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투자하면 높은 수익 보장
월 5~15% 고수익 기대
9000만원 상당 비트코인 전송
업체 돌연 사이트 폐쇄

"피해자 대부분 50~60대"
243명 고소장 제출

'15% 수익률 미끼' 200억대 가상화폐 사기…"원금 못받고 파산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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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높은 이자를 준다는 소리에 가상화폐 투자를 했다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네요."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는 A씨(51)는 2019년 8월께 코인을 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는 이야기에 한 가상화폐 투자 업체의 서울 사무실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A씨는 가상화폐를 투자하면 이를 여러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재정거래를 해 월 5~15%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가상화폐가 무엇인지, 어떻게 매수·전송하는지조차 알지 못했지만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하고 언제든 인출할 수 있다는 말에 투자를 결정했다. 업체 가상화폐 지갑으로 9000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전송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약속했던 이자는 A씨의 수중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다 2019년 9월 돌연 업체 사이트가 폐쇄됐고 현재까지 원금조차 되돌려 받지 못한 상태다.

업체는 글로벌 기업이라고 홍보하며 서울과 부산, 인천, 울산, 제주 등 전국 10개 지역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를 모집했다. 일본에서도 설명회를 진행했다.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1달러에 고정(페깅)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 등 거래소에 상장된 상위 10위권의 코인을 전송했다. 업체는 자신의 지갑에 직접 가상화폐를 매수해 전송하거나 방법을 모를 경우 이를 도왔다. 계좌로 현금을 받아 직접 가상화폐를 매수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투자액수에 따라 직급을 부여하고 이에 따라 수익을 차등 분배한다고 광고했다. 3만달러 이상 위탁 시 ‘다이아몬드’, 1만달러 이상 ‘골드’, 5000달러 이상 ‘실버’, 3000달러 이상 ‘스타’, 3000달러 이하 ‘우수고객’ 등으로 직급을 나눴다. 3만달러 이상 재투자하거나 3명 이상에게 추천을 받을 경우 크루즈 여행 등을 약속하고 미국 나스닥 상장 주식을 주겠다고도 했다.


[이미지 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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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비트코인 투자를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소리를 듣고 당시 목돈이 있어서 한두 달만 해보자는 마음으로 투자했다"며 "업체에선 가족이나 지인을 데리고 오면 다 같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왔다"고 말했다. A씨가 방문할 당시 사무실에는 15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렸고 대부분은 고령층이었다. 70대도 설명회를 듣기 위해 사무실을 찾았다고 한다.

수년째 투자금을 받지 못하고 업체에선 해외에 있는 본부에서 사이트를 차단해 이러한 사태가 벌어졌다고 변명하자 A씨 등 피해자 35명은 2020년 8월 서울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후 올해 5월 피해자 243명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유사수신행위의규제에관한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업체 운영진 등 23명에 대해 서울청에 추가로 고소장을 냈다. 고소장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207억3600만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고 적시했다.


A씨는 코인 투자 후 자신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투자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스트레스는 물론, 피해자와 증거를 모으고 고소를 진행하는 동안 A씨가 운영하는 사업체도 위태로운 상태다. A씨는 자신의 처지를 ‘파산 일보 직전’이라고 강조했다. A씨는 "지금 하던 일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근로자 임금도 체불할 정도"라면서 "포기하고 싶어도 피해자를 대표할 사람도 없고 사건이 이대로 끝날까 봐 중간에 그만두지도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 중에선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불면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태반"이라며 "대부분 50~60대고 가상화폐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경찰 수사가 진척을 보이지 않자 피해자들은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는 취지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또 서울중앙지검과 서울청에 탄원서도 제출했다. 탄원서에서 피해자들은 "피고소인들은 현재도 당당하게 또다른 코인 사기를 펼치고 있다"면서 "대형 경제범죄가 2년이 되도록 수사에 진전이 없다는 것은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거나 대두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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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상화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고령층을 타깃으로 한 유사수신 행위의 경우 현행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찰이 적극 수사할 필요가 있으며, 이와 관련해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면서 "금융당국도 홍보·예방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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