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유찰에도 가격 버티기…콧대 높은 강남 보류지

31일 서울 송파구 래미안갤러리에 개관한 서초 우성1차 재건축아파트 '래미안 리더스원' 견본주택을 찾은 고객들이 단지 모형을 살피고 있다. 래미안 리더스원은 지하 3층~지상 35층, 12개동, 1317가구(일반분양 232가구) 규모로 짓는 단지다. 3.3㎡당 평균 분양가는 4489만원./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부동산 매매시장에 한파가 도래하며 강남권 아파트도 하락 거래가 늘고 있지만 조합이 내놓은 보류지 가격은 여전히 콧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차례 유찰에도 가격을 내리지 않고 시장 가격과의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서초우성1차 재건축 조합은 최근 래미안 리더스원 보류지 2가구(전용면적 113㎡)를 대상으로 매각 공고를 냈다. 이 매물은 4차례에 걸쳐 매각을 진행했으나 주인을 찾지 못하고 유찰됐다. 하지만 조합은 최저입찰가격을 38억원으로 유지했다.

보류지는 조합이 미래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일반에 분양하지 않고 남겨둔 물량이다. 만 19세 이상 또는 법인이면 청약통장이 없이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다만 중도금과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고, 낙찰 후 최대 6개월 안에 잔금까지 치러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서초우성1차 재건축 조합은 최초 9가구를 보류지 매물로 남겨뒀고, 지난해 2월부터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전용 113㎡의 최초 매각가는 32억원이었다. 이후 조합은 33억원, 35억원으로 가격을 높이더니 올 초 부동산 경기가 꺾였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38억원까지 올렸다.

조합은 시세를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같은 면적은 올 6월 4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보류지 매물은 4층, 실거래 매물은 20층으로 층수에 차이가 있다. 비슷한 층수(6층)는 지난해 9월 36억5000만원에 팔렸다.

이번엔 기존 38억원을 유지했으나 최근 보류지 가격을 낮추는 분위기와는 상반된다. 노원구 공릉동 태릉 해링턴플레이스는 보류지 매각이 인기를 끌지 못하자 이번 7번째 매각에서 모든 가구의 입찰가를 낮췄다. 전용 59㎡는 9억3000만원에서 9억원으로, 전용 74㎡는 11억원에서 10억6000만원으로 하락했다. 은평구 수색13구역을 재개발한 'DMC SK뷰 아이파크 포레' 역시 지난달 입찰에서 가격을 시세 보다 낮추며 22가구 중 21가구가 매각에 성공했고, 전날 입찰을 통해 마지막 1가구까지 매각을 끝냈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권은 미분양이 없어 늦게 팔려도 조합에 영향이 없는데다 언제든 수요가 있다는 인식, 시세 보다 낮출 경우 기존 조합원들의 불만이 뒤따를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서두르지 않는 조합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보류지의 경우 즉시 납입 등 현금을 한 번에 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지금 같은 집값 위축 시기일수록 매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