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고도 이자 못갚는 기업 늘었다
1분기 36% 이자보상배율 1 미만
작년말 보다 4%포인트 증가
금융지원 종료 시 한계기업 급증할 수도
[아시아경제 이민지 기자] 지난해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2차전지 소재 업체 A사는 올해 1분기 영업활동으로 돈을 벌지 못해 이자부담이 더 커졌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하더라도 수익이 갚아야 할 이자의 10배를 기록하며 탄탄한 재무구조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4분기 5배대로 떨어지더니 올해 1분기엔 영업활동으로 이자 비용을 지급하지 못하게 됐다. 반도체 공급 부족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부품 수급 차질 문제가 빚어지면서 전방산업의 수요가 감소한 탓이다.
올해 초 실적 기대감에 주가 급등세를 보였던 시멘트 업체인 B사는 1분기 이자보상배율이 1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4배 대를 유지했던 곳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 밑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기업이 벌어들인 돈(영업이익)이 갚아야 할 이자(이자 비용)에 미치지 못했다는 뜻이다. 재무구조가 불투명한 ‘한계기업’으로 해석 가능하다. B사가 건전 기업에서 한순간에 이자를 내지 못한 처지로 몰린 것은 전쟁 장기화로 시멘트 제조에 사용되는 유연탄 값이 급등해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연간 이익 개선 가능성도 작아 B사의 경우 한 해 번 돈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처지에 몰리고 있다.
9일 아시아경제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1분기 전체 국내 상장사들의 이자보상배율(비율)을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조사 대상 상장사(1603곳) 중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곳(영업적자인 곳 포함)은 총 588곳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36%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돈을 벌고도 이자 내기가 버거웠던 기업 비중(32%)보다 4%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며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듯했다. 2019년 1분기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인 기업은 전체 상장사 중 38%였다. 코로나19가 사태로 이자 부담에 허덕인 기업이 전체 42%로 크게 확대됐지만 지난해 1분기엔 비중이 35%로 낮아지더니 지난해 결산 기준으로는 32%를 기록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따른 기업의 비용 부담과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올해 들어 상황은 다시 나빠졌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이코노미스트는 "1분기 대외변수 영향으로 실적에 타격을 받고 금리가 빠르게 높아지면서 비용 부담이 커진 기업들이 지난해보다 많아졌다"며 "상대적으로 대기업보다 재무구조가 녹록지 않은 중소기업들을 비롯해 반도체 업황 둔화로 대기업 계열사까지도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인 곳 중 451(76%)개사는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있었고, 나머지는 코스피 상장사(137개사)였다. 업종별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영업활동이 자유롭지 못했던 자동차부품, 전자장비 기기, 디스플레이 부품사 등이 한계기업에 속한 경우가 많았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하반기로 갈수록 이자를 감당 못하는 기업이 더 많아질 것이란 점이다. 지난 3월 종료 예정이었던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오는 9월로 재연장됨에 따라 기업들이 짊어져야 할 이자 부담이 수치에 온전히 반영됐다고 보긴 어렵다. 정부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기업들을 대상으로 원리금 상환유예와 대출만기 연장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결국 금융지원 조치가 끝나면 한계기업이 봇물 터지듯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 대출 잔액은 668조629억원으로 지난해 말(635조원) 대비 5%가량(32조원) 증가한 상태다. 여기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이자 연체 등 부실 위험은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 기업혁신금융연구센터장은 "지금 상황에 한계기업으로 간주한 기업이 늘어난 것은 대외변수로 인해 기업 실적이 줄어든 영향이 크며 금리로 인한 부담이 모두 반영됐다고 보긴 어렵다"며 "지원 종료 이후 기업들의 급격한 대출 부실을 막기 위해선 선별적인 지원을 통해 연착륙 방안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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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보상배율= 기업이 벌어들인 돈(영업이익)이 갚아야 할 이자(이자 비용)에 비해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내는 지표.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낮으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통상적으로 이자보상배율이 3 이상이면 재무구조가 탄탄한 곳으로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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