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3주차
매콤한 닭볶음탕과 기름기 넘치는 삼겹살의 유혹
계속 술 권하는 상사…금주 결심 흔들려
'술 권하지 않는 사회'가 필요해

돼지고기 삼겹살 구이(사진=아시아경제 DB)

돼지고기 삼겹살 구이(사진=아시아경제 DB)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금주를 실천한 지 2주가 넘었습니다. 그 2주가 평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수많은 유혹과 도전, 번뇌와 해탈이 존재했습니다. 맥주에서 보글보글 올라오는 기포를 볼 때마다 한 모금이면 더위가 날아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금주를 힘들게 한 것 가운데 대표적인 예는 음식입니다. 최근 먹은 닭볶음탕은 소주잔을 매만지게 했습니다. 칼칼한 빨간 국물, 잘 익은 닭, 양념이 잘 밴 채소들까지 술을 불렀습니다. 닭볶음탕을 보좌했던 사이드메뉴 떡볶이는 맥주와 잘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소주 대신 콜라를 소주잔에 담았습니다. 옆에선 소주병과 맥주병이 쌓여 갔습니다.

소주 대신 콜라를 소주잔에 담았습니다. 옆에선 소주병과 맥주병이 쌓여 갔습니다.

원본보기 아이콘

삼겹살도 저를 괴롭혔습니다. 소주 한 잔 입에 털어 넣은 후 삼겹살도 뒤따라 먹는다면 그에 버금가는 행복은 없을 겁니다. 고소한 기름과 쫀득한 식감, 함께 나오는 매콤한 된장찌개까지 금주를 힘들게 하더군요. 저는 쓰라린 속을 달래고자 소주잔에 소주 대신 콜라를 부어 마셨습니다. 그 날따라 콜라에선 쓴맛이 났습니다.


자주 보던 미디어들도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은 대부분 알고리즘을 통해 시청자에게 맞춤 영상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유튜브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의 금주를 알고 놀리려고 하는 것인지 매일 ‘술 먹방’ 영상을 저에게 추천했습니다.

술 마시는 영상은 욕구 해소가 아닌 욕구 불만으로 이어졌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분위기는 포장마차에서의 술 한 잔입니다. 매일 추천되는 포장마차 영상을 볼 때마다 만족이 되는 게 아니라 당장 그 곳으로 뛰어가고 싶었습니다. 금주를 하는 동안 절대 술과 관련된 콘텐츠를 접하면 안 되겠다는 교훈을 얻게 됐습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등에서도 금주 및 절주를 위해선 술을 접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닭볶음탕·삼겹살·유튜브보다도 가장 힘들 게 한 건…술 권하는 회사 상사
결혼식 후 열린 상사와의 술자리. 상사의 유혹은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결혼식 후 열린 상사와의 술자리. 상사의 유혹은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원본보기 아이콘

하지만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상사의 술 권유였습니다. 금주 중이라고 말씀드려도 술을 권하는 상사 때문에 곤혹스러운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지난달 말 한 선배의 결혼식에 회사 구성원들이 한데 모였습니다. 함께 결혼을 축하한 후 마련된 뷔페에서 자연스레 술자리가 시작됐습니다. 상사 등 주변 회사 구성원들은 저에게 술을 권했지만 저는 한사코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금주를 하다가 술을 마시는 것도 하나의 콘텐츠가 될 수 있다” “금주를 결심하는 모습이 그렇게 진지하지 않았다” 등의 말로 저의 금주 결심을 깨트리려 했습니다. 연이은 유혹에 일단 소주 한 잔 받기는 했지만 결국 마시지 않았습니다. 물론 무슨 맛일지 궁금하긴 해 소주잔을 계속 쳐다보긴 했습니다.


실제로 직장인들은 회식 등 상사와의 술자리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취업포털 인쿠르트와 알바앱 알바콜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2030 직장인 10명 가운데 7명은 ‘회식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들이 회식을 피하는 이유는 ‘귀가 시간이 늦어져서’ ‘자리가 불편해서’ ‘재미가 없어서’ ‘강제성이 있어서’ 등 다양했습니다. 아울러 이들이 원하는 회식 형태는 ‘음주 없는 저녁식사’ ‘점심시간을 활용한 맛집탐방’ 등 술과 관련이 없는 자리였습니다.

AD

결국 금주는 혼자만의 힘으론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회사를 그만 두고 산 속으로 들어가 혼자 살지 않는다면 누군가는 계속해서 술을 권할 것입니다. 그렇기 위해선 금주를 한다거나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술을 권유하지 않는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술을 마시지 말자”고 당연하게 말을 건네는 문화가 형성된다면 어떨까요? ‘술 권하는 사회’보단 ‘술 권하지 않는 사회’가 궁금하면서 좋아 보이기도 합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