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낵 vs 트러스…위기의 英보수당 구할 구원투수는
12년 집권 보수당 지지율, 최근 잇단 실정으로 노동당에 11%P 밀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영국 집권 보수당은 지난해 말부터 정당 지지율에서 야당인 노동당에 밀리고 있다. 영국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의 지난 13~14일 설문 결과에 따르면 보수당 지지율은 29%로 노동당에 11%포인트 밀렸다. 지난해 이맘때 여론조사에서는 보수당이 노동당에 10%여포인트 앞섰다.
보수당은 2010년 5월 총선에서 승리하며 현재 12년 넘게 집권하고 있다. 임기 5년의 현 영국 의회는 조기총선이 없을 경우 2024년 12월17일에 자동 해산된다. 차기 총선까지 시간이 2년 넘게 남은만큼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보리스 존슨 총리 내각의 잇따른 실정으로 보수당의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존슨 총리는 지난 7일 사임을 발표했고 차기 총리에 오를 신임 보수당 대표는 오는 9월5일 발표될 예정이다. 최종 후보에 오른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과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이 위기의 보수당을 구할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수낵, 대처 고향에서 유세 시작= 수낵 전 장관은 23일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고향인 그랜섬에서 첫 유세를 시작했다. 보수당 당원들 중 다수를 차지하면서 대처 총리 시절을 그리워하는 나이 많은 백인 남성 보수당원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퀸메리 대학이 2020년 1월 보수당 당원을 조사한 결과 남성 비율이 63%로 여성보다 두 배 가량 많았다. 연령별로는 65세 이상이 39%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25~49세가 36%, 50~64세 19%, 18~24세 6% 순이었다.
수낵 전 장관은 다섯 차례 실시된 총리 경선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보수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치러진 경선과 달리 결선 투표는 15만~18만명에 달하는 보수당 당원 전체를 대상으로 투표가 진행된다. 결선 투표 여론조사에서는 수낵 전 장관이 트러스 외무장관에 밀리는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지난 21일 공개한 보수당 당원 7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62%가 트러스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수낵 전 장관을 지지한다고 답한 비율은 38%에 그쳤다. 트러스 장관은 이전 조사 때보다 수낵 전 장관과의 격차를 5%포인트 더 벌렸다.
하지만 이같은 결과는 보수당 당원이 아닌 일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와 차이가 있다. 전체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수낵 전 장관이 차기 총선 승리를 이끌 가능성이 더 높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20~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다음 총선에서 승리 여부를 묻는 질문에 수낵 장관의 경우 36%인 반면 트러스 장관은 19%에 불과했다. 강성 보수층의 지지를 받는 트러스가 대표가 될 경우 되레 총선 패배 확률이 더 높은 셈이다.
JL파트너스가 텔레그래프 의뢰로 조사해 지난 16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는 수낵 전 장관이 좋은 총리가 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60%로 트러스의 48%보다 높았다. 반면 좋은 총리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트러스가 32%, 수낵이 11%였다.
◆경제학자들은 수낵에 한 표= 수낵 전 장관이 보수당 당원들에게 인기가 없는 이유는 세금 정책이 꼽힌다. 그는 재무장관 재임 시절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세금 인상을 추진했고 경선 과정에서 경쟁 후보들이 모두 감세를 주장했지만 수낙 전 장관은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트러스는 총리 취임 직후 즉각적으로 법인세와 개인소득세를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존슨 정부는 올해 4월 코로나19 충격 해소와 사회복지 지원 확대를 위해 국민보건서비스(NHS)의 국민 분담금 비율을 1.5%포인트 높였다. 트러스 장관은 분담금 비율을 다시 낮추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수낵 전 장관이 재무장관으로 재임하면서 발표한 2023년부터 법인세를 19%에서 25%로 인상하는 계획도 철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낵 전 장관은 그랜섬 연설에서 트러스 장관의 세금 감면이 인플레이션을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신뢰할 수 있는 감세를 강조하며 물가가 안정되고 재정 건전성이 확보된 다음 세금을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또 기업에 과세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혁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러스는 또 국방비 지출 확대를 주장한다. 그는 GDP 대비 국방비 지출 비율을 2026년까지 2.5%로 늘리고 2030년까지 3%로 추가 상향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수낵 전 장관은 국방비 지출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GDP 대비 2% 수준인 국방비 지출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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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가 22일 경제학자 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명은 수낵 장관이 경제를 더 잘 다룰 것이라고 답했다. 트러스를 지지한 경제학자는 1명 뿐이었다. 경제학자들은 트러스가 총리에 취임하면 영국 중앙은행의 긴축 행보가 더 빨라질 것이라며 트러스의 감세 정책이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수낵 장관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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