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고물가보다 심각

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넘어서는 등 최근 물가상황이 엄중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 주요 곡물생산국 수출 제한 등에 따른 국제 곡물가 급등이 국내로 전이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가뭄피해까지 더해지며 일부 농축산물을 중심으로 생활물가가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넘어서는 등 최근 물가상황이 엄중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 주요 곡물생산국 수출 제한 등에 따른 국제 곡물가 급등이 국내로 전이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가뭄피해까지 더해지며 일부 농축산물을 중심으로 생활물가가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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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물가시대] 식량·임금 '산 넘어 산'…인플레 장기화 우려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문제원 기자] 최근 인플레이션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석유파동처럼 에너지를 중심으로 경험해 본 고물가 시대가 아닌 기후위기와 전쟁 등의 변수가 얽힌 식량 안보 위기까지로 확산하면서 경험하지 못한 초고물가 시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게 문제다. 임금이 물가를 짓누르는 ‘임금·물가 스파이럴(악순환)’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최근래의 고물가 시대였던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현재 서민 가계를 덮친 물가 쓰나미가 단기간 내에 진정될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전쟁이 불붙인 곡물가= 7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58.5로 1년 전(122.1)보다 30% 가까이 급등했다. FAO는 밀, 옥수수, 쌀 등 24품목에 대한 국제 가격 동향을 조사해 매달 발표하는데 이 지수는 3월 159.3으로 역사상 최고치를 찍은 데 이어 4월에도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식량 가격이 치솟은 데다 주요국이 식량 수출 금지령까지 내리면서 애그플레이션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인플레 파이터’로 나선 한국은행이 최근 글로벌 곡물가격을 가장 유의해서 보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곡물가격은 한 번 올라가면 상당한 정도 오래가는데 곡물가격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면 식료품과 관련된 여러 품목의 물가가 상당한 정도 오래 지속된다"면서 "관련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수치상 지금과 비슷한 고물가 양상을 보였다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과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 변수가 터지면서 곡물가격 상승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도 인플레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밀·옥수수 주요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주요 곡물 파종시기가 4월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쟁으로 인해 생산물과 재배면적은 최소 30% 이상 감소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주요 생산국의 수출제한 등으로 국제식량가격이 상당기간 높은 수준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쌀을 제외한 식량수입의존도가 높아 가공식품가격과 외식물가의 오름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체감물가 상승을 통해 기대인플레이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식량지수가 코로나19 이전 대비 평균 60% 가량 상승했는데 밀, 옥수수 등 개별 품목으로 나눠보면 증가폭은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통계청 이정현 과장도 "통상 5월에 가정의 달 수요로 인해 축산물 가격이 뛰기는 하지만 올해의 경우 급등세가 두드러진다"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사룟값이 크게 뛴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화물연대가 화물차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와 확대,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내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6일 서울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에 화물차가 세워져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화물연대가 화물차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와 확대,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내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6일 서울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에 화물차가 세워져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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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發 물가상승 악순환 우려= 갈수록 커지는 임금인상 압박도 물가상승의 뇌관이 되고 있다. 세계적인 공급망 불안에 따른 원자잿값 상승으로 고물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구인난까지 확산하고 있어 추후 ‘임금인상→제품가격 인상→물가상승 심화’라는 악순환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과거 2008년에는 물가상승세는 높았으나 경기둔화 영향으로 실질임금은 감소세를 기록해 임금과 물가의 연결고리가 약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전체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총액은 264만원으로 전년대비 3.4% 올라 예년에 비해 낮은 추세를 보였고, 특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임금 상승률은 -1.5%로 오히려 하락했다.


반면 최근에는 일부 산업에서 임금상승세가 가속화되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어 2008년에 비해 임금발 물가불안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다수다. 최근 공개된 4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을 통한 임금-물가간 전가 효과가 이미 시작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금과 물가의 악순환 고리가 추후 우리 경제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임금인상 압박은 최근 구인난 심화에 더욱 탄력받고 있다. 고용노동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빈 일자리 수는 22만817개로 최근 2년새 10만4699개(90.1%)가 늘었다. 일자리는 많은데 직원 구하기는 힘들다보니 제조업, 서비스업 등 분야를 막론하고 임금압박이 커지고 있다. 높아진 최저임금 수준도 물가불안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최저임금은 이명박 정부 때 5.2% 올랐으나 직전 문재인 정부 때는 7.2%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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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보니 정부도 임금인상폭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경제 6단체장을 만나 "경쟁적인 임금 인상은 인플레이션 악순환을 야기시킬 수 있다"며 "가격상승 요인을 최대한 자체 흡수해달라"고 당부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임금이 오르면 자영업자와 기업은 미래에 부담이 늘 것을 고려해 (제품) 가격을 더 올리게 된다"며 "지금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낮추는 게 가장 중요한데, 이를 위해선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금리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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