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혁신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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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물가는 폭등하고 주가는 급락하고 ‘영끌’들은 ‘빚끌’이 됐고 IT계 투자심리는 얼어붙었고, 도덕성을 의심받는 비전문가들이 장관 다수 자리를 꿰차고 공직 사회는 눈치만 보고 움직이지 않는다.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혼돈은 언론보도보다 훨씬 세계를 흔들고 있어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질 것도 같다. 그런데 아마추어 정권은 처음(!)이라 잘 모르겠다며 경찰국, 탈북자 인권 싸움이나 벌이고 있다. 전장은 중원인데 장수는 변방으로 진격하는 꼴이다.

그렇다고 ‘고소하다’ ‘이렇게 될 줄 몰랐냐’ ‘이게 나라냐’ 등의 악담 모드는 좋지 않다. 잘 나가다가 무너진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에 더해 세계의 조롱거리가 된 트럼프 미국이 떠오르고 옆 나라들의 늑대 웃음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손 놓고 기다리며 조롱과 비난만 할 수 없다. 5000만명이 사는 나라고 수많은 위기를 넘어온 이 나라다. 이 위기를 넘어가야 다른 길이 또 열릴 것이다.

데자뷔로 떠오르는 게 있다. 담배인삼공사가 2000년 무렵 겪었던 일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를 극복하자 젊은 세대 중심으로 글로벌 브랜드 선호가 급증했고, 공사를 ‘아저씨’ ‘철밥통’이라고 조롱했다. 이틈을 타 경쟁 브랜드들은 매월 시장점유율 0.5%포인트씩 뺏어갔다. 전국 15만 점포도 공사에 등을 돌렸다. 점유율 50%가 무너졌다.


전매청 문화에 익숙했던 공사 임직원들은 패배감에 빠져들었다. 그때 신임 사장은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인재 중심의 투명한 인사를 천명했다. 기존의 제조와 영업 중심에서 브랜드 중심 경영을 표방하고 마케팅 본부 신설, 젊은 인재 중심의 브랜드 매니징(BM) 체제로 전환. 직렬 파괴, 외부 전문가 영입 등을 추진했다.


나도 그때 입사했다. 9명 전문가가 변화의 일선을 맡을 요직임에도 사장은 국장과 부장들에게 채용을 맡겼다. 일할 사람이 직접 뽑으라는 취지였다. 늘 새로운 시도를 해보라 했고 외부 세상을 많이 만나라고 했다. 부장 이상은 대학교에 6개월간 교육을 보냈다. 그리고 몇 년 후, 놀라운 진격이 시작됐다.


잇단 시장 중심의 브랜드 출시, 새로운 장르 시장 개척, 젊은 인재 증가, 놀랄 만한 시도인 ‘서태지와 상상체험단’ 프로젝트, 문화복합 공간인 온오프라인 상상마당 개설 등 시장을 강타하는 혁신적 시도들이 일어났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놀라고 직원들도 패배감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한국경영학회에서 주는 혁신기업상도 받았다. 세상에! 담배회사가 말이다.


일개 기업 사례로 치부하지 말고 지금 정권이 이렇게 깨어나길 바란다. 전문가와 유능한 공무원 협업의 ‘총체적 위기 대응팀’을 만들고 그들에게 자율권을 주고, 인사를 다시 세우고, 세계의 변화를 응시하며 국민 이야기를 듣고, 용비어천가만 부르는 언론의 주둥이질을 한 귀로만 듣고, 혁신의 기운이 시스템으로 세워지게 해야 한다. 나는 아마추어 이 정권을 조롱하고 싶은 심정을 눌러 참고 있다. 그들도 한국인이며 이 나라는 우리 자식들이 이어서 살 소중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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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선 마케터 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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