국에 대한 친숙한 이미지가 확대되고 있는 곳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쿠바 국민들의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식량, 에너지, 보건 분야에서 인도적 지원으로 친목의 손을 내미는 한국을 생각해 본다. 우리의 친구로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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