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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모금] “소설이 끝나도 이후의 삶이 있다”

최종수정 2022.08.19 17:16 기사입력 2022.08.19 17:16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내가 말하고 있잖아’, ‘바벨’, ‘선릉 산책’ 등 여덟 권의 소설책을 펴낸 저자의 첫 에세이집이다. 민음사 격월간 문학 잡지 ‘릿터’에 2021년 2월부터 1년 동안 연재되었던 결과물에 작가의 창작 원칙과 문학적 화두, 소설을 시작하던 때의 생생한 마음을 담은 글들을 더해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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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은 마음은 아는 마음보다 어리석다. 하지만 강하다. 지금 당장은 지식과 정보가 부족하지만 알고 싶은 마음은 앎을 향해 끊임없이 움직인다. 움직임을 결코 멈추지 않는다. 잠든 토끼를 이기는 거북이처럼 알고 싶은 마음은 마침내 그 어떤 앎보다 많이 알게 된다. 나를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나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 중에 결국에 나를 더 많이 알게 되는 이는 알고 싶어 하는 사람 쪽일 거다. 나는 그런 마음으로 계속 소설을 쓰고 싶다.

-「불가능한 싸움」에서, 46쪽

고통을 느꼈다.

슬픔을 느꼈다.

죽고 싶었다.

이렇게 소설은 끝나지만 인물에게는 소설이 끝난 이후에도 삶이 있다. 그런데 그 삶을 고려하지 않고 한순간의 감정과 감각에만 몰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끝내면 안 될 것 같다. 아픈데, 어떻게, 얼마나 아프냐면 말이야, 묘사하고 보여 주는 것보다는, 어찌하여 이렇게 됐는지를 생각하게 됐다고 할까. 인과, 고통의 전후, 슬픔의 전후에 대해 생각했고 소설이 끝난 이후 계속 살아 낼 그의 삶을 고민했다.

-「인물에게도 내일이 있다」에서, 87~88쪽


소중하고 귀한 것은, 다 그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닐까. 무대에 서기 전 리허설 하는 것. 발표하기 전 방에서 혼자 연습해 보는 것. 좋아하는 누군가를 만나기 전 거울을 보는 것. 고백하기 전 단어와 음성을 골라 보는 것. 편지를 쓰기 전에 빈 종이에 수많은 문장을 썼다 지웠다 연습해 보는 것.

쓰이는 대로 쓰고 싶지 않다. 다 쓰고 난 뒤, 분명히 내가 썼지만 내 의도와 내 마음과 달라진 소설을 읽고 이렇게 완성됐으니 이게 내 의도고 이게 내 마음이겠지, 합리화하고 싶지 않다. 나는 사는 대로 살고 싶지 않다. 매 순간 오고 가는 변덕스러운 감정으로 하루하루를 예측 불가능한 것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

-「‘꼭’ 해야 하는지 묻는다면」에서, 137쪽


소설 만세 | 정용준 지음 | 민음사 | 212쪽 | 1만4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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