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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논란의 교육교부금, 운용의 묘 살려라

최종수정 2022.08.18 11:15 기사입력 2022.08.1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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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힘이다. 세금 수입이 없어지거나 줄어든다면 그와 관련한 계층의 힘도 자연스럽게 빠지게 된다. 세제 개편 시 반발층이 생기는 것도 그래서다. 미국의 남북전쟁이 그랬다. 노예제 폐지를 명분으로 한 남북전쟁의 배경 중 하나가 바로 관세와 관련한 남북의 엇갈린 이해관계에 있었다. 1816년 4월 미국은 영국산 수입품과 미국산 제품의 가격 차를 줄이기 위해 한시적으로 관세법을 시행했다. 문제는 이후였다. 유럽에서 농기계 등을 수입해 면화를 생산, 수출했던 남부지역은 피해를 봤지만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북부지역은 특수 이익을 거뒀다. 관세 만료시한이 다가오자 남북의 입장차는 첨예하게 갈렸다. 북부지역에선 관세법의 확대 적용 및 영구화를 요구했지만 남부지역은 거부 파동을 일으킬 만큼 격렬하게 저항했다. 가뜩이나 노예제 존속 문제로 대립했던지라 갈등의 골을 메우긴 쉽지 않았다. 그렇게 전쟁이 났다.


한번 만들어진 세금의 구조를 뜯어 고치기도 쉽지 않다. 만약 매년 징수한 세금에 따라 세율을 조정한다면 세제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어 조세 저항이 거세질 수 있다. 이 과정서 조세 저항은 순식간에 정권을 뒤흔들 악재가 되기도 한다. 소금 가격의 열 배를 물린 소금세가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이 됐던 것처럼 말이다.

기득권의 기반 혹은 몰락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세금 얘기를 장황하게 꺼내든 건 최근 논란이 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때문이다. 1971년 도입 후 유·초·중등 교육사업에 사용되는 교육교부금은 중앙정부가 걷는 내국세에서 무조건 20.79%를 떼어내 마련한 예산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00년 14조9000억원이었던 교육교부금은 올해 65조1000억원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그런데 이 돈을 사용할 학생 수는 매년 줄고 있다. 교육교부금이 4배 이상 급증한 지난 22년간 줄어든 학령인구(만 6~17세)는 272만명이나 된다. 매년 책정되는 교육교부금을 다 쓰긴 어려운 셈이다. 그러다보니 지난해 전국 교육청들이 은행에 넣은 돈만 6조6000억원을 넘는다고 한다. 나랏빚이 1000조원을 넘은 상황에서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교육교부금 제도가 유지될 경우 2060년 기준 교부금은 164조5000억원으로 불어난다. 교육교부금 제도를 개편하지 않는 한 다 못 쓴 돈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게 뻔한다. 시급히 수요에 기반해 예산을 책정할 수 있도록 구조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 유·초·중등 교육사업으로 한정한 사용처도 고등·평생교육, 학교 밖 청소년 및 청년 지원 사업 등으로의 확대 개편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서 교육계의 반발과 이에 따라 국민 여론이 첨예하게 갈릴 수 있다. 자칫 교육계나 정치권이 교육교부금 개혁을 ‘교육 질 저하’ 프레임으로 연계한다면 예상 못한 역풍이 불 수도 있다. 야당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조차 다루지 않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를 우려해서다.

그럼에도 현 교육교부금 제도의 대수술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재정이 무한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정된 국가 전체 재원을 적재적소에 배분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당장 유·초·중등학교의 예산이 남아도는 현재, 재정 위기를 호소하는 대학들은 차고 넘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지금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내년이면 교육교부금을 쓰지 못하는 대학생 혹은 청년이 된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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