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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50만원 버는데 시험 응시료 10만원…20·30 눈물겨운 '고물가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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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으로 갈아타고, 배달음식 끊고, 중고거래로 절약"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5.4%…13년9개월 만 최고치
전문가 "올 연말까지 물가 인상 계속될 것"

올해 3분기 국내 밥상물가가 전년동기대비 5.0% 올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가운데 네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5일 통계청과 OECD에 따르면 한국의 3분기(7~9월)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 상승했다. 밥상물가로 불리는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는 지난 10월 농축수산물 가격이 안정되면서 1.6%로 둔화했지만, 11월에는 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 가격이 모두 강세를 보이며 다시 6.1%로 뛰었다. 사진은 5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 모습./김현민 기자 kimhyun81@

올해 3분기 국내 밥상물가가 전년동기대비 5.0% 올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가운데 네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5일 통계청과 OECD에 따르면 한국의 3분기(7~9월)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 상승했다. 밥상물가로 불리는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는 지난 10월 농축수산물 가격이 안정되면서 1.6%로 둔화했지만, 11월에는 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 가격이 모두 강세를 보이며 다시 6.1%로 뛰었다. 사진은 5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 모습./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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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 취업준비생 20대 대학생 A씨는 이번 토익(TOEIC) 시험에 임하는 자세가 남다르다. 그는 "이번달에만 토익과 KBS한국어능력시험 등 자격증 응시료로 10만원 넘게 썼다"며 "이번에는 꼭 높은 점수를 받아 시험을 그만 쳤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당장 어학점수 5점, 10점이 아쉬운 취업준비생들은 같은 시험을 여러번 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응시료로만 수십만원을 지출하게 된다. 주말 아르바이트로 한달에 50여만원을 손에 쥐는 A씨에게 응시료 부담은 '큰 산'이다.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고물가 시대 살아남기' , '아끼고 또 아끼자', '배달앱 지우기 인증샷' 등 줄줄이 뛰는 고물가 시대 속 이른바 생존비법 공유가 활발하다. 소위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 직격탄을 맞은 이들은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삭제하는 것은 물론, 행사 반찬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여기에 아직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취준생들은 어학시험 응시료가 인상되는 등 더욱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4월 토익 응시료는 4만4500원에서 4만8000원으로 7.8% 인상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중국어능력평가시험인 HSK가 급수에 따라 5000원~2만원가량 인상됐다.


토익스피킹 응시료는 오는 7월부터 기존 7만7000원에서 8만4000원으로 훌쩍 뛴다. 시험 응시료 외에 지출해야 할 교재값, 학원비, 인터넷 강의비 등을 포함하면 취업준비생들의 부담은 더 커진다.


그런가 하면, 고공행진 중인 밥상 물가도 2030세대의 큰 고민거리다. 치솟는 외식물가에 더해 비싼 배달료는 이들의 얇은 지갑에 큰 부담이 됐다.

서울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올해 1분기(1~3월) 서울시 소비자 체감경기와 배달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10명 중 3명은 배달비가 인상되면서 배달 서비스 이용 빈도를 줄였다고 응답했다. 또 올해 1분기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서울시민의 약 52%는 배달 음식과 배달비 가격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꼽았다.


지난 14일 서울 명동 먹자골목 모습./문호남 기자 munonam@

지난 14일 서울 명동 먹자골목 모습./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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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상황에서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2030세대들의 눈물겨운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알뜰폰을 이용해 통신비 부담을 줄이고 중고거래를 통해 물건을 값싸게 구매하는 등 생활비를 절약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사회초년생 최모씨(27)는 최근 휴대전화 요금제를 알뜰폰으로 변경했다. 휴대폰 2년 약정이 끝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고정지출을 줄이기 위한 이유가 컸다. 기존 7만원 후반대의 요금제를 알뜰폰으로 바꾸니 지출이 3만원대로 절반가량 줄었다. 그는 "데이터 때문에 통신사 요금제를 고집했는데, 알아보니 알뜰폰 요금제도 데이터가 넉넉하더라. 요즘 와이파이도 잘 되니까 요금이 싼 알뜰폰으로 갈아타버렸다"고 전했다.


최씨와 같은 알뜰폰 가입자는 늘고 있다. 지난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통계에 따르면 알뜰폰 LTE 가입자는 지난해 12월부터 매월 20여만명씩 꾸준히 순증했다.


중고거래를 통해 절약하는 방법도 있다. 향수를 모으는 것이 취미인 대학생 윤모씨는 용돈이 부족할 때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 모아둔 향수를 팔아 돈을 번다고 전했다. 또 직장인 박모씨(27)는 "필요없는 물건은 팔아서 쏠쏠하게 생활비에 보태고, 필요한 물건은 중고물품으로 싸게 구매해서 돈을 아낀다"고 말했다. 최근 박씨는 취미생활에 필요한 스케이트 보드와 건반뿐 아니라 폼롤러 등 운동용품까지 중고거래를 통해 값싸게 구매했다.


박씨의 중고거래 내역. 그는 취미생활에 필요한 스케이트 보드와 건반을 중고로 싸게 구매했다. 사진=박씨 제공

박씨의 중고거래 내역. 그는 취미생활에 필요한 스케이트 보드와 건반을 중고로 싸게 구매했다. 사진=박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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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청년들의 일종의 긴축 정책이라고 진단했다. 배달 주문을 줄이는 등 필수 지출에만 집중해, 고물가 시대를 견디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물가가 올라 서민들의 삶이 힘들어지면서 지출을 줄이기 위한 여러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필수 지출은 줄일 수 없기 때문에 배달음식을 끊거나 통신비를 줄이고, 비교적 저렴한 휴가를 떠나는 등 선택적 지출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하반기에도 경제 전망이 어둡기 때문에 2030세대들의 '짠테크(짠돌이 재테크)'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고물가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인 데다가 새 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제정책의 즉각적인 반응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올 연말까지 물가 인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13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필품을 대상으로 하는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이 6.7%로 가장 높았고 외식물가지수 역시 전년보다 7.4% 뛰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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