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판결 후폭풍
대법 정년유지형 한정 판결에도
도입취지 어긋난 운영 반발 확산
"천차만별 적용…법원 판단 받자"
회사에 입장 묻는 공문 발송도
재점검 과도기… 설명회 등 필요

KAI 근로자 131명 임피제 소송… 삼성·현대차 노조는 폐지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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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재직 중인 근로자 131명이 지난 7일 창원지법 전주지원에 임금피크제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원 임금피크제 판결 후 처음으로 100명 이상이 나선 대규모 집단소송이다.


KAI 근로자들을 법률 대리하는 양민규 변호사는 9일 본지에 "회사의 임금피크제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취지의 소송"이라며 "근로자들 각자 적용 받고 있는 임금제가 천차만별이어서 공통으로 낼 요구나 입장에 대해선 정리가 현재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KAI측은 노사 합의를 거쳐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어 대법원 판결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각 기업 노조들도 단체행동을 시작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사내 노조들은 전날 사측에 임금피크제 판결에 대한 입장을 묻거나 폐지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본부도 같은 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임금피크제 폐지를 촉구하면서 관련 내용에 대한 교섭을 요구했다.


지난달 26일 대법원의 판결은 많은 임금피크제 유형들 중 ‘정년유지형’에 국한돼 있음에도 노사갈등에 불이 붙은 분위기다. 법조계와 정부 관련 부처들은 대법원 판결 직후 정년연장형 등 다른 임금피크제를 적용한 사업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 내다봤는데 이러한 전망이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양 변호사는 "임금피크제에 대해 근로자들이 그간 쌓아왔던 울분이 터져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금피크제가 애초부터 도입 취지와 맞지 않게 운영되다 이번에 문제가 표면화됐다는 시각도 있다. 전날 전경련 주최 세미나에 참석한 김도형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임금피크제가 인건비 부담 완화 등 경영효율성 제고를 위해 도입돼 그 목적의 정당성이 결여됐던 점과 임금삭감에 대응하는 업무내용 변경 등의 조치가 미흡했던 점이 대법원에서 문제가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대법원 판결은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한정된 판결인데 사회 일각에서는 이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 소송을 부추기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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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공공기관사업본부 소속 관계자들이 임금피크제 지침 폐기 및 노정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공공기관사업본부 소속 관계자들이 임금피크제 지침 폐기 및 노정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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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를 둘러싼 사업장 논쟁과 각종 소송, 집회, 시위 등은 계속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는 임금피크제 전반을 재점검하는 ‘과도기’로 보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대법원이 판결한 ‘정년유지형’ 외에도 유형이 많다. 정년연장형도 있고 그 세부내용을 보면 또 사례들이 갈린다. 법원에는 임금피크제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소송들이 다수 있다. 이들의 최종 판결이 나온 이후에야 임금피크제의 위법 여부를 정확히 판가름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와 기업 입장에선 그 전까지는 갈등을 방지하고 분쟁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상희 한국공학대 지식융합학부 교수는 "정부는 직무·임금정보 인프라 확충, 임금체계 개편 컨설팅 지원 확대 등으로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를 활성화해야 하고 이번 판결로 산업현장이 동요되지 않도록 설명회 지원 등 노력도 적극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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