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 마비' 헨델 구한 명곡…놀라운 하모니 장착 '한여름의 메시아'로 돌아왔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무대를 마주한 관객의 설레임은 각박한 현실에서의 일탈과 환상을 기대하는 욕망으로 일렁인다. 바로크 시대 오페라는 귀족 후원자와 중산층 관객에게 모험과 사랑의 서사를 펼쳐야 할 의무가 있었다. 독일 출신의 젊은 음악가 헨델은 영국 런던에서 이탈리아 오페라를 선보이며 당대 공연계가 주목하는 창작자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30여 년간 40편이 넘는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며 부와 명성을 거머쥔 그는 52세에 오른손 마비를 겪으며 인생의 위기를 맞았다. 작품들도 함께 내리막을 걷나 싶던 그 때, 그는 연극 형태의 합창곡 ‘오라토리오’에 이태리어가 아닌 영어로 가사를 붙여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며 재기에 나섰다. 그 작품이 바로 ‘메시아’다.


'오른손 마비' 헨델 구한 명곡…놀라운 하모니 장착 '한여름의 메시아'로 돌아왔다 원본보기 아이콘

통상 크리스마스에 사랑받는 공연인 ‘메시아’가 무더위가 계속되는 한여름에 관객을 찾아온다. 서울시합창단이 올 여름 선택한 레퍼토리는 뜻밖의 메시아였다. 헨델이 수박을 들고 있는 파격적 포스터가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다. 메시아 무대의 솔리스트로 발탁된 서울시합창단원 허진아 소프라노는 2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헨델이 메시아를 썼던 것도 여름이라고 알고있다”며 “통상 메시아는 크리스마스에 많이 연주되고 있는데 내용을 살펴보면 사실 부활절에 더 맞는 공연인 만큼 어느 계절에 듣더라도 작품 자체의 깊은 음악성을 관객께서 즐겨주시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내용은 성경에서 모티브를 얻었지만 메시아는 교회 연주 목적이 아니라 바로크 시대 극장에 올리기 위해 쓴 대중성이 짙은 작품이다. 허 소프라노는 “오라토리오의 기원이 16세기 로마 수도원의 성서 낭독회에서 비롯됐는데, 그 후로 극적인 장르로 다뤄지되 연기나 무대장치, 의상이 빠진 합창극 형태로 자리잡았다”며 “현대에 와선 연출과 연기가 많이 가미된 형태로 무대에 오르는 점을 주목해서 보셨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오른손 마비' 헨델 구한 명곡…놀라운 하모니 장착 '한여름의 메시아'로 돌아왔다 원본보기 아이콘

이번 메시아 공연에는 카운터테너가 함께 무대에 오른다. 바로크시대 이전, 무대에 여성이 설 수 없어 여성 음역을 담당하는 보이 소프라노가 등장했고, 이들이 변성기 이후 소리가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거세를 해 카스트라토라고 불린 사실은 영화 ‘파리넬리’등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이후엔 거세는 없어지고 대신 발성과 가성을 연구해 여성 음역대를 노래하는 카운터테너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유럽과 한국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정민호 카운터테너는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다 인후염을 계기로 합창지휘로 석사를 마쳤을 때 바로크전문 합창단을 통해 고음악에 관심을 갖게 돼 카운터테너로 다시 성악에 도전하게 됐다”며 “이번 메시아 무대는 합창지휘 전문가로 손꼽히는 박종원 단장님의 지휘로 어떻게 새롭게 꾸며질지, 관객께서는 어떻게 바라봐주실지 기대가 크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공연은 당초 2시간 40분인 전곡을 2시간으로 줄인 연주회 형태로 선보인다. 인원구성도 바로크 스타일에 맞춰 편성했다. 허 소프라노는 “바로크 시대에 오라토리오가 큰 극장에서 상연되는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편성은 확대된 감이 없잖아 있다”며 “이번에 무대는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과 협연하기 때문에 소편성됐고, 바로크시대 당시 무대 합창단 인원도 작은 규모였기 때문에 이번에 서울시합창단 39명이 서는 규모가 원래 의도에 맞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영상을 통한 온라인 공연으로 대체된 무대, 그리고 마스크를 끼고 공연하는 게 불편하진 않았을까. 박 카운터테너는 “무대 문이 열리고 박수치는 관객의 모습을 다시 마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적이었다”며 “마스크를 끼고 연습하는 건 불편하지만, 무대를 즐기러 찾아주신 관객과 교감을 느낄 수 있다면 충분히 감내해야할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허 소프라노 역시 “마스크를 끼고 정기 공연을 진행했을 땐 산소 부족과 함께 마스크가 얼굴에 달라붙어 중간 중간 떼면서 하는게 고역이었다”면서도 “지금 연습도 마스크를 끼고 하고 있지만 중간중간 쉬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진행하면서 더 나은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단원 모두 매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오른손 마비' 헨델 구한 명곡…놀라운 하모니 장착 '한여름의 메시아'로 돌아왔다 원본보기 아이콘

'오른손 마비' 헨델 구한 명곡…놀라운 하모니 장착 '한여름의 메시아'로 돌아왔다 원본보기 아이콘

유명한 레퍼토리인 만큼 메시아는 고정 팬도 많은 공연이다. 박 카운터테너는 “메시아는 스코어를 갖고 오셔서 듣는 분이 많아 사실 무대에서 더 떨린다”며 “요즘 음악은 세 번만 들어도 질리는 곡도 있는데 메시아는 300년이 지난 음악이지만 매 순간이 감동이고 또 특유의 세련됨이 있다”고 강조했다.

AD

두 사람은 합창의 매력으로 나를 낮추고 타인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 점을 꼽았다. 박 카운터테너는 “저는 주로 바로크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데 국내 합창단과 함께 공연하면서 함께 만드는 소리의 아름다움에 매번 놀라게 된다”며 “특히 이번 공연에서 ‘할렐루야’는 관객과 함께 부르는 싱얼롱 컨셉으로 진행되는 만큼 무대 위 연주자들과 관객이 함께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온전히 즐겨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어 허 소프라노 역시 “합창단원 각자가 가진 목소리의 질감, 캐릭터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하모니에 관객의 소리가 더해진다면 아마 가슴이 뛰는 감동의 순간으로 공연이 완성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