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조작' 피해자 유가려씨 목격자 "한쪽 뺨 뻘겋게 얼룩덜룩"
[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가려씨가 국정원 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에서 조사받을 당시 뺨 한쪽이 빨갛게 부풀어 오른 모습을 봤다는 증언이 나왔다. 국정원 조사관들이 오빠 유우성씨가 북한에 드나들었다는 거짓진술을 강요하며 폭행했다는 가려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진술이다.
증인 A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 심리로 이달 진행된 국정원 조사관 2명의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 혐의 재판에서 이같이 밝혔다.
탈북민인 A씨는 유씨 남매와 북한 회령에서부터 알고 지낸 인물로, 2012년 11월 합신센터에서 가려씨와 재회했던 상황을 전했다.
"센터 운동장에서 한 여자가 머리를 이렇게 푹 숙이고 나가는데, 자세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앞에 '회령화교'라고 적힌 종이가 붙은 것을 보고, '저 사람은 뭘 잘못했길래 저러고 있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보다 보니까 가려였습니다. 반갑기도 하고 놀라기도 해서 (다가가) '엄마나 야!'했습니다."
합신센터는 국정원이 운영하는 탈북민 수용 시설로, 강제 북송 등 위험을 뚫고 남한을 찾은 탈북민들은 가족사와 탈북 배경 조사 등 신원 확인을 받은 뒤 하나원(탈북민들을 위한 사회정착 지원 기관)으로 가게 된다.
A씨는 "(가려에게) '맞았어?'라고 물으니 말없이 눈을 내리깔았다. (오른쪽 뺨이) 뻘게서 얼룩덜룩했다"라며 "(국정원 측이) 저희를 갈라놓았고, 따로 조사실로 가게 됐다"라고 말했다. "조사관이 '조그만 애 때문에 군복까지 벗어야 된다'라고 했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지난해 3월 가려씨도 법정에 나와 "조서를 쓸 당시 조사관들에게 많이 맞았다", "유도 신문과 회유 질문을 해서 작성한 것도 있고 일부는 본인 취지대로 썼다"라고 증언한 바 있다.
2004년부터 중국에서 유씨 남매를 알게 돼 2013년 가려씨가 풀려난 뒤 함께 거주한 B씨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B씨는 "가려가 돌아누울 때도 다리, 어깨를 아파했다"라며 "걔가 '머리도 벽에 부딪히고, 말 안 하면 발로 차였다'라고 해서, 제가 '와 이 시대에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싶었습니다"라고 언급했다.
B씨는 또한 "2013년 2월 국정원 직원들이 마트에서 10시에 퇴근한 저를 데리러 왔다.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는 차에서 국정원 직원이 '우성이 아빠한테 전화해서 우성이가 북한에 들어간 적이 있는지 물어봐'라고 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피커폰으로 우성이 아빠와 연결하길래, 제가 '옆에 국정원 직원들이 있는데, 우성이가 북한에 간 적 있죠? 라고 물어보라 해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직원들이 전화를 끊고 '시키는 대로 안 했다'라며 화를 내고 겁을 줬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또한 우성이 아빠랑 저만 통화한 내용을 직원들이 알고 있어서 제가 '도청을 했느냐'고 따졌다"라며 "이후 통화하기가 무서웠다"라고 전했다.
그는 "가려는 대한민국에 들어와 오빠랑 살고 싶은 소원뿐이었다"라며 "수사를 하더라도 폭행이나 협박이나 회유 등 방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피해자가 또 안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송 부장판사는 오는 10월, 12월 두 차례 증인신문을 더 진행한 뒤 올해 안으로 모든 변론철자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화교남매 간첩사건'으로 꾸며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앞서 화교 출신 탈북민으로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던 우성씨는 동생 가려씨를 통해 국내 탈북자들의 정보를 북한 보위부에 넘겨준 혐의로 2013년 1월 구속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2012년 10월 입국한 가려씨의 합신센터 증언이 결정적인 증거였다. 하지만 가려씨가 "6개월간 이어진 감금과 가혹행위 끝에 허위진술을 하게 됐다"라고 폭로하면서, 우성씨는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우성씨를 간첩으로 몰고자 증거를 조작했던 국가정보원 김모 과장은 허위공문서 작성, 모해증거위조 등의 혐의로 기소돼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았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2019년 2월 검찰이 국정원 조작과 진술 은폐를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조작을 방치했다고 발표했다. 과거사위는 가려씨에 대한 국정원의 가혹행위를 숨기기 위해 수사관들이 말을 맞춘 정황을 밝혀냈고, 국정원이 제시한 유씨의 영사 확인서가 조작된 사실을 알면서도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봤다.
또한 유씨에 대해 증언한 탈북자들의 진술 신빙성도 검찰이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담당 검사였던 이시원 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은 형사 처벌은 피했지만,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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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씨는 국정원 조사관들과 검사들을 고소했고, 검찰은 2020년 3월 국정원 조사관 2명만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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