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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홀로서기①]만년 적자 수렁 미운오리, 백조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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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은 불과 3년전만 해도 정부에게 골치덩어리였다. 공적자금만 7조원이 넘게 들어갔지만 좀처럼 실적 회복이 되지 않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2020년부터 상황은 급반전됐다. HMM은 사상 최대 실적을 연이어 갈아치웠다. 현금성 자산만 13조원에 달했다.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화려하게 날아오른 것이다. 몸값이 커진 HMM의 새주인 찾기에 정부가 나섰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공식화한 것이다. 정부가 HMM 민영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정부의 구상처럼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기업 가치가 크게 오른 것은 오히려 홀로서기에 걸림돌이 됐다. 그 외에도 넘어야 할 산은 많고도 높다. 난항이 예상되는 HMM 민영화를 위한 과제와 해법 등을 짚어본다.

[아시아경제 유현석 기자] “향후 원활한 인수합병(M&A)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HMM 관리주체인 해양진흥공사 중심으로 경영권 지분을 유지하고 KDB산업은행의 HMM 보유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각할 필요가 있다.”(2021년 9월13일 이동걸 산은 회장 온라인 기자간담회) <관련기사> 'HMM 홀로서기'


“HMM이 흑자가 계속 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공공기관이 HMM을 계속 가져갈 수는 없다"며 "공공기관 지분을 단계적으로 줄여가는 방식으로 (민영화)여건을 만들어가겠다."(8월10일 조승환 장관)


6년간 표류됐던 HMM 민영화가 윤석열 정부 들어 본격적으로 추진될 모양새다.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세운 ‘신해양강국 도약’ 공약과 조선해양산업의 최우선 국가기간산업 육성 의지와 HMM이 적자수렁에서 벗어나면서 뛴 몸값이 맞물린 영향이다.

실적과 경영 정상화라는 1차 목표는 이뤄냈지만 정부가 공언한 민영화까지는 갈 길이 험난하다. 실적 급등으로 커진 덩치 만큼 마땅히 나설 주인도 없는 데다 속도 내기 힘들어진 영향이다. HMM의 실적을 견인했던 해운 운임이 올해가 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반전하면서 새주인 찾기가 늦어질 수록 미래 성장동력도 잃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은 올해 상반기(1~6월) 매출 9조9527억원, 영업이익 6조85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7%, 153%가 증가한 수치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2분기만 놓고 보면 매출은 5조340억원으로 전년 대비 83.7% 뛰었고 영업이익은 2조9371억원으로 111.4% 급증했다. 유례없는 해상운임 강세에 힘입은 결과다. 지난해 영업이익 7조4000여억원으로 ‘10년 불황’을 단숨에 털어버린 HMM의 실적 행진이 올해 이어진 것이다.


2020년부터 7분기 연속 호실적이라는 찬란한 기록의 이면엔 HMM의 뼈를 깎는 아픔이 있었다. HMM은 1976년 아세아상선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국내 최초의 국적선사로 글로벌 10위 안에 들어가는 해운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해운 운임이 폭락하며 자금난에 시달렸다. 당시 현대그룹은 2013년부터 HMM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자구안 마련 등으로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하지만 결국 2016년 산은을 포함한 채권금융기관협의회와 자율협약 및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서’를 체결하고 출자전환 등 채무재조정을 진행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기존 대주주였던 현대그룹 보유 지분이 1% 이하로 조정되면서 산은이 새로운 대주주가 됐다. 40년 만에 현대그룹에서 떨어져 나왔다.


2016년 산은에 편입된 후로도 HMM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이미 HMM은 글로벌 해운 운임의 폭락 등으로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다. 2011년 연결기준 3384억원의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매년 3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그룹과 결별한 2016년에는 영업손실이 8334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좀처럼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2018년 영업손실 5587억원, 2019년 2997억원을 기록했다.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연 평균 4400억원의 적자를 내며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산은 등이 HMM에 투입한 공적자금이 7조4000억원에 달했던 만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연이어 나왔다.


HMM의 경영 여건이 변한 것은 2020년부터다. 그 해 2분기 138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2015년 1분기 이후 21분 만에 흑자를 이뤘다. 당시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투입,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 가입 등이 영향을 끼쳤다. HMM은 2018년 정부의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한국 조선 3사와 약 3조15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선박 20척의 건조 계약을 체결하는 등 초대형선 도입에 나섰다. 이를 통해 HMM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게 됐다. 또 해운동맹을 통해 운송비 절감 효과도 얻었다.


HMM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 전에는 2020년 약 6000억원의 흑자가 최고였다"며 "2020년에 흑자전환을 하면서 바로 9000억원을 기록하면서 실적을 경신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시황 상승이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지난해는 HMM에게 최고의 해로 꼽힌다.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급등하면서 실적도 개선됐기 때문이다. SCFI의 경우 2020년 12월말 기준 2129포인트에서 지난해 말 기준 5046포인트로 크게 상승했다.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수에즈 운하 사고를 시작으로 중국 선전항 폐쇄, 베트남 록다운, 중국 닝보항 폐쇄와 전력난 등이 터졌다. 여기에 북미 해운·물류 공급망이 급격히 증가한 운송수요를 감당하지 못한 것도 항만 적체 현상을 부추기면서 해운 운임이 크게 높아졌다.


이 같은 영향으로 HMM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52% 증가한 7조3775억원을 기록했다. 3조8401억원에 달하는 지난 9년치 적자를 한 번에 털어냈다. 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 뒤를 이은 국내 기업 톱 4에 해당하는 실적이다. 6조678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현대차보다도 7000억원가량 많은 수준이다.


호실적은 올해도 이어졌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하면서 재무구조도 크게 개선됐다. 올해 6월말 기준 부채비율은 46%로 지난해 12월 73% 대비 더 개선된 것이다. 2020년 부채비율은 590%였다. 현금성 자산은 12조6858억원으로 지난해 말 6조5272억원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만년 적자였던 기업이 환골탈태한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초대형선 도입, 해운 얼라이언스 정회원 가입, 임직원의 비용절감 노력 등의 내부적 요인이 영향을 끼쳤다"며 "외부적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시황 상승도 있었지만 내부적으로 저런 노력들이 없었다면 현재의 실적 만큼 나오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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