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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펠로시 대만 방문]극 치닫는 미중 불신 "한국전쟁 이후 최대위기"

최종수정 2022.08.03 13:51 기사입력 2022.08.03 11:20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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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김현정 기자]"미국 의회 대표단의 대만 방문은 대만의 민주주의를 지원하려는 미국의 확고한 약속에 따른 것이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최근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문제 행동이 확대되고 있는 것에 대한 엄숙한 억지(抑止)이자 독립을 추구하는 대만군에 대한 심각한 경고다." (중국 인민해방군(PLA))


미국 권력서열 3위인 ‘대중국 매파’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전격적인 대만 방문은 그간 고조돼온 미·중 갈등을 새 차원으로 끌어올릴 ‘화약고’가 될 것이란 분석이 쏟아진다. 이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도, 3연임 도전을 예고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도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일 수밖에 없다. 갈등의 이면에는 대만의 전략적 중요성과 함께 점점 커지는 미·중 간 상호 불신 등이 자리하고 있다.

◇中, 대만 포위사격에 경제적 보복까지

중국은 2일 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도착 직후 포위사격 방식의 대대적인 무력 시위를 예고했다. 그간 경고해왔던 ‘강력한 군사적 대응’의 일환이다. 대만을 관할하는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스이 대변인은 4일부터 대만 북부·서남·동남부 해역과 공역에서 연합 해상·공중훈련·실탄 사격 등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 정부는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를 심야에 초치해 "중·미 관계의 정치적 기반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중국의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행위의) 성질이 극도로 악랄하고 후과는 극히 엄중하다. 결연히 반격할 것"이라고 항의했다.


경제적 보복도 시작됐다. 펠로시 의장의 도착 전 100개 이상의 대만산 식품 수입을 금지한 데 이어 3일에도 대만산 감귤과 어류 수입을 중단하기로 발표했다. 건축 자재 등에 쓰이는 천연모래 수출도 잠정 중단했다. 이러한 보복 조치는 펠로시 의장이 떠난 이후에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요 외신들은 내다봤다. 중국은 대만의 최대 교역국이다.

현재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미국에 대한 불신을 극대화시키는 ‘도발’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최근 며칠간 조 바이든 행정부가 펠로시 의장의 행보를 ‘의회 차원’이라고 선 긋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 방문은 중국의 주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면서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과도 100% 일치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요 외신들은 삼권분립이 엄격한 미국과 공산당 일당체제의 중국 사이에 인식 차가 있다면서 "중국으로선 바이든 대통령과의 교감하에 대만 독립 세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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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진 불신 "한국전쟁 이후 최대 위기"

전문가들은 이번 방문이 당장 미·중 간 전면적인 군사적 대립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향후 더 큰 파장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갈등 이면에 미·중 간 전략적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는 점도 이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홍콩 명보는 3일 "펠로시 의장이 (중국의) 경고를 고의로 무시하고 대만을 방문하면서 미국과 중국은 한국전쟁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야심이 점점 노골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화 민족의 부흥을 앞세워 대만에 대한 무력통일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시 주석이 3연임 확정 후 자신의 대표적 업적으로 대만 통일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간 가디언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 자체로 전쟁이 벌어지지는 않으나 문제는 가속화할 것"이라며 "미국이 ‘하나의 중국’에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대만의 자치권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일 수 있다"고 짚었다. 독일 마셜펀드의 보니 글레이저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펠로시 의장의 방문은 시기상조였다. 중국과의 관계 회복이 매우 어려워졌다는 것을 미국이 깨닫게 될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의 ‘하나의 중국’ 약속에 신뢰를 잃었고, 더 큰 위기를 막기 위해 향후 강경하게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만을 둘러싼 진짜 위기는 펠로시 의장이 떠난 후 시작된다’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이번 방문의 부담이 결국 대만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대만을 군사, 경제, 외교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중 갈등은 2일 뉴욕 유엔(UN)본부에서 열린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에서도 확인됐다. 푸충 중국 외교부 군축사 사장(국장)은 이날 일반토의 연설에서 미국 측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 공유 모델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복제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강하게 반대할 것"이라고 공개 압박했다. 나토식 핵 공유는 미국의 핵무기를 자국 영토 내에 배치해 공동 운용함으로써 억지력을 강화하는 군사 전략이다. 중국으로선 이웃 국가들에 미국의 핵무기 배치 가능성을 견제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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